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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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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이란 저자 이름만 보고도 살짝 설레었던 판타지 소설이 '요괴 어사'입니다. 제목이 다소 해괴한데 조선 임금 정조의 명을 받고 요괴를 퇴치하고 억울한 영혼을 천도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파견된 어사를 뜻합니다.

혼자서 그 많은 요괴를 당해낼리 없고 능력자 몇몇이 모여 한 팀을 이루게 됩니다. 조선의 살아 있는 능력자들 뿐 아니라 심지어 저승에서 염라대왕의 협조를 받아 파견(?)된 해치까지....


타고난 이야기꾼 설민석답게 시종일관 스토리는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원더스의 경우 이미 판타지 웹소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기에 설민석의 첫 장편 소설이지만 매끄러운 작품이 나온 듯 합니다. 어느 정도 플롯 등의 구성에 많은 개입이 있었을테니까요.

물론 소재 자체가 엄청나게 새롭고 등장하는 이들 역시 신선한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는게 이미 90년대 초반 '퇴마록'이란 비슷한 류의 소설이 있었죠.. 어느 정도는 퇴마록에 대한 오마주를 띈 작품이란 생각도 절로 들게 만듭니다. 주인공들의 능력은 퇴마록과는 다소 다르지만 사건에 접근하여 해결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권선징악이란 주제에도 충실하구요. 악귀도 나오지만 가끔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된 이들이 요괴로 등장하는 장면 역시 많은 기시감을 줍니다.


어쨌든 판타지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작품입니다. 일단 가장 큰 목적인 '재미'라는 측면에 많이 부합되는 소설이니까요.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그야말로 훌딱 읽히는 소설입니다. 잠자기 전에는 읽지 말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어 다음날 일정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설민석씨는 역사 자체를 어느 정도는 판타지 적인 요소를 지니고 자주 해석을 하던 분이기도 합니다. 종종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또한 그럴싸하기도 했었죠.. 이런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난 작품이 이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레임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요괴어사입니다.. 왠지 앞으로 시리즈로도 쭈욱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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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복 같은 소리 - 투명한 노동자들의 노필터 일 이야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획 / 동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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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복 같은 소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44명의 목소리를 담아낸 책입니다. 이제 노동 문제를 넘어서 인권 문제로까지 심화되어 버린 비정규직 문제를 직접 거기에 속한 노동자들로부터 들어본다는 의의를 가진 책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는 어느 사이 또다른 의미의 불평등 사회, 계급 사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IMF에 의한 세계화의 가속화 이후 생겨난 비정규직은 월급 노동자의 절반, 파트타임 노동자의 거의 전부, 프리랜서까지 포괄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정규직이 받는 급여의 절반 수준 정도 밖에 안되는 급여를 수령한다는 것은 명백히 불평등한 일이고,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발전이 아닌 퇴보를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지켜낼 최저임금 인상은 포퓰리즘으로 간주되기 일쑤이고, 공산국가나 후진국이 아니라면 어디에나 있는 노조를 버젓이 적대시하는 지도자가 선출되는 곳이 우리 대한민국이기도 합니다.

이젠 사각지대가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공간, 지역 거의 어디에나 배치되어 있는 비정규직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 과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우리 사회의 주류로 편입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공상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은 끝임없이 폄하되고 소위 빨갱이 사상으로 욕을 먹습니다. 같은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욕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만 살아남은 제로썸의 세상이 우리에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침 안면이 있는 대학로 연극 배우 리우진 씨도 코비드 19 시기 건설 현장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일화를 기고해 줬더군요. 이것만 보더라도 비정규직은 금수저를 물고 나온 소수를 제외하곤 우리 또는 우리 자식 모두에게 그리 먼 위치가 아닙니다.

한꺼번에 모든걸 바꿀 순 없겠지만 모든 직종을 비정규직화 하려는 이윤에 혈안이 된 기업이나 이에 경도된 일부 정치인 들의 움직임만큼은 우리가 늘상 경계해야 할 작태일 것입니다. 최소한 그들의 마타도어에 현혹되어 언젠가 자신과 그 가족 들까지도 집어 삼키게 될 이런 작태에 동조하는 모습은 버려야 하겠죠..


가급적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주위엔 정말 많이들 있습니다. 그들의 노오력이 부족했고 운이 나빴다 보다 하면서 애써 외면하기 보다는 이들이 왜 이런 삶과 노동의 지위를 살아가야 하는지 진심 어린 이해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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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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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르메트르의 '우리 슬픔의 거울'은 무려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장편 소설입니다. 책 두께만 보면 처음부터 압도 당하게 됩니다.. 이걸 언제 다 읽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단 하루면 충분했습니다. 물론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한 제 퇴근 이후의 자유 시간은 모두 1940년 프랑스의 상황에 빠져 있어야 했죠..


굉장히 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장한 르메트르는 출간한 대부분의 소설이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나온 유명 작가입니다. 아쉽게도 그의 작품을 그간 전혀 접해 보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자주 만나게 될 듯 합니다.

이 소설은 2차 대전 발발 후 독일과의 결전이 이뤄진 1940년 프랑스의 3개월 정도의 시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2차 대전은 대부분의 주요 전투가 동부전선에서 이뤄졌고 프랑스야 워낙 빨리 무너졌기에 전쟁 씬에 있어 큰 긴장감은 없을 줄 알았는데 잘못된 선입견이었습니다..


전쟁을 정면으로 접하게 된 몇 명의 주인공격 인물 들의 상황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당시의 긴박했던 프랑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은 전반부 초등교사이자 파트타임 웨이트리스인 루이즈, 마지노선에 배치되어 있다 결국 탈영까지 하게 된 군인 가브리엘과 라울, 천재적인 사기꾼 데지레를 중심으로 나아가다가 후반부 헌병대원 페르낭이 등장하면서 더욱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그럼에도 '악마 같은 플롯을 지닌 책'이라는 르 파리지엥의 평론처럼 어느덧 이들의 이야기는 점점 하나로 뭉쳐지게 됩니다.. 이를 좇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고 왠만한 스릴러나 추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게 만듭니다.


정상국가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2차 대전을 정면으로 맞게 된 프랑스는 어느 의미에선 20세기 이후 최고의 비상 시기였던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어찌 보면 평범한 개인 들이 겪게 되는 조국의 함락 과정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았겠죠..

개인들이 겪는 상황을 중심으로 소설은 전개되지만 당시의 프랑스가 처한 국난의 과정 역시 생생하게 읽혀집니다. 작가의 세심한 역사 고찰 또한 함께 있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쨌든 굉장히 재밌는 소설입니다. 문학적으로도 손색 없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 들의 일탈, 부조리 등이 절묘하게 블랙 유머로 곁들여진 소위 '읽는 재미'를 내내 느끼게 했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피예르 르메트르.. 개인적 소견이지만 이제부턴 일부러라도 찾아서 읽어야 할 작가가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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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_0419
달빛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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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작가의 소설 축제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관통하는 소설입니다. 한 권 짜리 소설이지만 내용 자체는 반세기 가까운 세월에 걸친 3대의 이야기를 그려낸 대하(?)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또한 나름 소름끼치는 마지막 반전이 꽤나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20년을 아나키스트로서의 삶을 선택해 살아왔던 달빛 작가.... 그가 한국 현대사를 보는 시점은 그러하기에 어느 정도는 냉소적이었습니다. 4.19혁명, 광주민주화항쟁, 6.10항쟁 등의 성과를 아예 부정하지는 않고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은 인정하지만 그 가운데 놓여 있던 개인들의 삶은 큰 변함이 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도 지저분한 직업으로 통하던 연탄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17세의 마산 소년 지유.. 1960년 이승만 정부의 부정 선거에 대항해 일어났던 4.19 혁명의 와중에 제일여고를 다니던 동갑 내기 여고생을 구하게 되고 그 인연은 돌고돌아 평생을 이어지게 됩니다.

평소 언감생심이었던 교복 입은 여고생과 잠시나마 친구가 되기도 하고 그때 품었던 연정은 70대 노인이 된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4.19 혁명은 많은 학생, 시민 들이 독재 정권의 총탄에 쓰러졌지만 결국 이승만 정부를 무너 뜨린 대한 민국 역사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입니다. 바로 그 날이 소설의 진주인공 지유 개인에겐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축제였던 것이죠.

소설은 지유와 그의 아들 세헌, 손녀 민서의 삶이 시대를 넘어 교차적으로 등장하며, 지유의 인연이었던 현미의 미스테리한 삶 역시 중간중간 등장합니다. 비록 서로간 엇갈림과 갈등이 있었지만 어느덧 해피엔드로 소설이 마무리되어 가나 하는 시점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반전이 등장하며 상당히 허탈한 결말이 독자를 기다리게 되죠..


반전부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게 쓰여진 소설이었습니다. 50년 간의 긴 세월이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어나가는 묘사 속에 눈에 쏙쏙 들어 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교복을 입은 학생과 작업복을 입은 소위 '공돌이'와의 신분 격차는 안타까움을 넘어 씁쓸함까지 남기게 되죠..

어찌 보면 그러한 사회적 격차를 없애기 위해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들은 치열하게 싸워 왔고, 한편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다소 요원해 보이는 사회 개혁, 빈부격차 해소... 수구로 회귀하고 있는 국내 정치 등등,..

작가가 굳이 반전 부분을 집어넣으면서까지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이런 부분의 괴리 아니었을까요?

축제는 그 순간 너무나 즐겁지만 한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일시적 행사일 뿐입니다. 매일매일을 축제처럼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축제 같은 날이 인생 전반에 걸쳐 하루이틀 쯤은 있을 수 있겠지만 주어진 현실은 큰 변함이 없을 것이기에 결론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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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첫 에세이
이대호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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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좋아한다면, 아니 조금의 관심만 있더라도 이대호 선수의 이름 석자를 모를 수 없습니다. 40년이 넘어가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 속에서 단 17명만이 배출된 영구결번 선수이기도 하고 한미일 3개국에서 모두 1군 주전으로 훌륭한 성적을 남긴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프로 선수 기간 중 친 안타수는 모두 2,895개로 거의 3천개에 육박합니다. 1년만 더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면 충분히 전설의 3,000안타 타자로 남을 수 있었죠.


작년에 은퇴한 그가 에세이집을 펴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 든 생각은 '운동 선수가 뭔 에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대신 써줬거나 그럭저럭한 문체의 자화자찬의 글일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지만 그대로 야구팬으로서 이런 위대한 선수의 에세이를 외면할 순 없었습니다. 물론 응원하는 팀은 이대호 선수가 활약했던 롯데는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첫장을 읽은 후부터 이러한 선입견은 바로 사라지더군요. 작가처럼 유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진솔하고도 깔끔하게 쓰여져 나간 그의 야구 인생은 상당히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평소 인터뷰 등에서 부산 사투리가 진하지만 꽤 세련된 말솜씨를 보이던 그였긴 했지만 에세이 내용도 상당히 좋았고 이대호 선수의 지난 야구인생, 삶의 궤적, 그리고 끝없이 이어져 온 도전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는 '돈'에 집착했던 선수가 결코 아닙니다. 수십 억원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꿈꾸었던 무대를 향해 늘 도전하는 자세로 임했던 선수였습니다. 은퇴 시즌까지도 최고의 성적을 남겨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지만 더 이상 돈에 미련 없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조실 부모하고 시장 노점 장사를 하는 홀할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라온 그였지만 야구라는 인생의 목표를 만나 끝없이 도전하고 끝내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이뤄낸 위대한 선수입니다.


2,500안타의 금자탑을 쌓고 역시 엘지 트윈스 구단의 영구결번 타자가 된 박용택 선수처럼 그는 자신의 선수 생활 기간 중 팀의 우승을 경험해 보진 못했습니다. 그의 야구 인생에서 유일한 아쉬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팬들은 아쉬웠던 점보다는 항상 노력하고 도전했던 그의 긍정적 모습만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는 영원한 '조선의 4번 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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