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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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채 작가의 신작 지하실의 새는 판타지가 가미된 하드코어 추리 소설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살해 등 잔혹한 장면이 그대로 묘사되는 작품이죠.

소설 속 추리 소설 작가인 김하진은 자신이 '새'로 변신하는 꿈을 꾸고 그 내용을 소설로 만들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합니다. 새로 변신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늘 목격하는게 살인 사건이니 그게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그가 쓴 소설의 내용은 과거 또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실제 살인 사건과 연결됩니다.

당연히 모든 살인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처지에 이르죠..


결국 그는 기억 자체도 사라졌고, 오랫 동안 자신에게 알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았던 고향 마을을 방문하기로 하고 길을 떠납니다. 형사 들의 추적도 본격화 되고 자신에게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심지어 그의 변호사였던 이조차도 과연 어떤 존재인지 의구심에 빠지게 되죠.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꽤나 알찬 구성으로 이뤄진 추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가 범인이었다는 반전 역시 잘 지켜지는 작품이구요. 일종의 초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 새로 변신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이 사건 해결의 주요 키포인트로 등장하지만 그 능력을 얻게 된 배경을 알게 되면 꽤나 씁쓸해집니다.

스릴러 웹툰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답게 이 소설 또한 상당히 자극적인 부분이 시각적으로 표현됩니다. 19금 소설이라고 정의 해야겠네요..

어쨌든간에 읽는 즐거움은 확실한 소설입니다. 결론까지의 과정 역시 조마조마하구요.. 이 정도면 꽤 잘 쓰여진 추리 소설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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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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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치 하루나, 일본의 중견 작가로서 쓰는 작품마다 '읽는 디톡스'라는 평을 듣고 따뜻한 시각으로 서사를 풀어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작가의 작품 두 편을 연속으로 읽게 되었는데 출장 길, 약 5시간의 비행 시간을 이용해 두 권 모두 읽을 정도로 뛰어난 집중력을 갖게 만든 소설 들이었습니다.

물을 수놓다...는 누나가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고자 시도하는 고교 1년생 기요스미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집니다. 그렇지만 각 단락의 화자는 기요스미 뿐 아니라 그의 누나, 엄마, 할머니, 심지어 아버지를 대신해 후견인 노릇을 하는 구로다 씨까지 다양합니다. 그러하기에 다양한 시선에서 기요스미를 둘러싼 '이 집 안'의 이야기를 읽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겠지만 일본에서조차도 남학생이 수를 놓는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그리 일반적이진 않은 듯 합니다. 하필 소설 속 주인공 격인 기요스미의 취미가 그러합니다. 당연히 친구도 없고 할머니를 제외한 가족들로부터도 살짝 별종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기요스미가 하나뿐인 누나의 결혼식을 맞아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고 이 소박한(?) 소재는 각 화자 들의 과거 이력 등이 밝혀지며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소재로 변신합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 상 대학 진학 등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할머니, 자신의 기준만을 내세우는 엄마,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일체 없어 보이는 이혼하고 집을 나간 아빠, 어릴적 트라우마로 드레스 등 화려한 옷을 입기를 거부하는 누나 등등 기요스미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 들에겐 무언가의 결함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각자의 사정이 하나씩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사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표하게 됩니다.


역시나 결말은 억지 감동 없이도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누적된 힐링이 느껴집니다. 데뷔해서 활동 기간이 그닥 길지는 않았지만 꽤 다작을 남긴 작가이기에 다른 작품 들 또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일단 손에 잡으면 끝을 보게 만드는 작가라고도 평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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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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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을 넘기고 있는 일본의 중견 작가 데라치 하루나의 소설, '강기슭에 선 사람은'... 은 인간의 상호 이해를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이해에 근접하고자 하는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노력조차 포기하거나 자신의 주관으로만 남을 보려 할 때 많은 오해가 발생합니다. 이는 타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이어지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 문제로 치환됩니다.

작품 속 여주 기요세의 남친이 자칫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었던 폭력 범죄가 얽혀 있는 등 꽤 심각한 소재가 될 수도 있었던 사안을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살펴 갑니다.

'강기슭에 선 사람은 바닥에 가라앉은 돌의 수를 알지 못한다'라는 말은 소설 속에 여러 차례 인용되는 귀절입니다. 말 그대로 타인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사정을 파악하긴 어렵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귀절이죠.

기요세는 난독증이 있는 절친에게 글을 가르치고자 했던 남친 게이타도, 성인 ADHD가 있어 직장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책임 없는 태도를 보이는 시나가와도 자신의 기준으로만 바라 보면서 오해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렇다고 주인공 기요세가 딱히 문제 있는 인물인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자신의 주변 일만큼은 어떻게든 헤쳐 나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 또한 가지고 있구요.

그럼에도 그녀가 저지른 오해와 실수를 통해 소설 속 서사는 꽤나 답답하게 흘러갑니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그녀는 한층 정신적 성장을 이뤄 냅니다. 이 과정을 읽어 가면서 독자는 힐링을 느끼게 되구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설이지만 읽는 재미는 꽤나 급하게 흘렀던 작품입니다. 결론에 다가서면서 상쾌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작가의 작품 들이 '읽는 디톡스'라고 괜히 불리워지는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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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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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이런 상황을 설정해 보죠. 15,16세기 조선을 대규모의 서양 군함이 침략해 대부분의 영토를 점령합니다. 왕은 폐위되거나 살해되고 백성의 대부분은 수탈과 굴종의 삶을 강요 당하게 됩니다. 침략한 서양인들은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우린 너희에게 독립과 자유를 빼앗았지만 대신 내세에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기독교를 전해 주었고, 우리의 앞선 기술을 전파했다'....

과연 이런 상황이 납득이 되시렵니까? 우리는 20세기 초에 접어 들어서야 일제에 의해 당했던 일이지만, 서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몇세기 전부터 이런 상황에 처해졌습니다..

작가인 수바드라 다스는 영국 국적으로 영국인이 받아야 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현재도 영국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인도 계열의 유색 인종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양측(?)에 모두 속해 있다는 특이점을 한껏 발휘하여 그간 서구 뿐 아니라 식민지 경험이 있던 모든 나라에 만연되어 있던 여러가지 프레임을 적나라하게 비판합니다.

그녀가 분류해 비판하는 10가지 프레임은 우리도 어느새 자연스레 보편적 진리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류의 프레임이 서구가 행했던 제국주의 역사를 희석시키고, 여전히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리는 상당수 비서구권 국가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작가는 명확히 밝힙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불러 왔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꾸준히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근대화 되었다는 한국이 독립 직후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명확함에도 그런 주장을 고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서구가 짜놓은 프레임에 갇혀 있음을 입증합니다.

책은 역사상 실재했던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며 설득력을 더합니다. 조금 앞선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국가, 민족에 대한 지배를 당연시했던 서양인 들의 관점에서 그들을 제외한 이들은 비문명인, 아니 야만인이거나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존재들이었고 그들이 추구하던 기독교 사상이 금지한 살상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독서를 끝내고 나니 많은 것이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 옵니다. 저 역시 많은 부분에서 서구 이데올로기에 잠식되어 있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간직해 두고 종종 꺼내서 읽어 봐야 할 책인 듯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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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
김철 지음 / 열세번째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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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준 열사를 일제의 대한제국 식민지화 야욕에 죽음으로써 대항했던 인물로 기억합니다.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고종 황제의 밀명을 받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여코자 했으나 제국주의 국가 들의 자기 위안식 눈속임에 불과했던 그 행사에서 대한제국의 발언이 씨도 먹힐리가 없었죠.. 그는 결국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분사하고 맙니다.

김철 작가의 소설 헤이그의 비밀은 이준 열사의 죽음을 소재로 가져온 작품입니다. 타임슬립 및 이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 나가는 대체역사 추리물의 성격을 띄곤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악랄했던 일제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 대체역사물로 보기에 이 소설은 좀 더 큰 스케일로 진행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각 주요 인물의 캐릭터에 대입시킵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간통을 저질러 지상으로 추방된 말썽꾸러기이자 전쟁의 신 아레스가 일제와 결탁하여 온갖 세계의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죠.

결국 주인공 이예빈 검사가 맞서야 할 상대는 범죄자 뿐 아니라 일제와 그 협력자들, 그리고 전쟁의 신 아레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는 소설적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추리, 판타지, SF...그리고 약간의 로맨스까지 상당한 다양함을 갖고 독자에게 다가서는 소설인 것이죠.


읽어 가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속되지만 이를 나름의 핍진성 있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능력도 신선했구요. 1998년 생 작가라고 하는데 소재에 한계가 없는 신세대적인 감각 또한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통상적인 추리 소설에 색다른 재미와 장르를 입혀낸 소설이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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