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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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영상매체에서 선호하는 작가로 자리 잡은 줄리아나 배곳... 판타지에 가까운 SF 소설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녀의 작품집,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를 가제본 도서로 받아 읽었습니다.

가제본 티저북이니만큼 본편의 모든 작품이 수록된 것은 아니고 '포탈',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등 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확실한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나타난 구멍, 즉 포탈을 통해 그리운 사람을 만질 수 있거나 때론 누군가의 신체로 들어가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포탈'은 판타지 단편의 진수라고 할만 했습니다.

근미래, 파트너로서 결격 사유를 받아 아웃된 이들이 모여 서로를 지지해주는 클럽에서 만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는 마지막 반전과 함께 점차 상실되어 가는 고전적인 남녀 만남의 아쉬움이 씁쓰레하게 남았던 작품입니다.

이 두편의 이야기로만 해도 흠뻑 빠지게 만드는 필력을 가진 작가입니다. 과연 다른 작품들은 어떤게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게 만들더군요.

어떻게든 본 편을 구해 읽어봐야겠단 각오가 생깁니다.. 매우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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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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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설 밤인사.. 함정임 작가가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소설입니다. 원래 단편이었던 '어떤 여름'이란 소설을 경장편으로 확대시킨 것이죠.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란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소개가 필요없는 분입니다.

170여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도 한몫하겠지만 굉장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서사이기에 상당히 빠르게 읽힌 소설이었습니다. 당연히 읽는 재미가 있었기에 속독이 가능했겠죠..


로드 무비를 방불케 하는 소위 로드 소설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한국인 여성인 미나, 프랑스인 남성인 장을 두 축으로 윤중이란 한국 남성이 끼어 드는 묘한 3각 관계가 등장하지만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물론 미나에 대한 애틋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간직한 장의 입장을 본다면 이를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나와 장 둘은 포르부라는 프랑스 남부 도시를 목적으로 열흘 간의 동행을 시작합니다. 그들은 이전에도 우연히 이런 식의 동행 경험이 있었죠.

포르부는 독일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자 유대인이었던 '발터 벤야민' 이 2차대전 초기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곳입니다. 나찌 독일의 유대인 박해에서 그도 예외일 순 없었고 포르투갈로 탈출하려던 계획이 그 곳에서 막히자 음독자살을 택했죠. 이 소설은 벤야민의 최후 행적을 따르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벤야민의 삶이 비극적으로 끝났듯 장과 마리 둘의 썸 또한 이어질 듯 하다 결코 이어지지 않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합니다.

밤 인사... 그들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나누게 된 프랑스식 인사이기도 하지만 헤어진 이후 완전한 결별을 뜻하는 인사이기도 합니다.

벤야민 외에도 프루스트, 카뮈 등 많은 고전 작가들이 등장하며 나름 지적인 취향 또한 함께 채워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책에 나온 여러 작가들의 주옥 같은 문장만 보더라도 소장 욕구가 솟구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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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뿌리를 찾아서, 민주주의가 경제다
이병훈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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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4년 12월3일 21세기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안될 사태가 펼쳐졌습니다.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 선관위 등을 점거하고 국회의원 등의 체포를 시도한 비상계엄이 발동된 것이죠. 경제 후진국이나 군사독재 국가에서나 접할 수 있는 계엄령이 어찌 세계 10위 경제 규모의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게 되었을까요..

혹자는 계몽령이니, 야당의 정치 폭거에 대응하기 위한 대통령의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었다는 하는 핑계를 대지만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고 3권 분립을 부정하는 계엄이란 통치 방식은 한마디로 '내란' 그 자체였습니다. 당연히 이를 주도한 윤석열은 내란수괴로 지목되어 현직 대통령임에도 구속까지 되는 수모를 겪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이후 내란죄 재판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저자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해야 했던 배경을 현 정부의 실정 및 김건희를 비롯한 대통령 일가의 부정부패 사례를 상세히 나열하며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었음을 피력합니다. 또한 그를 둘러싼 극우 세력의 실체를 밝히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죠.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친일, 반공, 매국 세력이 그의 뒷배였음을 명확하게 선언합니다.

윤석열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어쨌든 그를 내란 수괴로 등극하게 했던 주변 환경, 인물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부 집권 후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상실되었다는 것입니다. IMF 때와 비견되는 저성장에 빠진 상황이 단순히 러우 전쟁 등 세계 정세에 돌릴게 아니라 현 정부 자체의 실정에서 비롯되었음을 각종 수치를 인용하여 비판하고 있죠. 실제 자료를 보더라도 대한민국 경제는 소위 '진보정권'이 들어섰을 때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제 세습 왕조 체제가 되어버린 북한 김정은 독재를 강하게 반대하며, 공산주의 역시 철지난 이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은 외교적, 경제적으로 활용해야 할 대상이며 그들의 패권주의 또한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 윤석열 정부 또한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반대파 입장에선 현 정부에 반대하는 저 또한 공산 전체주의자이겠고, 계몽(?)의 대상이겠죠... 과연 이런 편가르기가 올바른 것일까요? 내란 세력에 대한 공정하고도 엄중한 심판이 이뤄져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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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 애플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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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약 320만년 전... 북극에 낙타가 살았고, 런던 테임즈 강엔 하마가 헤엄쳤고, 남극에도 활엽수림이 무성하게 발달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지역이 아프리카 저리 갈 정도의 열대 기후를 보였고 빙하가 형성되지 않은지라 당연히 육지의 넓이는 지금보다 훨씩 작았죠.

지구는 정화 작용을 시작합니다. 연이어 빙하기가 오고 온도 상승의 주범이었던 탄소는 상당 부분 지하에, 그리고 지구 곳곳에 묻혀집니다.

19세기 이후 인간이 인위적으로 탄소 배출을 늘리기 시작한 이후 점점 탄소 농도는 320만년과 비슷한 상황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고, 자연 재해도 증가할 것이며 약 10억 명의 인구가 자신이 살던 땅을 잠식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의 자정 작용이 시작될 것이고 많은 종의 생물이 멸망하게 되겠죠..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등 극우세력은 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현재의 지도자부터 원전 등을 강조하고 RE100 같은 활동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용어 자체를 지금은 알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후 변화 및 이에 따른 생물들의 멸종, 변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현재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위기가 극명하게 그려집니다. 이 책은 그간의 무수한 연구로 밝혀진 몇천만 년 전 과거로부터의 기후 변화 및 지구가 변해왔던 과정을 명확하게 과학적 근거를 들어 제시합니다. 혹서에 시달리게 될지 가혹한 빙하기가 다시 오게 될지 쉽게 예측은 되지 않지만 어쨌든 재앙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은연 중 경고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전문적 용어나 과학적 분석 등이 많이 나오는 책이지만 읽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미있게 읽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지금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가 제대로 대입되어 풀어나가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가 다가올 경우 지구는 분명 자신만의 정화 작용을 수행하여 균형을 맞출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기간은 최소 수만년이 걸리고, 그 와중에 수많은 생물이 멸종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런 비극을 우리의 후손에게 경험하게 해야 할까요? 지금의 인류는 미래 후손의 삶을 훔쳐서 살고 있다는 말이 뼈아프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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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 지음, 염철호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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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21세기 카톨릭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복음주의 개신교 등 일부 원론주의 종교를 제외하곤 전 세계로부터 존경 받는 인물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무신론자이기에 이 분이 믿는 종교는 저에게 별 상관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분이 살아온 삶의 무게 그 자체는 제가 감히 평가를 내리고 할 성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교황과 20세기를 대표하는 요한바오로2세 교황은 전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다는 공통점 외에도 각각 악랄했던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와 폴란드의 공산독재를 경험했던 인물 들입니다. 그런 연고로 이 분들은 가난한 이들, 독재에 저항하는 이들의 인권 향상에 큰 비중을 두고 살아온 분들이죠.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추기경까지 재직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굉장히 보수적이며 군사독재에 협력한다는 의심까지 받았던 인물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몰락할 때 그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인물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정치적 반대자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탄압하는 행위를 그 누구보다 반대했던 분입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재정권의 행태이며, 우리 나라에서도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죠..

그러한 교황의 모습은 전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가난한 이들의 편에 항상 서 있는 이미지로 승화했습니다.. 현재 생사를 오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카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쾌차를 응원하는 모습에서 증명되고 있죠.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 자체가 평생 빈자들을 위했던 성인의 이름을 따온 것이기도 합니다.

책은 아르헨티나 군사쿠데타, 베를린장벽 붕괴, 9.11 테러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어우러져 그의 삶의 궤적이 함께 서술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그러한 이슈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과 생각 또한 분명하게 밝히고 있구요.. 늘 없는 자들, 약한 자들의 편에 서고자 했던 교황의 생애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자서전이었습니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그 분의 쾌유를 전 세계와 함께 기원 합니다. 좀 더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 할 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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