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스포일러와 취향을 타는 장르 언급*



























1. 먼저 이 영화는 미국에서 2004년 개봉된 영화임을 상기해야 할 것 같다.

    해서 나와 비슷한 또래거나

    혹은 90년대 후반의 문화컨텐츠를 많이 접했던 사람이라면

    당시에는 감각적이었을,

    허나 지금은 낡은 것이 되어버린 스타일에 닭살이 돋을지도 모르겠음.



2. 가장 의문인 것은

   아니 의문의 수준이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닐의 캐릭터 자체였다.

    음지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BL 장르의 효시라 일컬어지는 작품들이 있다.

    타케미야 케이코의 '바람과 나무의 시' 와

    하기오 모토의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바람과 나무의 시 가 세대를 걸쳐

   폭행과 억압의 기억이 어떻게 전이되어가는가 를 보여줬다면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쪽은

   폭력이란 것이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나 를 보여줬다 생각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바람과 나무의 시는 끝까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두 만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적 폭행을 당한 사람은 문란해진다 라는 일련의 수식.

   마치 미스테리어스 스킨에서처럼.

   그리고 난 그 자체가 의문인 거다.

   그것이 시대를 넘어 폭력의 피해자에게 갖게 되는 일반적인 사고인지

   아니면 저 만화들과 미스테리어스 스킨이 제작될 당시의 사고가 그랬던 건지  

   그러고보니 헤드윅에서도 그러한 수식이 등장하지 않던가?

   어린 시절 그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트랜스젠더가 되었다.

   뭐 그런 식으로. 이 지점이 기분 나쁘다는 거다.



3. '무엇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라고 꼭 부연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성소수자나 트랜스젠더나

    혹은 개방적인? 분방한?(이 표현이 맞나?) 사람들이 이상한 건가

    라는 생각이 일차적이고

    이차적으로 든 생각은

    '피해자를 묘사할 방법이 고작 저것밖에 없단 말인가' 하는 것이었다.

    문화컨텐츠에서 피해자를 그려내는 방식을 알고 싶거든

    미스테리어스 스킨을 보면 될 것 같다.

    방황하거나(문란해지거나) 혹은 세상에 동떨어진 외톨이처럼 되거나

    단순히 '미스테리어스 스킨' 만 봤다면 옛 영화니까 그러려니 했겠는데

    불행히도 살아오는 동안 접해온 컨텐츠들 속의 겹치는 캐릭터들 때문에

    순식간에 열이 확 올랐네.



4. 물론 나 역시도 폭력의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만화를 그린 적이 있다.

    (단순취미용 만화임.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와있지만 따로 주소는 올리지 않을 생각)

 

    그리고 그 만화는 지금까지 내가 가장 많이 후회하고 있는 만화이다.

    (물론 대부분의 만화가 흑역사지만)


    왜 난 마지막을 그렇게 끝냈나.

    왜 난 피해자의 모습을 그렇게 그렸나

    왜 거기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각각 그렇게 설정되었나.

    왜 그 따 위 로 그 렸 을 까


   폭력. 폭력의 피해자의 모습. 가해자의 모습. 주변의 상황 등등

   결국 나 역시도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따위로 그린 걸 보고.

   


5. 미스테리어스 스킨은 2004년 작이다.

   14년 전 영화임을 감안하면 꽤 훌륭하게 심리를 짚어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저런 수식은 통하지 않게 된 게 아닐까.

   그러니 더 열심히 사고할 필요가 있다.

   먹히지 않는 수식을 남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6. 사실 진정 화가 난 포인트는 따로 있다.

   결국 브라이언에게 일어난 일은 닐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는데

   그가 브라이언에게 보인 행동은 내가 봤을 때 너무 뻔뻔한 것이었다.

   캐릭터를 그려낸 모습에도 열이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이 지점에서 열이 확 올랐다.

   "...저 ㅅㄲ 끝까지 사과 안 하네?"


  ...물론 후에 나레이션으로 나오기야 했다만...

  ...야 과거 썰 풀기 전에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



7. 그리고 끔찍했던 사건 얘기 하면서 왜 브라이언이 닐에게 기대는데?

    걔한테는 닐 역시 가해자일 수 있다니까?

    대체 뭔 해석을 갖다붙이면 저런 행동이 나오는 건데!!



8. 아무래도 이 영화는 브라이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그 지점이 궁금했던 건데

   영화 포커스가 내내 닐에게 맞춰져 있는 데다

   과연 닐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이 무언지

   혼란을 겪고 있는지 어떤지에 대한 묘사도 불명확한 듯 싶다.



9. 그냥 이래저래 다 열받았다. 나랑 안 맞는 영화였던 듯.

   무엇보다 난 브라이언 얘기가 궁금했던 건데 닐이 너무 많이 나왔음.

   솔직히 난 조토끼군이 브라이언 역할일 줄 알았는데 닐로 나와서 놀랐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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