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의 길
메도루마 슌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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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키나와.. 19세기까지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된 국가로 존재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 강제 병합되었고, 태평양전쟁 최후의 전면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오키나와 전투를 기점으로 1972년까지 미국의 점령하에 있었던 섬입니다. 일본에 반환은 되었지만 영토의 상당 부분이 미군 기지로 활용되고 있기에 여전히 미일 양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원주민들의 목소리도 남아 있는 곳이죠. 오키나와 전투 당시 전 국민 옥쇄를 주장했던 일제의 방침에 따라 정말 많은 희생을 낳은 지역이며 여전히 일본 본토로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에겐 관광지로서 더욱 유명한 곳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인 메도루마 슌은 일찌기 일본 최대의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오키나와가 고향인 인물이죠. 그로서는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오키나와 전투의 비극을 후세에 잊혀지지 않도록 글로 남길 마음의 책무가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당시 오키나와 전투가, 아니 전쟁 그 자체가 얼마나 치열했고 비극적이었는지를 5편의 이야기 속에 담아냈습니다. 미군과 일본군 양측에게 모두 적으로 인식되다시피 했던 오키나와 주민들의 희생이 주로 등장하지만 그들의 비극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것을 주장하는 '반전'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 소설 제목인 '혼백의 길'은 채 돌이 안된 아이를 일본 군도로 찔러 죽여야 했던 오키나와 출신 병사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에까지 이로 인해 그의 영혼은 고통 받고 있고 전후 태어난 자신의 세 아이들조차 제대로 안아주질 못했다는 내용에서 그가 받은 참극의 트라우마가 독자에게까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물 몇 모금 때문에 중국인 마을 전체를 학살했다는 관동군 출신 병사의 고백이나 아직 어린 소년을 피부에 맺히는 수분을 얻기 위해 희생시켰다는 과거 회상 등은 그야말로 지옥도 그 자체입니다.


여전히 전쟁의 상흔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가슴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치렀던 우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더욱 전쟁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죠. 취임 전부터 선제타격을 운운하더니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국지전을 유발하고 전면전까지도 감수하고자 했다는 지도자에 대한 증언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 본다면 감히 그런 생각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1945년의 오키나와가 지금 우리에게 재현되게 할 순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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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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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저자인 나가스끼 아마네는 실제 남편과 사별한 작가입니다. 작가의 필명에 그 아픔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죠. 소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은 독자에게 힐링에 가까운 위로를 전함과 동시에 작가 스스로를 위안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늦은 밤 문을 열고 새벽까지 운영하는 소위 심야 식당 '키친 상야등'을 찾는 고객들의 사연이 때론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은 같습니다.


소설은 이 식당을 자주 찾게 되는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장 '미모사'의 사연을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여성 인력의 가능성을 활용한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어느날 준비 안된 상태로 점장이란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 미모사는 끝없이 이어지는 고객 컴플레인, 직원과의 갈등, 과중한 업무 등으로 차츰 지쳐가고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그 와중에 살던 빌라에 화재가 발생해 졸지에 예전엔 회사 기숙사였다가 지금은 창고로 쓰이는 건물에 불청객으로 입주하게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소개를 받아 찾게 된 키친 상야등.. 항상 밤에 불이 켜지는 식당이라는 뜻이죠. 이 곳에서 쉐프인 케이, 종업원이자 소물리에인 지카를 만나게 되고 그들이 정성껏 서빙해 주는 각종 프랑스 요리와 함께 조금씩 자신을 찾게 되는 서사입니다..

이들과 식당을 찾는 다른 고객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차 우수한 점장으로 발전해가는 미모사의 성장기이기도 한 소설이지만 식당이 배경이다 보니 읽는 내내 끝없이 식욕을 자극하는 책이기도 하죠. 나오는 요리들마다 어찌나 멋진 수식어들로 꾸며지는지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줄곧 듭니다..

식욕은 인간의 3대 욕구이기도 하며,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온갖 스트레스를 풀어가는데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원초적 본능이 충족되어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욕구가 생기기도 하구요.. 미모사뿐 아니라 남편을 암으로 잃은 나나코, 여자의 몸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야 했던 기노시타, 그리고 쉐프의 어머니 등도 여기에 등장하는 요리를 통해 힘을 얻고 다시금 나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우리 주위에 꼭 하나 있어야 할 식당이란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그리고 어딘가에 하나쯤은 반드시 있을 것이란 생각도 같이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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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달아 준 그대 - 영화감독을 꿈구는 몽골 소녀 아리오나의 자전적 성장소설
바트볼드 아리온사이항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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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몽골을 방문했을 때 현지인들의 생김새가 한국인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저 중국과 비슷하려니 생각했는데 음식, 주류, 심지어 언어나 문자 등도 중국과 많이 다른 나라입니다. 오히려 인종을 제외하곤 러시아와 더 비슷한 점이 많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바트볼드 아리온사이항의 소설 '날개를 달아 준 그대'는 몽골인이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소위 외노자로도 근무했고 자신만의 단편 영화를 만들기도 한 영화 예술인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미셀 또한 그녀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사귀고 동거까지 했던 남자의 불륜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미셀은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고국행을 결정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몽골.. 그녀의 능숙한 한국어는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가이드 등의 부업을 쉽게 소화할 수 있었고 그 와중에 새로운 사랑 '에르덴'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곧 깊은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러나 에르덴은 이미 결혼 해 부인과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습니다. 남자친구의 불륜 때문에 한국을 떠나온 그녀가 몽골에선 또 다른 불륜의 당사자가 되어 버린 격이죠.. 이미 그녀는 실력을 인정 받아 몽골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의 조감독으로까지 발탁된 상황.... 에르덴과의 관계는 계속 그녀의 발목을 잡습니다. 과연 그녀의 선택은 어떠할까요..

몽골 젊은 여성의 전형적인 성장기를 그려낸 소설이지만 한국보다 10배 넓이의 국토를 지닌 몽골의 아름다운 대자연, 관광 명소 등이 배경으로 등장하기에 다시 한번 몽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울란바토르에만 머물렀던 지난 여정이 아쉬울 정도로 몽골 명승지에 대한 소개가 매혹적으로 펼쳐집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일과 사랑을 만나게 되는 미셀의 고군분투를 한편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남자들만 계속 만나게 되는 그녀의 처지가 다소 이해가 안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광활한 자연을 벗하며 자란 몽골인답게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서술되었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듯 합니다.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 준 그대는 바로 그녀 자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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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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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판타지 소설인 '우리의 질량'으로 처음 접했던 설재인 작가.. 스토리 라인을 상당히 잘 잡는 작가로 기억하는데 이번 신간 '뱅상 식탁' 역시 꽤 재미진 이야기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뱅상 식탁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레스토랑 이름입니다. 하루 단 네 테이블만 손님을 받고 테이블 당 손님은 2인이 최대입니다. 즉 8명까지만 손님을 받는 레스토랑이죠. 그럼에도 입소문을 타게 되어 꽤나 성황 중인 식당입니다.

이 식당의 주인장인 '빈승'은 무언가 비밀을 가진 인물입니다. 끊임없이 대화를 걸어오고 지시를 내리는 '미미'란 존재에 의해 의식이 지배 당한 상태이죠.


결국 미미의 지시에 의거 마지막 실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만학도 동기 남녀 2인,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모녀, 학폭으로 얽힌 동창, 직장 선후배... 이렇게 네 팀의 손님을 상대로 테이블 당 한 명씩만 살아나갈 수 있다는 선포를 하게 되고 총을 휘두르게 되죠.. 실제 상황에 놓인 8명의 인물을 둘러싼 숨겨진 배경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서로 살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됩니다. 당연히 으뜸 가는 빌런이 등장하기도 하구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장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끝까지 빈승을 조정하던 미미란 존재에 대한 추측은 열린 결말 내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깁니다.

극단적 상황에 처한 인간들이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와 겉으론 숭고한 희생을 이야기 하면서 속에선 자신만이 빠져나갈 궁리를 해대는 인간 군상 들의 모습을 아주 재미있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후일담에 속하는 결론까지도 나름의 소소한 반전이 마련되어 있구요.

이제 데뷔 7년 차에 접어든 설재인 작가..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가 되는 소설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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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스폰서 - 대통령이 스폰서가 된 나라
정용재 증언, 구영식.정희상 지음 / 비아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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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검사집단 및 내란을 꾀했던 현 정부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사람이라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초엘리트 집단을 자처하는 '검사'라는 직업과 '검찰'이라는 집단의 현실에 대해 혀를 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얼마전 '더 킹'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었죠. 정치 검사 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영화였습니다. 거기서도 검사 들의 개차반 같은 행위들이 꽤나 등장하는데 영화적 재미를 위한 과장이 들어있겠지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보면 영화에 나온건 채 반도 아니란 느낌이 듭니다.

이 책에 묘사되는 검사들.. 정말 선민 의식으로 똘똘 뭉친 집단입니다. 또한 강자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겐 너무나 무자비합니다. 자신들의 행위는 언제나 옳고 상대방은 형법 기준으로만 판단합니다. 자신들을 능가하는 엘리트나 지적인 집단은 결코 없다고 생각하죠. 검사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왜 친위 내란을 일으켰는지 이 책을 보면 너무나 극명하게 설명됩니다.

10여 년 넘게 검사들에게 수십억 원에 가까운 돈과 향응을 제공했던 이 책의 사실상 저자인 정용재씨는 그들의 역겨운 행태를 끝내 참지 못하고 언론 등에 검사 집단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PD수첩 등에 방영되면서 꽤나 사회문제화되긴 했지만 이를 자체 조사한 이들 또한 검사들이었기에 정씨의 고발은 거의 묻혔고, 오히려 그들의 보복수사, 먼지털이 수사에 의해 정씨와 그 주변인물 들만 큰 피해를 입고 끝난 사건입니다.

그들의 수법은 대통령이 스폰서가 된 현 정부 치하에서 더욱 악랄하고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적에 대한 먼지털이 수사는 지속되지만 자신들을 향한 의혹에는 한없이 자비로운 그들의 태도..


정씨는 자신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코자 했을 때 접했던 100여 명의 검사 들 중 단호히 거부했던 이들은 한두명을 제외하곤 없었으며 모두가 너무나 자연스레 이를 챙겨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 집단 자체가 환골탈태하지 않고선 가망이 없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번 검사 출신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계기로 검찰, 검사 조직이 정말 바뀌게 되는 상황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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