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에 대하여 - 악에 대한 성찰 철학자의 돌 2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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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불행 중 상당수는

우리가 쉽게 악으로 분류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무분별, 무신경, 무지에서 발생한다.

                                                    - 본문 중에서



1. 일단 쉽다. 아니. 쉽게 읽힌다.

   그럼에도 뇌리에 탁 와서 꽂히지 못 한 것은

   아무래도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주제의 모호함 탓이 아니려나 싶다.


2. 아무리 해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기억이 사람을 만드는 만큼,

   현재 나의 어떤 모습들은 그 기억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과연 나는 그 기억을 떨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아니.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묻어두고 부패하길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썩고 부패하다가 나중에는 삭아서 사라지겠지. 언젠가는.

   그 기억의 제공자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내재된 분노가 누굴 향하는지조차 몰라서 스스로를 향했고

   그 다음에는 대상은 파악되었으나

   과연 '분노해도 되고 원망해도 되는지'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 의문 다음에는 '화해'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어떻게 화해해야 하는가. 화해할 수는 있나.

   여기에 대한 답 역시 그냥 방치한다 쯤 되겠다.

   원망하고 분노해도 된다 는 정도의 허락만을 스스로에게 허하고

   화해까지의 강압은 포기한 상태로 지내다보니 어느 정도 삭아진 듯도 하다.

   그런데 이게 책 내용과 무슨 상관일까나.


3. 결국 내가 택한 화해의 방식이

   '원망까진 아니라쳐도 용서는 할 수 없는' 정도의 중간지대라 친다면

   우리가 쉽게 거론하는 '악' 이라는 것 역시

   수많은 중간지대의 지점들이 아닐까 하는 것.

   흑과 백처럼 정확히 반 갈라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밝음에서 어둠으로 번져가는 그 사이의 수많은 명암들. 그런 것이 아닐까.


4. 그래서,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무조건 단정짓고 치부하는 것은 피해야 겠다는 생각.

   과연 마음 먹은 만큼 될까 의문스럽긴 하지만

   세계와 존재가 원래 다면적인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면

   가치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또한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


5. 책 자체는 쉽게 읽히고 내용도 따라가기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더 이상 악이라는 것이 과거 괴담에나 나오던

   뿔 달린 괴수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모호함을 불러오는 듯 싶다.


6. 그런데 이렇게 되니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도

   다면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악행을 기초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사람을 기초로 행동을 파악하려 드는 것도 섣부른 것인 듯 싶고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봐야 하는가.


7. 어쨌든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신미약이니 주취상태니 앞으로의 미래와 반성의 모습 등을 이유로

   감형받고 풀려나는 모습을 연이어 목격하다보니

   과연 '다면적으로 생각해주기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한 것이

   솔직히 생각이 복잡하다.


8. 결국 남는 건 결론이 아닌 의문 뿐인가 싶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뭐 그런 거.


9. 읽기는 쉬우나 쉽게 결론을 얻을 수는 없는 책

   이 정도가 이 책의 인상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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