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 기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이지만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선진국 평균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가부장적 질서가 온존하며, 여성의 역할에 대해 여전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고 '미투' 등의 사안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마치다 소노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친숙해졌던 작가입니다. 3권까지 나왔지만 아직 2권까지 밖에 읽지 못했네요. 일상에 분명 존재할만한 인물들을 내세워 쉽게 공감을 얻어내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작가로 기억합니다. 내용 또한 너무 재미있었구요..
게시미안이라는 장례지도업체에 근무하는 '마나'라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연작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마나만 해도 자신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연인과 갈등을 겪는 캐릭터인데 장례식으로 얽힌 치와코, 료코, 스다 등 다른 등장인물 들 또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이죠.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던 전 남편 애인의 장례식을 도와야 하는 치와코..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급우 부친의 장례식을 담담해야 하는 스다..
전 애인의 장례식에 참여한 료코 등등.. 각각의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은 고인을 보내는 의식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습니다.
이 와중에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 직업에 대한 편견, 학폭, 성소수자 문제까지 작가는 꼼꼼하면서도 확실한 문제 의식을 던져줍니다.
새벽의 틈새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소설의 말미에 가서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깊은 어둠이 지나면 필히 새벽은 오고 찬란한 아침이 밝아오는 법이죠. 그러나 이 틈새에 갖혀 아침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는 이들은 우리 주위에도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그들의 노력 여하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그릇되고 오도된 시각은 쉽게 그들을 놓아주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건 아침은 반드시 온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죽음'이라는 의식을 치루는 장례업체의 활약(?)을 통해 오히려 삶의 의미를 더욱 깊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삶과 죽음은 평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