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스틸컷(위의 사진) 때문이었다.

에디 레드메인 이라는 배우도 대니쉬 걸이라는 영화도 전혀 알지 못 했던 터라

그저 보고 그릴 만한 구도라는 생각에 저장했었고

클래식한 컨셉의 패션화보겠거니 하는 생각에

어디서 나온 이미지인지도 궁긍해하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대니쉬 걸 이라는 영화를 알게 된 건 아마도 신비한 동물사전 때문.

동물들이 나오는 영화, 마법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나

출연진들이 다 처음 보는 배우들인데다

해리포터 작가 라는 점 때문에 망설였더랬다.

해리포터를 단 한 편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콜린 파렐 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사실 신비한 동물사전 이라는 영화를 썩 재미있게 보진 않았었다.

너무 비극적이거나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해져서인지 

뭔가 등장인물들이 '큰 일났어!' 하고 뛰어다니는데

정작 보는 나는 '저게 왜 큰 일이지?' 하는 느낌이랄까.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얻은 것은 에디 레드메인 에 대한 호감 하나 뿐이었다. 


에디 레드메인을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

+ 영상에 대한 호평 을 보면서도

막상 이 영화를 보는 데 망설였던 까닭은

아무래도 내가 주인공에게 공감하긴 힘들 것 같다는 것.

어쨌든 나 스스로 여자인 것은 인정하고 있기에

'마음의 나' 와 '신체의 나' 가

명백히 다른 데서 오는 괴리를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인 건 인정하지만

여성적 특질로 부가되는 것들

'상냥하고' '부드럽고' 기타 등등등 에 대해서는 반문하고 있는 터라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그가 '상냥하고 부드럽고 예쁜 걸 좋아해서'

여자라고 자각한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서도 솔직히 그가 이해가 되진 않는다.

허나 이 영화가 예상보다도 훨씬 슬프고 아프게 남는 것은 아내 게르다 때문.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저런 사랑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이 남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사랑했던 모습은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며

 진짜 모습을 찾고 싶어한다.

 그의 진짜 모습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모습이다

 (아마도 그는 여자이지 동성애자는 아니니까)

 자신은 그를 사랑하기에 그가 진짜 모습을 찾게끔 도와주고자 하지만

 그가 진짜 모습을 찾게 되면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만

아마 게르다의 입장은 대략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대로 포용하고 놓아준 그 마음이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찢어졌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몹시 슬펐다.

실로 간만에 마음이 저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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