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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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리에겐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된 라쇼몬이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 현지에선 최고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으로 잘 알려진 불후의 명성을 지닌 소설가입니다. 일본 최고의 소설가였던 다자이 오사무조차 몇 차례 시도하였지만 끝내 받지 못한 상으로 알려져 있죠.. 그만큼 대단한 상이기도 하거니와 받는다면 흥행 작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상이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에선 동인 문학상의 모티브가 되었고 그 이상으로 평가 받는 상이라 볼 수 있겠죠. 나오키상과 더불어 일본문학계의 양대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상 문학상 정도에 비견된다고 해야할까요..

막상 이리 친숙한 이름임에도 라쇼몬 등을 제외하고 그의 작품 자체를 읽어본 이는 한국 내에서 드물다고 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구요.


이 소설집엔 라쇼몬을 비롯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화 라쇼몬은 단편 '라쇼몬'에서 배경을 가져 왔고 실제로는 여기에도 수록된 '덤불속'에서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두 개의 단편을 합쳐 만든 영화이죠.

1927년에 명을 달리 했으니 거의 100년 전 사망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소위 '읽는 재미'가 대단한 작품 들입니다. 어디선가 읽고 접한 듯 한 내용 들이 꽤나 많이 등장합니다. 라쇼몬뿐 아니라 지옥변을 비롯 거미줄, 귤 등의 작품은 분명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초단편 소설인 귤은 그 짧은 내용 속에 어찌 그리 큰 감동을 담아냈는지 작가의 필력에 경이로움까지 느껴집니다.


다자이 오사무처럼 불과 35세에 스스로 생을 끝낸 작가입니다. 근래 회자되는 소위 '다이쇼 로망'의 한가운데 서있던 작가이기도 하구요. 주로 단편만을 남겼기에 오사무나 나쓰메 소세키 같은 인지도를 얻지 못했었죠. 이제라도 그의 대표 단편선 들을 읽어볼 수 있어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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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김미조 지음 / 수미랑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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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조 작가의 장편 소설 하루... 자살이나 돌연사, 의문사 등 갖은 이유로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이들을 돕는 저승의 서비스를 내세운 판타지 장르의 소설입니다. 미처리 시신의 주인공에겐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를 '치다꺼리'하는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 또한 죽은 자임엔 틀림없지만 어찌하여 이런 일을 맡게 되었는지는 소설 말미에 가서야 밝혀지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시대의 흐름이 변하면서 1인 가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차저차한 이유로 가족들과 아예 연을 끊고 사는 이들 또한 많아지고 있죠. 이런 이들이 자택에서 목숨을 잃을 경우 그 시신은 짧게는 몇일부터 길게는 몇달에 이르기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세태의 변화가 낳은 비극이죠..


자신이 죽은 것도 억울한테 시신마저 방치되고 있다니 만일 영혼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면 엄청난 한으로 남게 되겠죠. 저승에선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하루의 서비스 시간을 부여합니다. 물리적 힘은 부여되지 않지만 다시금 세상에 내려와 자신의 시신이 어찌 처리되는가를 살펴 볼 수 있죠. 이를 돕는 인물 또한 존재합니다.

상당히 특이한 소재이지만 판타지 형식을 담아 재미있게 풀어나간 소설입니다. 장르는 판타지지만 고독사의 경우 우리 주변에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인지라 서사 자체의 핍진성은 꽤나 리얼하게 다가옵니다.

어찌 보면 냉혹해진 우리의 세태를 소설의 힘을 빌어 엄중히 비판하는 느낌까지 받게 됩니다. 우리가 주변에 대한 관심을 끊을수록 그 역도 당연히 성립될 것이고, 우리 또한 고독사를 당하는 1인이 되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요..

소설은 비록 허구의 내용을 소재로 삼지만 일정 정도는 사실에 근거한 허구를 담아내기 마련입니다.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읽기도 쉽고 재미있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좀 더 주변에 이목을 귀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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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ANGST
김인숙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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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작가.. 이상 문학상을 비롯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었던 작가이죠. 이 정도면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소설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은근 많은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발간된 '자작나무숲'은 저장강박증, 즉 호더인 할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바로 시작합니다. 그것도 자신이 산처럼 쌓아 놓았던 쓰레기 더미에 깔린 죽음이었죠. 그리고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살아 있던 '그 것'이 발견됩니다..

그녀의 손녀인 유리 및 한때 유리의 연인이었던 보하의 시각으로 조금씩 이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얽혀져 있던 미스터리가 차근차근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15세에 유리를 출산한 엄마, 그리고 아빠와 아들이 동시에 행방불명되었던 그 집(?)의 비극... 초반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떡밥들이 제대로 투척되고 이는 조금씩 회수되기 시작합니다.

워낙 필력 그 자체로 이미 인정 받은 작가인지라 읽어 가는 재미가 대단했던 책입니다. 마치 퍼즐을 맞춰 가듯이 조금씩 이어지고 연결되고 해결되는 미스터리 요소 또한 인상적입니다... 순수 문학 장르이며 정석 스토리물에 가까운 소설이지만 한편으론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까지 느껴가며 읽었던 책입니다.

종종 뉴스에 보도되곤 하는 쓰레기 더미에 묻힌 집,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 흔히 다룰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이를 소재로 채택하여 멋진 이야기를 창출해 내는 작가의 능력엔 당연히 감탄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론부는 꽤나 충격적이면서 예측 불가했던 상황으로 마무리 됩니다. 조금은 찝찝하기도 하구요.. 깔끔한 결론을 원했던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이 바로 김인숙 작가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더욱더 오래 작품 활동을 해줬으면 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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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llow Ones
박태성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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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성 작가의 소설 The Hollow One은 영어로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답게 영문, 한글 번역본 두 편이 수록된 책입니다. 영문이 앞에 나오고 같은 내용의 한글본이 뒤에 나오죠. 그러다 보니 책의 두께에 비해 분량은 중편 소설 정도인지라 가볍게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영문판을 먼저 보든 한글판을 먼저 보든 개인의 선택이 되겠습니다. 전 한글판을 먼저 읽은 케이스입니다. 한글판을 보고 영문판을 들춰 보니 훨씬 손쉽게 번역이 되더군요..

이 소설은 굳이 분야를 나누자면 호러, 공포 소설 장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아빠의 전근으로 인해 원하지 않은 전학을 하게 된 청소년 "나"는 곧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 생활에 점차 적응하게 되지만 어느날 기이한 현상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는 학교에 관련된 기록물, 기사 등을 통해 체육관 지하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수영장이 존재하고 있고 거기에서 수년 전 한 학생이 실종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를 더욱 파헤쳐간 '나'는 계속해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고 당국이 이를 쉬쉬하며 감췄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어딘가로부터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듣게 된 나는 친구들과 함께 사라진 그, 즉 '에반'을 찾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그렇듯 초반을 넘어서면 꽤나 긴장되는 분위기가 펼쳐지고 하나하나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이 때론 섬찟하게 묘사됩니다. 기대했던 바에 비해 조금은 싱거운 마무리가 옥에 티이긴 하지만 이 소설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임을 염두에 둬야 할 듯 합니다.

어찌 보면 망령을 만나긴 하지만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적응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소설에 지나치게 고어한 내용을 넣을 순 없었겠죠. 그럼에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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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
양수련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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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격인 제나는 2059년 미래에서 현재로 넘어오게 된 AI 나노봇입니다. 트랜스포머처럼 모습을 자동차나 인가처럼 바꿀 수도 있고, 자신이 태운 인간이 잠재적으로 원하는 시공간까지 타임슬립까지 가능한 사기캐에 가까운 존재이죠.

제나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릅니다. 뭔가 오류가 있어 이 세계로 시간 이동을 했다는 것만 어림짐작할 뿐이죠.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을 우선으로 둬야 하는 목적을 지닌 존재이기에 자신이 태우게 되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을 바라보며 인간이 지닌 제 1능력을 학습해 나갑니다.


소설의 장르는 전형적인 SF 장르물이지만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휴머니즘 소설에 가깝습니다. 제나가 태우는 손님은 임산부부터, 3류 소설가, 무명 배우, 학폭 가해자, 불량청소년 등 상당히 다양합니다. 제나가 직접 이들의 얽힌 사연을 풀어주지는 않지만 이들을 그 어딘가의 시공간으로 데려다 주는 역할은 충실히 수행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승객 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현재보다 나은 미래,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합니다.

또한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 제나는 점점 인간이란 존재를 더욱 잘 이해하는 로봇으로 진화하게 되고 다시 돌아갈 자신이 있어야 할 시대를 준비하게 됩니다.

명쾌한 권선징악을 내세우거나 억지 신파조의 감동을 강요하는 소설이 결코 아닙니다. 제나의 여정 속에 만나는 이들의 미래는 읽는 독자들 또한 확신할 순 없고 대부분 열린 결말의 형태로 마무리됩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여지'를 남기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각양의 사람들의 각색의 사연을 접하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일생을 살아가며 제나 같은 존재를 한번쯤은 만나고픈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제나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창출되었기에 더더욱이나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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