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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화학 대백과사전 - 시험, 생활, 교양 상식으로 나눠서 배우는
사와 노부유키 지음, 장희건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8월
평점 :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는 힘들다. 심지어 세 마리는 더 힘들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며 느낀 점은 한마디로 그랬다. 자연과학을 전공하였고 평소 물리 화학 등에도 관심이 많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내년에 수능을 치르는 딸아이에게 물리나 화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저자가 원한 건 그랬을 것이다.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교양을 쌓고 싶은 일반인이나 주식투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식을 쌓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책의 각 페이지마다 시험, 실용, 교양 상식별로 난이도 또는 중요도에 대해 별점으로 표시를 하였다. 물리와 화학에 대한 지식을 생활에서 필요한 교양 정도로만 생각한 독자들은 상당히 어렵다는 내용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책의 표지를 보더라도 원자 모형이라거나 F = MA 같은 기본적인 물리 공식과 OH, O가 포함된 화학식을 잔뜩 실었는데 "책을 펼치기 전에 눈치를 챘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전리층이라거나 공유결합과 같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교양에 별 2개를 표시한 것을 보고 나의 교양 수준이 이렇게 떨어지다니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였다. 반대로 물리나 화학을 배우고 있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설명이 너무 부실하여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120가지라는 공식과 정리를 300 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백과 사전이라 함은 방대한 분량에 비교적 상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맞는데 개념만 찾아볼 수 있는 사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백과 사전은 처음부터 읽으면서 내가 점점 과학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인데 책을 읽다 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잠이 안 올 때 수면에 도움을 주는 느낌이었다. 초반에 운동 부분은 실생활에서 접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어려운 공식은 제외하고 내용만 이해하려고 들었을 때는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학 분야에서는 본격적으로 어려운 화학식과 공식들이 등장하면서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많은 독자들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을 원한다. 공부를 하기 원한다면 차라리 고등학교 미적분학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폐 식용유를 이용해 빨랫비누를 만드는 데 어떤 원리로 수산화나트륨이 기름때를 제거하고 친환경 세재를 쓰면 도움이 되는지 정도를 알면 되지 어려운 화학식과 원소 기호로 설명하면 이해할 사람이 드물 것이다. 나트륨이라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원소명 대신 소듐이라고 하면 독자들에 따라서는 처음 들어보는 원소라 생각하고 거부감부터 느끼게 된다. 반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EBS 기출문제집을 이용해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모든 독자층을 겨냥하였다고 하지만 정작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니면 우리가 너무 이공계 인력 육성에 대해 등한시 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같은 자산 불리기에만 애쓰고 있기 때문일까?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알고 있지만 도플러 효과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이 10%도 안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