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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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옌렌커... 현재 시점에서 중국 현대 소설가의 대표격이며 이미 노벨상을 수상한 모옌과 함께 위화 등과 더불어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시 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국에도 그의 소설들은 많이 번역되어 나와 있으며 영화로도 제작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의 작품을 모두 찾아 읽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4편 정도 본 듯 하고, 연월일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된 소설입니다. 1996년 불현듯 작가가 영감을 얻어 집필한 소설이라니 벌써 30년이나 지났네요..


혹독한 가뭄이 중국 어느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후 사람들 전부가 마을을 버렸지만 유일하게 남은 셴 영감과 그가 거둔 늙고 눈먼 개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셴 영감은 먹을 것과 물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옥수수 한그루를 키워내기 위해 모진 고난을 감내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죽음을 결정지어야 할 상황이 그와 장님개에게도 찾아오고 셴 영감은 선택을 하게 되죠..

그들이 겪는 고난, 그럼에도 희망을 꽃 피우겠다는 의지, 노인과 개의 종을 뛰어 넘는 우정 등이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노인 홀로 자연에 도전한다는 내용에서 어찌 보면 중국판 '노인과 바다'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살짝 결이 다르고 후반부 느끼게 되는 감동 또한 다른 차원이라 할 수 있죠.


생명은 유한한 것이기에 이 세계에서 생명체들의 죽음은 너무나 당연하고 흔한 일입니다. 죽음 가운데 새로운 생명들 또한 태어나는 법이구요. 죽음을 수용함으로써 오히려 죽음을 극복해낸다는 명제는 종종 활용되긴 하지만 이를 실감해 내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을 읽는다면 이를 십분, 아니 백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간 읽었던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여운이 오래 갈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너무나 슬픈 결말을 생각하면 한참 후에나 다시 읽어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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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잡지를 읽다 - 『동광』 창간 100주년, 그리고 『새벽』, ‘금요강좌’
이만근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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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잡지를 읽다...는 일찌감치 흥사단 활동에 투신했던 저자 이만근 씨가 과거의 기록 들을 모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꽤나 두툼한 책의 무게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능한 많은 것을 담아내고자 노력한 책이죠.

흥사단은 위대한 독립운동가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일제 시대 창립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회 의식을 고양시키고 때론 저항의 길을 걸었던 단체이죠. 대학로를 자주 나가는 분이라면 도산의 흉상과 함께 대학로 요지에 자리 잡은 흥사단 건물이 꽤나 익숙할 것입니다.

이곳에서 펴냈던 잡지가 바로 동광 및 새벽입니다. 일제 시대 동광이란 이름으로 발간되었고 해방 이후 한글화 정책에 따라 새벽으로 이름을 바꿨죠.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문인, 사상가 들이 편집이나 필진에 관여했습니다.

주요한, 구상, 이어령, 함석헌, 김동길 등 이름만으로도 익숙한 분들이 나오며 이광수, 김동인, 최인훈 등 쟁쟁한 문인들 또한 잡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체공녀 강주룡으로 잘 알려진 일제 시대의 파업 투쟁 역시 동광에 제일 먼저 실렸습니다.

동광은 일제의 탄압 및 주요 필진의 친일파 전향 등으로 힘을 잃은데다 끝까지 일제에 맞섰던 이들은 해방 후 이승만의 친일파 재등용에 실망해 상당수가 월북하게 되어 한동안 폐간 상태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과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을 추구하던 이들의 염원을 담아 다시 복간한 새벽 또한 시대 저항의 상징으로 영원한 명성을 얻게 되죠. 이는 금요강좌로 이어져 유신독재, 군사독재 시절까지 그 위력을 발휘합니다.

저자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긴 소설이나 논문은 어쩔 수 없더라도 주요 부분을 발췌해 책에 삽입했고 꽤 많은 시나 강좌도 요약되어 실려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록 필진 중 변절하거나 공산주의에 경도되고, 절필까지 해야했던 이들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남긴 글과 업적 자체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후일 어찌 되었든 그들의 역사, 그들이 펴냈던 잡지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항상 우리의 앞날을 걱정하고 기득권 세력에 맞서고자 했던 이들은 반드시 존재했었습니다. 읽는 내내 그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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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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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라는 말... 요즘 많이 쓰이는 유행어입니다. 연예인 또는 특정 인물 중 좋아하는 수준을 한참 넘어선 대상을 가리키는 용어이죠.

일본 작가 사쿠라이 치히메의 소설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는 비유적 제목을 내세운 소설이 아닙니다. 실제로 자신의 삶의 중심이었던 아이돌 연예인을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된 잔혹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졌기에 실제 살인까지 발생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일까요..


소설은 세명의 시점에서 교차적으로 진행됩니다.

쇼지 하나코.. 학교에선 존재감 제로의 여학생이지만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의 2인자 격인 연예인의 극성 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쓰키미야 요후네... 하나코를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의 남학생이고 그녀가 관심을 가진 아이돌을 연구(?)하며 그녀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본격적인 살인 계획을 세우죠.

후지카와 이사미... 인기 남성 5인조 그룹 백 나우에 속한 멤버지만 인기 척도는 항상 2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는 어느 순간 폭력적 형태로 표출됩니다.

그들 각자에겐 무언가 행동에 옮겨야 할 각자만의 이유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정의 무관심, 폭력, 영원한 2인자로서의 설움 등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소설 속의 내용이라지만 은근히 공감가는 부분 또한 많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기에 다른 이에게 뺏기느니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은 광적인 사랑이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입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유사한 생각을 해 본 이들이 분명 있겠죠. 연예인에 대해 광적인 관심을 보이는 소위 사생팬 또한 한국에서도 흔히 목도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러한 현실적 측면을 제대로 스토리화한 스릴러 물입니다. 일본이 아닌 한국이 배경이라 해도 크게 어색하진 않을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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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극우가 온다
정민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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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사태 때 많은 기성 세대들이 이를 반대하기 위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결국 내란음모 수괴죄로 윤석열은 무기징역 형을 받았습니다. 일련의 사태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서부지법 무법 폭력 사태에 이어 윤어게인 활동까지... 여전히 계엄을 옹호하고 이를 계몽령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아직 우리 사회엔 꽤나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특이할 점은 20대.... 더 넓혀 보면 10대 후반 층 상당수가 윤어게인 지지 세력임을 공공연히 표방하고 나섰다는 점이죠. 혐오를 양산하고 보수화된 기독교의 영향만으로 봐야할까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저자인 정민철은 2001년 생이고 이제 겨우 만 25세의 젊은 청년입니다. 청년의 시각으로 극우화되고 있는 청년들을 바라 보았습니다.

일단 그는 새롭게 여론 창출의 도구가 되고 있는 유튜브, SNS 등에 민주화 세력이 무지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청년 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21세기 이후 철저히 개인화된 사회, 각자 도생의 사회가 열리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청년 층에 마땅히 소구할 수 있는 대안이 없음 또한 지적합니다.

이러한 빈틈을 코인을 노리는 극우 유튜버 등은 아주 능수능란하게 파고 들어 옵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기성 세대에 대한 화풀이에 청년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민주화 세력인 40,50 세대와 10,20 세대의 단절이 공식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건전한 보수는 극단적인 흐름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끊임 없이 혐오를 생산해내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극우 세력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 막는 사회악이라 볼 수 있고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 부류 들입니다.

저자의 명확한 분석 및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대안에 한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는 반민주적 세력이 준동하지 않고 이 땅의 민주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저부터 실천하겠다는 결의를 다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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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7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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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로 잘 알려진 생텍쥐베리지만 문학가로서의 정수는 중편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야간비행에 담겨져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밀도 있는 문장들과 생생한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며, 작가의 실제 최후를 생각할 때 많은 연관성을 지닌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 속 파비앵과 작가의 최후는 거의 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나라에선 어린 왕자 다음으로 잘 알려진 작품인지라 비아에어메일이란 창작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고, 심지어 소설 이름을 딴 극단 역시 존재합니다.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초판본, 무려 앙드레 지드의 서문이 실려 있네요..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에 나오는 모습처럼 소설의 배경이 되던 당시의 비행기는 꽤나 열악한 수준이었습니다. 단엽기였고 제대로 된 관측 장비나 통신기가 부재했기에 조종사의 기량에만 의존해야 했죠. 전쟁에서 활용되기도 했지만 평화시엔 우편물을 신속히 배달하는 일이 민간 항공 업체의 주요한 업무였습니다. 지금같은 대량 여객 수송은 꿈에서도 생각치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열차 산업의 발달은 우편 항공 업체에게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조종사들이 자는 동안 열차는 24시간 달리는 체제를 구현해냈으니까요. 이 상황에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야간 비행'입니다. 조종사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시도였지만 분명 누군가는 시도하여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항공산업을 안정화 시켜야 할 중요한 책무였죠.


용감했던 비행사, 남편을 결국 읽어야 했던 아내, 원칙주의자이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라 할 수 있는 리비에르 등 다양한 캐릭터가 저마다의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등장합니다. 일정 비극을 탑재한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슬픔보다는 그들의 도전과 희생을 오히려 응원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명성을 제외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고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책이죠. 그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기술 수준 등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기에 비행기의 역사 또한 어림 짐작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거대한 항공 산업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행이 가능해진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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