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킹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 일단 이 책을 알게 해 준 뮤지션 오지은 님께 감사를.

   (그녀의 SNS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2. 과연 나는 '중독' 이 가능한 인간인가 아닌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누이, 아주 지겨울 만치 여러 리뷰를 통해 말해왔듯

   내 감정의 반응은 열광적이라기보단

   흥미롭다 의 부류에 속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러한 성향 탓인지 스스로도 중독이 어려운 인간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길고 긴 우울의 기간을 지나고 보니

   중독이 어려운 인간은 아닌 듯 하나 중독까지 갈 기운도 없는 인간?

   혹은 그 정도의 열의조차 없는 인간?

   제일 정확한 표현은

   건강하지도 않고 끝으로 치닫지도 않은 애매한 인간- 정도가 아닐까 싶다.


3. 한때 나는 약을 많이 먹는 편이었고

   (실제로 아픈 곳이 많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일반의약품을 많이 섭취하기도 했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편이기도 했으며

   (커피믹스라는 데서 약간의 에러가 발생하지만)

 

   과하게 음악을 듣거나

   (듣다가 자는 게 대부분)

 

   영화건 만화건 책이건 작정하고 몰아서 보는 경우도 많았다.

   (실지로 감동을 느낀 적은 적었다는)


   이제 와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의도가 뻔히 보이는 일련의 행동들이다.

   무언가에 중독되길,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무기력을 잊을 수 있기를.

   당시의 나는 아마

   '중독' 과 '몰입' 과 '광기' 를 동일선상에 놓고 환상을 품었던 게 아닐까 싶다.

 

4. 과연 나는 중독이 가능한 인간인가.

   이제 와 이 질문을 다시 던져보면 대답은 반반이다.

   카페인에 약하므로(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를 잘 못 마심)

   카페인 중독은 틀렸고

   술을 좋아하긴 하나 주종이 맥주로 한정지어져 있는데다

   수입이 줄어들면 음주마저도 줄어들고 마는 패턴으로 봐선

   그 역시 틀린 듯 싶다.

   그렇다면 중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스스로를 통제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

   물건이 늘 같은 자리에 놓여있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강박성향이

   근래 들어 심화되는 경향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며

   이 역시 중독일 수 있겠구나 싶은 거다.

   나를, 혹은 내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단해가며 어떤 틀에 맞추려고 하는 것.

   이는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부터 반복되어오던 습관이며

   중독과 몰입과 광기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던 시기는

   어쩌면 그러한 성향에서 나온 행동일 수 있겠다는 것.


5. 일단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여기까지이다.

   단순히 술을 마신다. 커피를 마신다. 약을 먹는다 등의 것만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까지 중독의 의미를 확대한다면

   과연 나는 무사할 것인가 하는 생각.

   그래서 나 역시 어떤 부분에 있어서의 중독자라고 밝혀진다면

   과연 그것은 치료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것인가.

   아니면 기타 다른 중독처럼 해악을 끼치는 것은 아니니 괜찮은 것인가.

   괜찮고 아니고는 누가 무슨 기준으로 판별하는 건가.


6. 이제 이쯤 되면 다른 의문이 생긴다.

   ....그럼 건강한 삶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어떤 것들에게 위안을 얻되 거기에 얽매이진 않는 삶?

   위안이건 힐링이건 그것이 습관이 되고 매뉴얼이 되는 순간

   중독까지 이어지는 건 쉬운 일일 것 같은데

   과연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7. 아무튼 쉽게 쭉쭉 읽히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무슨 자기계발서 표지에 나올 법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계속 술 얘기가 나와서 인지 머리가 좀 아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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