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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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펠리시타 호.. 세계를 일주하는 크루즈선의 이름입니다. 약 3개월 간 전 세계 주요 항구를 차례로 기항하며 관광을 제공하고, 배 안에 온갖 즐길거리도 갖춰 놓은 나름 호화 유람선이죠. 주인공 격인 마리, 그리고 그녀와 친분을 맺게 되는 주요 인물인 안, 카미유가 탑승한 배 이름이기도 합니다. 20대, 40대, 60대로 나이 차이도 꽤 나는 세 명의 여성입니다.

이 소설은 지금은 꽤나 인기를 끄는 작가로 부상한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처녀작 장편입니다. 첫 소설부터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죠..


끝도 없이 피우는 남편의 바람과 외면에 지친 마리, 40년 간 함께 한 파트너와 헤어진 안, 어렸을 적 초고도 비만이었던 트라우마를 지금도 겪고 있는 카미유... 이들은 독신만이 탈 수 있는 이 크루즈에 함께 탄 이후 곧 친한 사이로 발전합니다. 각자의 고민만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고민까지 함께 상담하고 해결해 주면서 이들의 친분은 여성 연대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나이에 상관 없이 한단계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한편 진지하지만 전체적인 소설의 방향은 꽤나 유쾌하고 한편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세상의 약자 취급을 받던 그녀들이 스스로 굳건하게 서나가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로 작용하기도 하구요.


인생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은요.. 그렇지만 인생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 자체는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한 시도에서부터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법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사랑스런 세 여성의 캐릭터를 보면서, 독자들 또한 많은 용기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설적 재미도 꽤나 잘 갖춰진 책인지라 점점 줄어가는 페이지가 아쉬웠던 작품입니다. 앞으로 이 작가의 소설을 더욱 자주 찾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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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다시없을 영웅의 기록 -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김신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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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무반동포를 의미하는 영어 이름이기도 하지만 경주마였다가 군마로 차출되어 한국전쟁 말기 큰 공을 세운 말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너무나 비극적인 사태이고 다시 일어나선 안될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상황에서 영웅적 활약을 보이는 인물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각종 훈장, 서훈, 특진 등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하나의 상징이 되고 있죠.

그런데 직접 싸운 군인도 아니고 이를 도운 민간인도 아닌 한낱 동물이 이런 영예를 모두 수여 받았다면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레클리스... 한국 이름 아침해.... 서양마와 조랑말의 혼종이던 어린 암말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이 책은 레클리스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그려낸 실화 소설입니다.


사진상으로도 확인 가능하듯 그렇게 큰 체구를 가진 말이 아닙니다. 몸무게가 400키로 그램 초반대로 경주마치고는 상당히 작은 체구입니다. 그럼에도 레클리스가 한국전 종반부 고지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전투가 가장 격렬한 상황에선 1톤이 넘는 포탄을 매일 운반해야 했고 이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정말 효율적인 전과 그 자체였습니다..

겁이 많은 말의 특성상 폭탄 터지는 소리에 놀라기 마련이고 부상이라도 입으면 임무 자체를 거부하기 마련인데 레클리스는 그런게 전혀 없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국인 마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사람과 함께 어우러지는 법을 제대로 배운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사랑 받는 존재가 될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죠.

레클리스는 미 해병대의 영웅으로 취급되고 정식으로 하사 계급장을 수여 받았습니다. 전투 중 부상자에게 주는 훈장인 퍼플하트 훈장도 2차례나 수여 받았구요. 전투 후유증으로 이후 긴 생을 살아가진 못했지만 미국에 건너가 평온한 말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각종 언론매체에도 많이 실렸고 미국 각지에 동상까지 세워진 동물입니다. 인간들도 감히 이루지 못한 업적을 남겼죠.

동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읽히는 책입니다. 이런 영웅(?)이 존재했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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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괴물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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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난감 괴물의 저자 김정용은 연극, 단편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팔방미인 작가입니다. 소설가로서는 보기 드물게도 한예종 출신이기도 하죠. 이번 소설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가 가미된 미스터리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날'이라는 일견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이는 날에 일어나는 인류 멸망에 가까운 대재앙을 막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2000년대 어느 해 9월17일 저녁 7시23분.... 모두의 날을 위한 트리거가 땡겨지고 모든 사건이 시작되기 시작합니다. 천재 소년의 실종, 참혹하게 종교 단체의 희생양이 된 소년의 엄마.. 그 소년을 둘러싼 여러 인물 들, 그리고 아내와 자식을 잃은 채 사건을 집요하게 쫓는 형사.... 그들의 사연이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들어가며 서사는 종반으로 치닫습니다.,


소년의 자아는 운명의 날 이후 무언가에게 잠식되어 버렸습니다. 주변 인물 및 형사에게 자신을 죽여줄 것을 호소하지만 한편으론 살려달라고 애원을 합니다. 살려 달라는 것이 소년인지 아니면 그 안의 괴물인지 명확히 정의 내릴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소년의 손에 인류의 운명이 달렸습니다.

후쿠시마 대지진 및 쓰나미 등의 현상이 미국을 주도로 한 한미일 공조로 진행된 새로운 에너지원 실험에서 기인한 것이란 전제가 이 소설 속에 깔려 있습니다. 터무니 없더라도 이런 음모론은 소설 속 은근한 재미를 부르는 요소이죠. 물론 이런 음모론에 빠져 사는 이들도 현실에선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결국 인류는 어느 누군가의 결단에 의해 멸망 자체는 면하게 되지만 소설은 열릴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과연 '괴물'은 사라졌을까 하는 판단은 끝까지 소설을 읽은 독자의 몫입니다. 나름 소소한 반전을 부르는 에필로그도 재미있던 부분이었구요. 이 소설이 끝까지 여운을 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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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선 -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 지음, 송영경 옮김 / 북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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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무라 아키라는 '파선'을 통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일본 작가입니다. 고전 작가라 하기엔 그렇지만 주로 쇼와 시대 중반 이후에 활약했던 소설가이다 보니 일본 내 명성에 비해 해외 출간이 늦어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파선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본의 옛 행정구역명인 '번'이 등장하고 '다이묘(영주)'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도쿠가와 가문의 에도 막부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름 평화의 시기였기에 생산력이 급증하는 시기였지만 이 소설의 지역적 배경이 되는 외딴 섬 어촌 마을엔 전혀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죠..

바다에서 잡히는 정어리, 꽁치, 문어, 오징어 등과 피, 조, 수수 등이 생산물의 전부인 이 마을은 늘상 굶주림에 시달리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 성인이 되면 다른 마을에 계약제 하인으로 팔려가는 신세로 전락하죠.

그들에게 유일한 구원줄은 풍랑에 시달려 부정기적으로 마을까지 떠내려오는 난파선이었습니다. 주로 쌀이 가득히 실린 배가 많았기에 마을을 몇년이나마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사건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난파된 배에 붉은 옷을 입은 시신이 가득차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를 벗겨내 입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에겐 크나큰 비극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파선 및 이로 인한 재앙을 주된 소재로 사용하지만 본질적으론 당시를 너무나 어렵게 살아가야 했던 민초들의 삶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교육은 불과하고 불과 예닐곱살 때부터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가혹한 노동을 보면 정말 가슴이 쓰립니다. 또한 그런 아이들이 병마에 가장 먼저 희생이 되기 시작합니다.

나름 열심히 집안 일을 돕던 주인공 소년의 일곱살 난 남동생이 끝내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장님이 되는 전개는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더군요. 주인공 이사쿠 역시 10대 초반의 소년에 불과합니다. 아버지가 계약직 하인으로 나갔기에 그가 집안의 거의 모든 노동을 맡아 합니다.


당시의 각자 도생 상황에서 마을 주민들의 선택을 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선악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습니다. 마을주민을 덮친 천연두 또한 이들이 받는 천벌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상황에서 그들은 선택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너무나 우연히도 재앙을 만났을 뿐입니다.

요시무라 아키라... 이 작가의 소설이 더욱 많이 한국에 소개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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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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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가와 사토시.. 이번에 처음 접해보는 일본 작가이지만 정말 뛰어난 필력을 가진 소설가란 느낌이 들더군요. 글 자체가 집중력 있고 핵심을 짚어가면서도 결코 딱딱하지 않습니다. 간결하기에 잘 읽히고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더군요.. 주로 역사물이나 SF,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써오고 있는데 이번 소설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작가 중심' 그 자체인 내용이었습니다.

책 제목인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등 총 6편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 소설이 이 책엔 담겨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가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본인이 작가가 된 과정, 그리고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군상의 인물들, 자신의 집필 철학을 소설적 형식을 빌어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소설이라고 내세운걸 보면 분명 창작의 요소가 많이 들어간 단편들이었습니다.

그 어렵다던 도쿄대에 들어간 작가는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의 장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 친구가 있는 상태였기에 당연히 취업 전선에 뛰어 들어야했지만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의 욕구가 작가의 선택을 가로 막게 되고 결국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되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택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되는 사기꾼 기질의 고교 동창, 거의 모든걸 표절로 완성해 인기를 끄는 만화가, 남의 인생을 헤집는 점쟁이 등까지 그가 겪게 된 각양의 인물들과의 만남과 결말을 꽤나 재미있게 풀어 갑니다.


이 책에 쓰여진 내용이 실화인지 소설인지 읽다 보면 어느새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 어떤 창작물이라 규정하든간에 작가 특유의 윗트가 녹아 있으며 사르르 잠겨 들게 만드는 교훈과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 그 자체였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네요. 오가와 사토시가 떠오르는 천재 작가로 불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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