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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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볼 때마다 세월이 지나가고 해가 바뀌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벌써 47회 째를 맞이하고 있네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과 한국 소설의 시류를 느끼게 됩니다.

이번에도 대상 수상작 조경란 작가의 일러두기를 비롯해 우수작으로 뽑힌 5명의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서 읽는 재미 또한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죠. 조경란 작가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접한 적 있는데 언제나 자신만의 색채를 한껏 드러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 작품 또한 무언가 작가의 색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번 소설은 정말 쉽게 읽히면서도 무언가 아련한 느낌을 부여합니다. 멋지게 살아가고자 하면 일단 살아야 합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발목을 잡을 수는 있지만 그 기억을 덮을 수 있는 멋진 기억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에 우리는 이 삶을 버텨가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품속 미용과 재서의 삶은 일견 공통점이 없는 듯 하지만 어찌보면 운명처럼 얽혀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일러두기'를 통해 그들의 관계는 어느새 재정립되고 무언가 새로운 미래의 기억을 쌓을 수 있는 상태로 화하게 되죠.. 이런 과정이 극적인 서사 없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술되어져 있기에 오히려 이 소설은 빛이 납니다.

다른 다섯 작가의 소설 또한 충분히 대상을 다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제 선입견이 작용하긴 하겠지만 조경란 작가의 대상 작품처럼 물흐르듯 읽게 되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박민정 작가의 전교생의 사랑, 성혜령 작가의 간병인, 최미래 작가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등은 인상 깊게 읽는 단편 들입니다. 살짝 마무리가 아쉬운 작품도 물론 있었지만 충분히 한국 소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작가들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상이란 작가가 20세기 초반 한국 문학을 대표했던 작가였듯이 그의 이름을 딴 이 문학상 역시 오래도록 유지될 것입니다. 몇년 간 빠짐 없이 수상집을 읽어 왔습니다. 대부분 읽는 보람이 있는 작품들이었구요..

앞으로도 쭈욱 이 경험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이 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미래의 작가 및 지망생 들도 함께 응원하고 싶습니다. 제가 앞으로 읽을 작품 목록에 꼭 들어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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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환 -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승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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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에 살짝 좌절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책은 일단 흐름을 타면 왠만한 소설보다 빨리 읽히는 법이죠.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되는 데이비트 C 코튼은 심지어 독자가 읽기 쉽게 자신의 논지를 펼칠 줄 아는 학자이더군요.

이동 중 버스 안에서도, 공연 대기중에,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끝을 바라보게 되었고 제 자신이 이 분의 주장에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앞으로의 지구가 맞이하게 될 운명에 대해 진정 많은 걱정을 하고 있으며, 비극적 결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공동체의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가 깨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옹호하는 이로 칭합니다. 우리가 부러워 마지 않는 천조국이자 대제국 미국인이기도 합니다. 무조건적인 포퓰리즘 퍼주기, 과격한 노조, 공산주의 등은 저자가 분명 반대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현재 소위 '보수'를 자청하는 이들의 허상과 기만을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 지구로부터, 그리고 약한 나라로부터, 소수 인종으로부터의 무자비한 착취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현재의 보수 세력임을 명확히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타국, 타인을 망치는 것뿐 아니라 우리와 미래 후손이 살아가야 할 지구조차도 망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모국인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쳐온 여러 활동은 정의와 자선 활동으로 포장된 신제국주의적인 행위였음을 명확히 합니다. 이는 작가의 전작인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을 제2의 모국으로 치부하며, 툭하면 성조기를 들고 문제 해결을 외쳐대는 우리나라 일부 정치 세력이 이 책을 접한다면 참으로 볼 만할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현재 우리는 전환을 이뤄야 할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보수의 행태에 반대표 하나 던진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위대한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지구공동체를 지향하고 지구헌장을 실천함에 그 길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를 여기에 모두 정리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책을 읽어가면서 저 또한 지구공동체를 강하게 지지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를 현재는 '진보'라고 칭할 수 있겠습니다.

어려울 것 같지만 읽다보면 결코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책 하나 읽어 보지 않고 나는 보수고 내 입장에 반대하는 자들은 다 빨갱이야...라고 주장한다면 그냥 천박한 인식을 가진 자, 그 자체이겠죠... 진보를 자청하는 세력 또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임팩트가 강한 내용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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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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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씨는 일본 전격 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가인 코교쿠 이츠키의 연작 소설입니다. 사에즈리 도서관을 찾는 회사원, 교사, 까칠한 신사, 그리고 도서관의 최고 관리자인 와루츠 씨까지 여러 인물 들의 책에 얽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도서관에 관련된 에피소드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의 배경 설정이 또 다시 벌어진 세계대전 이후의 근미래라는 것이 보다 흥미롭습니다. 인구가 많이 줄었고 자원도 부족하고 세상에 존재했던 상당수 종이 책이 소실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다소 암울한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교육 등 사회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하지만 더 이상 종이로 된 책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있어 모든 정보는 단말기를 통해서만 읽게 된 세상입니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거나 특수 직종에 근무하거나, 아님 종이책의 희소성에 주목하는 일부일 뿐이죠.. 물론 순수하게 종이 책의 질감을 느끼며 얻게 되는 지식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소설에선 주로 이들이 느끼게 되는 행복함과 뿌듯함을 그리고 있죠..

젊은 여성이지만 책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야 하기에 도서관을 굳굳하게 지키고 있는 와루츠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녀의 말과 소설 속 행동을 통해 그간 종이책을 대면했던 저의 태도 또한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묘한 감동이 함께 하는 소설입니다. 암울한 미래이지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억지 감동을 끌어오지 않음에도 훈훈한 마음을 절로 돋게 하는 책입니다. 앞으로 내가 소유하고 있거나 나에게 다가올 모든 책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이란 존재는 정말 많은 도움을 인간에게 주고 있네요.. 우리가 다소 지겨워하던 교과서 역시 책의 일종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교육이란 성과를 얻어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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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NEON SIGN 7
청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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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 작가의 장편 소설 수호신은 오컬트적인 색채가 짙은 괴기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를 숭상하는 우신교라고 불리우는 특정 종교, 무당, 그리고 신비에 쌓인 설이란 존재가 등장하고, 심지어 AI 사제까지 등장합니다. 살짝 근미래가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대학 신입생 이원은 자신을 좋아하는 남학생 들의 잇단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같은 써클 동기인 설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점집에서 무당은 그녀에게 악신을 포함한 6명의 신이 붙어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녀는 설의 도움을 받아 AI 사제인 우바리를 찾게 되고 AI가 알려준대로 자기에게 붙은 신을 제거하는 의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친한 가족이었던 오빠마저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과연 그녀에겐 어떤 저주가 내려진 것이고 그녀는 어떻게 이 액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신이란 존재를 믿는 이들은 우리 주위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무수한 일들은 사실 인간이 행하는 것이고 결과 또한 인간에 의해 탄생합니다.. 신을 의식하고 의지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일은 신이 점지한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어찌 보면 어리석으면서 조금은 비겁한 행위가 신을 믿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떤 희비극도 신의 덕,탓으로 돌려 버리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 소설에서도 결국 모든 일의 인과는 이원을 둘러싼 인간들의 행위에서 비롯되어졌음이 밝혀집니다. 물론 그녀를 둘러싸고 발생했던 많은 우연적 일에 대해 작가는 여백을 남겨 놓습니다.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믿으면 될 것이고 무신론자들은 역시 생각하는대로 믿으면 되게끔 만드는 결론입니다..

샤머니즘스런 종교적 배경이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이었고, 그러하기에 느끼는 재미는 상당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떡밥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결국 그 한을 쌓이게 하고 풀어낸 건 소설 속 인간 들의 행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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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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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추리 소설 금붕어룰렛은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장르의 구조를 가진 책입니다. 상류층으로 가는 사다리가 거의 치워져 버린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언가 한탕을 바라는 흙수저 들의 갈망은 여전히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코인 등 불로소득을 통해 그 꿈을 이루려는 것이죠.

어느날 사설 투자 자문 회사의 대표가 칼을 맞은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 회사 직원 사칭남 역시 끔직한 상태의 시체로 발견되죠.. 둘 모두 어려운 이들을 코인 사기로 등쳐 가며 돈을 모으던 사기꾼 들이었습니다. 죽어야 마땅한 이들이지만 그래도 살인은 살인입니다. 베테랑 형사와 갓 임용된 MZ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으로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에게 당하는 여러 피해자 들이 등장합니다. 사기 수법은 나름 다양하지만 결국 한탕을 노리던 피해자 들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고 해야 할 듯 싶습니다. 흔히들 속인자도 속은자도 모두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저 역시 느낀 점입니다. 물론 그들의 절박했던 처지를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요..

이들 피해자들 역시 이번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들입니다. 물론 피살자들이 워낙에 인간 쓰레기 들이다 보니 치정 등의 문제 또한 걸쳐 있습니다.

하나하나 반전이 드러나며 사건이 조금씩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것 역시 흥미를 돋구는 포인트입니다.

결국 악인들은 죽음을 맞지만 이를 사적 복수로 해결하고자 했던 범인들 또한 큰 동정의 여지는 없더군요.

이 소설은 현재 핫하게 등장한 투자 수단인 '코인' 즉 가상 화폐가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국회의원부터 일반인까지 코인 투자 열기에 정말 많이들 편승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물론 자기의 의지이겠고 그 책임 또한 자기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나오는 지나친 욕심이 항상 문제입니다. 이를 노리는 이들 또한 분명 있을테구요..

윈윈이 아닌 제로섬 게임이 되어 버린지 오래 된 우리 사회입니다.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잃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나름의 교훈 또한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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