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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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 보는 작가 시오타 다케시... 알게 모르게 미스터리 분야에서 꾸준히 업적을 쌓아온 작가입니다. 이번에 그의 신작 '존재의 모든 것을'을 처음 받았을 때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에 잠시 기겁하기도 했지만 그 많은 내용을 담아내면서도 결코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결과적으론 감탄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서문조차 70페이지에 가깝습니다.


30년 전 발생한 이중 유괴 사건.. 한 아이는 생환했지만 범인은 결국 놓치게 되는데 다른 아이가 무려 3년이 지나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모친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방임되었던 아이는 유괴 이후 오히려 반듯한 모습으로 자라나 촉망 받는 사실화 화가로 자리잡게 되죠. 그렇지만 유괴는 엄연한 범죄... 이를 쫓던 형사들에겐 회한이 남는 사건입니다.

30년이 지난 후 현장을 지휘했던 형사 한명이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합니다. 그리고 그와 친분을 나눴던 기자가 잃어버린 3년을 추적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죠.

두꺼운 책인만큼 기자의 추적과 한때 유괴된 소년과 썸을 탔던 미술관 큐레이터의 회상을 통해 조금씩 진실을 향하는 빌드업이 이뤄집니다. 그 와중에 일본 미술계의 악습, 경찰, 기자 조직의 지휘 체계 등 다양한 일본의 이면을 알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입니다.


미스터리로 시작한 소설이지만 결론은 휴머니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벅찬 감격까지는 아니었지만 은은한 감동을 주는 결말로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한 소년의 삶에 있어서 전환을 이뤄낸 유괴 사건.. 범죄 행위로 낙인 찍기에 이 소설에서 구현되는 유괴는 홍보 문구 그대로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되는 행위로 자리잡습니다.

던져진 떡밥을 모두 회수하는 치밀한 구성, 소설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사실화'라는 그림처럼 세밀하게 묘사되는 배경 등등... 꽤나 수작이라고 평할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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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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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여사의 역작입니다. 80년 전에 출간된 이미 고전 그 자체로 불리우는 책이지만 여전히 일본과 일본인, 일본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로 현재까지도 주목 받는 저서이죠.

사실 거진 30여 년 전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진도도 잘 안나가고 꽤 어렵다고 생각하며 읽었고, 내용 자체도 천황에 대해 일방적 충성심을 바치고, 각자의 서열과 위치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정도 밖엔 기억 나는게 없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생각보다 훨씬 내용이 쉽게 다가옵니다. 읽는게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인문학적 지식이 쌓인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본을 수십 차례 이상 방문했던 경험이 더 큰 듯 합니다.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 여사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책입니다. 태평양전쟁 중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쓰여진 것이 이 책입니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모토 하에 기획된 책이죠.. 저자는 일생 동안 단 한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본계 미국인들과의 인터뷰, 문헌학적 연구를 통해 이런 대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지금에 와선 조금은 편협되었고 조금은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고 비판 받기는 하지만 한참 전쟁 중인 당시로선 최선의 결과를 낳아온 연구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후 미국은 이 저서에 기반해 천황을 전범으로 기소해 처형대에 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신으로 추앙받던 천황을 일개 인간으로 격하시키는 작업은 철저하게 진행합니다. 악랄하게 저항하던 일본인을 순순히 굴종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방법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도 큰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항상 친절하고 선진국에 걸맞는 매너를 가진 일본인들... 그러나 한편으로 혐한이 판치고 군사력 재무장을 외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위안부나 식민지 시절 착취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없었구요...

과연 일본이란 나라가 거악 그 자체라서 그럴까요? 이 책을 읽어 보면 어느 정도 그 해답에 접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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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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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이지만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선진국 평균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가부장적 질서가 온존하며, 여성의 역할에 대해 여전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고 '미투' 등의 사안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마치다 소노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친숙해졌던 작가입니다. 3권까지 나왔지만 아직 2권까지 밖에 읽지 못했네요. 일상에 분명 존재할만한 인물들을 내세워 쉽게 공감을 얻어내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작가로 기억합니다. 내용 또한 너무 재미있었구요..

게시미안이라는 장례지도업체에 근무하는 '마나'라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연작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마나만 해도 자신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연인과 갈등을 겪는 캐릭터인데 장례식으로 얽힌 치와코, 료코, 스다 등 다른 등장인물 들 또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이죠.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던 전 남편 애인의 장례식을 도와야 하는 치와코..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급우 부친의 장례식을 담담해야 하는 스다..

전 애인의 장례식에 참여한 료코 등등.. 각각의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은 고인을 보내는 의식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습니다.

이 와중에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 직업에 대한 편견, 학폭, 성소수자 문제까지 작가는 꼼꼼하면서도 확실한 문제 의식을 던져줍니다.

새벽의 틈새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소설의 말미에 가서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깊은 어둠이 지나면 필히 새벽은 오고 찬란한 아침이 밝아오는 법이죠. 그러나 이 틈새에 갖혀 아침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는 이들은 우리 주위에도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그들의 노력 여하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그릇되고 오도된 시각은 쉽게 그들을 놓아주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건 아침은 반드시 온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죽음'이라는 의식을 치루는 장례업체의 활약(?)을 통해 오히려 삶의 의미를 더욱 깊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삶과 죽음은 평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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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 달달북다 7
예소연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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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작년 이효석 문학상 최종심에 올라 우수상을 수상했던 '그 개와 혁명'이란 작품으로 기억하는 작가입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80년 대 후반 운동권의 NL, PD 계열의 노선 투쟁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이를 후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애틋함으로 승화시킨 것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봤던 독자로서 많은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었고 특이한 성씨를 가진 작가라 이름 또한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도서출판 북다의 달달북다 시리즈는 신진작가 들의 단편을 출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로맨스를 기본으로 칙릿, 퀴어, 하이틴 등으로 장르를 보다 세분화 하고 있죠. 이 책은 하이틴 시리즈의 시작을 여는 작품입니다.


하이틴물이기에 기본적으로 고등학생 신분의 청소년 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학교폭력 및 그 와중에 싹트는 학폭 피해자들의 썸이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놈도 착한 놈이었어'라는 식의 클리세적 결말이 등장하진 않고 화자이자 주인공격인 '서동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학폭 가해자 명태준, 피해자 이석진의 모습을 담담히,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립니다.

석진과 동미의 풋풋한 로맨스 또한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합니다. 60페이지가 채 안되는 짧은 내용이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설레임, 안타까움, 분노, 통쾌함 등이 모두 이 한 권에 녹아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사람은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리지만 첫사랑, 그리고 남에게 괴롭힘 당한 기억만큼은 쉽게 잊기 어렵습니다. 핵심 기억으로 남아 오랫 동안 자신 안에 머물게 되죠.. 동미와 석진, 심지어 태준에게조차 길게 남아 있을 기억들... 작가는 이러한 부분을 '순간'의 묘사 속에 잘 담아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목 자체도 굉장히 잘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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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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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21세기 들어 일본에서 가장 글 잘쓰는 소설가는 아닐지라도 가장 인기리에 책이 팔리는 작가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라면 전혀 꿀리지 않는 작가입니다. 출간만 되면 반드시 챙겨 보고야 마는 매니아층까지 존재합니다.

또한 다작으로도 유명하고 워낙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작가입니다. 미스터리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포츠, 드라마, 감동소설 장르까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그러다 보니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읽고 나서 실망감이 드는 작품도 분명 존재합니다.

'비정근'.... 소위 기간제 교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6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단편 들은 초등학생,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들을 모았지만 아기자기한(?) 내용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 불륜 등의 소재까지 다루기에 어느 정도는 파격적입니다. 또한 작가의 강점 분야라 할 수 있는 미스터리 물이기에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큰 사명감 없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기간제 교사에 임하는 주인공.,.. 주로 출산, 사고 등으로 자리가 빈 초등학교에 땜빵으로 투입됩니다. 제발 큰 사고만 없이 지나가라..라는 맘을 갖지만 가는 곳마다 늘상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에 바쁩니다. 어찌 보면 사고가 주인공을 따라다닌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것들을 말끔히 해결하고 나름의 교훈까지 안겨주는 것은 역시나 주인공의 몫입니다. 각 단편마다 다양한 암호(?) 들이 등장하는데 막상 알고나면 싱겁지만 이를 미끼로 던지고 반전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이번 소설은 작가가 조금 힘을 빼고 쓴 느낌이 강합니다. 호흡이 짧은 단편 소설인데다가 아동, 청소년이 주인공이기에 하드코어 일변도로 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읽는 재미가 너무나 훌륭하기에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구나...를 외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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