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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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하서.. 아마도 필명이겠지만 독특한 이름이라 기억해 두었던 작가입니다. 예전 '밤이슬수집사, 묘연'이라는 판타지 소설로 접했던 작가이죠. 이번에 새로 발표한 타인의 수명은 역시나 판타지 성격이 물씬 풍겨나는 SF소설입니다.

근미래의 어느날 모든 국민에게 수명측정기가 보급됩니다. 정확도는 연 기준으로 친다면 거의 100프로... 물론 본인의 건강 관리 노력에 따라 예상 수명은 항상 바뀝니다. 또한 가족에 한해 자신의 남은 수명을 나눠줄 수도 있는 세상이 옵니다.

주인공 도훈은 대략 70대 중반 정도의 측정 수명을 부여받으며 나름 건강관리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어느날 절친이었던 정우의 수명이 몇개월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당연히 가족 관계가 아니었던 도훈은 자신의 수명을 나눠 줄 수 없었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외면 받은 정우는 곧 세상을 떠나고 말죠.

그리고 찾아온 자신의 전 애인 세희... 그녀로 인해 향후 십여 년 이상 도훈은 처절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휘말리게 됩니다.

잔여 수명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는 전제는 물론이거니와, 수명을 다른 이에게 생애 단 한번 나눌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를 더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수명 나눔이 이래저래 꼬이면서 점점 곤경에 처하게 된 도훈, 세희와 사이에서 얻은 딸 은유를 어떻게든 살리고자 그의 노력 등등이 잘 짜여진 서사 속에서 소설의 재미를 더합니다.

결말부 반전 및 이후의 훈훈한 마무리 또한 작가의 전작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듯 합니다.


인간의 수명은 하늘이 정한다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자가 정하는 것이겠네요. 어쨌든 장생을 누리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욕망입니다. 타인의 수명을 받아온다는 것? 아마도 현실에선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마음껏 그 불가능함을 가능으로 누릴 수 있어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필명만큼이나 특색 있는 소설이었고 작가의 차기작 또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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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는 척하기 - 잡학으로 가까워지는
박정석 지음 / 반석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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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 작가의 '일본 아는 척 하기'는 '잡학으로 가까워지는' 이라는 제목 앞 수식어처럼 편안하고 쉽게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들거나 어떤 주류 테마가 정해진 책이 결코 아닙니다. 작가가 30년 이상을 일본에서 거주하며, 심지어 결혼까지도 일본인과 한 상황에서 그가 살아오며 느껴왔던 일본 잡지식의 망라 편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당연히 작가는 한국인이지만 이젠 한국보다는 일본이란 나라가 더욱 익숙해진 상황이 아닐까요... 한국인의 정체성, 자긍심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 지리적 익숙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목차만 훑어보더라도 흥미가 팍팍 느껴집니다. 그리고 읽어 가면서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일본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작가가 풀어 놓는 썰을 그냥 읽어 내려가기만 하면 아, 일본이란 나라는 이런 나라이구나... 우리와지리적으론 가까운 나라이지만 전혀 다른 문화적 성격을 가지고 살아온 나라이구나...라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늘상 이야기 해오던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이 팍 실감이 납니다.

개인적으론 일본을 수십번 다녀오면서도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지식을 쌓을 수 있어 좋은 독서 체험이었습니다.

물론 작가가 일본에 대한 잡학만을 풀어 놓은 것은 아닙니다. 현재 반일, 혐한으로 나뉘어진 양국 관계에 대한 진심 어린 우려와 충고부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일본에 정착해야 했던 최소 수십 만이 넘는 재일동포 들의 애처로웠던 삶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에게 애정의 대상인 국가는 결코 아닙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연간 800만 명에 달한다지만 때때로 일본 우익이 벌이는 국수적인 행태에 우리는 종종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극단적인 '반일' 또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결론은 아니라는 건 그간의 한일 관계에서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때론 일본에 대한 몰이해나 분노가 일본의 문화나 일본인 들이 살아온 환경 자체를 모른다는 것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간극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저서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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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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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의 달달북다 시리즈가 이제 6권째를 맞았습니다. 60~70페이지 정도의 단편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모험적인 기획인데 4~6권까지는 퀴어물입니다. 취향 확실(?)한 분들은 절대 읽지 않는 분야이죠.

그럼에도 단편 소설의 특성상 상당히 임팩트 있는 작품들이 많았기에 장르 불문하고 읽어 보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성소수자 들에 대해 어떤 편견이나 혐오 의식이 없는 것도 있구요.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는 존재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 소설은 같은 성적 취향의 파트너를 찾기조차 힘든 소위 깡촌에 사는 성소수자의 이야기입니다. 좁은 지역 사회니만큼 공개적 커밍아웃도 힘들고 기껏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자신의 이상향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죠.

주인공 미수는 레지비언입니다. 어느 날 사마귀를 연상케하는 영경을 만나게 되죠. 생긴게 사마귀가 아니라 뭔가 하는 동작이 사마귀 같은 친구입니다. 그럼에도 미수는 영경에게 빠져 듭니다. 이성애자들이 하는 똑같은 고민도 합니다. 과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만큼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는 걸까... 등등의 생각이죠..

어느 날 미수는 영경에게 남자 친구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고민이 시작됩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껏 만나온 모든 인연과 이뤄졌다면 최소 수차례 최대 수십 번씩 결혼해야 했을 사람들도 나왔을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아직 20대 초반인 이들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간 사랑이 있고 다가올 사랑 또한 존재할 것이고 현재 나누고 있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겠죠..

작가는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사랑을 경험한 적 있는 모든 이들이 겪게 되는 고민과 갈등을 꽤나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단지 주인공들이 속한 지역의 특성상, 그리고 여전히 혐오하는 이들이 남아 있는 상황을 고려해 조금 비밀스럽게 그려냈을 뿐입니다.

역시 사랑이란 감정은 공통적이네요.. 그 누구도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누군가를 무조건 혐오하고 비난할 권리는 없습니다.. 계엄령 같은 뻘짓을 하지 않는 이상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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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유라시아 인문여행 - 대륙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이재혁 지음 / 뿌쉬낀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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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보통은 유럽+아시아의 합성어로 알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서구 유럽을 제외한 동구권, 구 소련지역, 중앙아시아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지구상 영토의 1/3 가까이를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이며 수많은 문화와 역사가 명멸했던 곳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와 가깝기도 하거니와 특히 북한과는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지정학적으로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한국의 교역 상대국 중 꾸준히 5,6위 선을 지키고 있는 중요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쓴 이재혁 작가는 유라시아 방면에 있어 스페셜리스트라고 칭할 수 있는 분입니다. 즉, 이 책에는 북방 유라시아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이 지역에 대한 잘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 문화.. 그리고 한반도 등에 미친 영향을 고찰했다면 2부는 저자의 유라시아 곳곳의 여행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행기라고 해도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각 지역의 유적, 역사 등에 대해서도 빼곡하게 채워져 있기에 유라시아에 속한 나라 들 자체를 이해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2부가 이 지역의 현재 상황을 더욱 자세히 분석한 감이 있네요..


아예 몰랐거나 알더라도 극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부분이 많았기에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이 새로운 지식이었습니다. 미국 등과의 동맹 논리에 매몰되어 그간 백안시해오던 지역이 바로 이곳 북방 유라시아입니다. 엄청난 교역량과 교류를 자랑하던 러시아는 어느새 우리에게 악의 축 비슷한 나라로 자리매김 되고 있고 현 대통령은 우리와 별 관계도 없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변죽을 울리고 있죠.

과연 우리가 그리 쉽게 진영 논리만으로 재단할 수 있는 곳인지 개인적으론 회의감이 듭니다. 여전히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더욱 큰 국익을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이 곳입니다.. 개인적으론 인식의 저평을 넓힐 독서 체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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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들
안도 요시아키 지음, 오정화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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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매체는 차고 넘치지만 그 독창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그닥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이젠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소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안도 요시아키의 소설 '사라지는 아들'은 타임슬립 외에도 환생, 그리고 범죄 미스터리가 한데 결합되어 꽤나 참신하게 다가온 타임슬립물이었습니다. 주인공 가즈오의 세 차례에 걸친 과거 여행이 주된 내용을 이루지만 다녀올 때마다 현재의 상황이 바뀌고, 조금씩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 과정이 꽤나 재밌게 그려진 소설입니다.

가즈오의 어린 아들 케이스케는 어느날 자신이 교살되어 살해되었다고 주장하고 아이의 목에 교살 흔적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이유를 캐던 가즈오는 케이스케가 33년 전 살해된 오이카와라는 인물의 환생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별안간 33년 전 과거로 이동하게 된 가즈오.. 거기서 이미 살해된 오이카와를 만나게 됩니다. 남은 날짜는 단 나흘, 그 안에 오이카와를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오이카와를 구하고 현재로 다시 돌아오니 아들 케이스케의 존재가 지워집니다. 오이카와가 죽어 환생한 존재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죠. 딜레마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오이카와를 살리면 아들이 사라지고, 오이카와가 그냥 죽는 것을 지켜 보기엔 가즈오의 양심이 이를 허락 못합니다.

과연 가즈오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요.. 그리고 어떤 결말로 이어지게 될까요..

추리소설에서 환생, 타임슬립이란 소재가 쓰이는 것은 상당히 드문 케이스일겁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꽤나 잘짜여진 미스터리 소설로 봐야할 듯 합니다. 범인의 실체는 어느 정도 짐작되지만 과연 그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주인공의 현재가 어떻게 바뀔지가 너무나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 거의 끝자락에 가서야 결과가 나오기에 말미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죠..

안도 요시아키... 평소 즐겨 읽었던 추리 소설 작가인데 또 한번 해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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