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침부터(특히 일어난 지 몇 시간 안 된 시점에서) 읽기에 좋은 책은 아님.
내 딴에는 뇌가 아직 멍할 때 읽으면 끝까지 졸지 않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졸지는 않았으나 집중도 못 한‘ 이 되어버렸음.
어차피 일독과 재독을 구분하고
일독의 집중비율을 6~80프로 정도밖에 두지 않는 성향이긴 하나 이 책의 경우 한 50프로 정도만 집중했지 싶다.

잠에서 덜 깬 뇌도 문제였지만
잔혹함과 악과 무배려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더욱 집중이 어려워졌다.

이를테면 죽고 싶다- 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친구도 많고 직장에서도 그럭저럭 제 위치를 찾은 축에 속한다. 그런데 이 사람의 내면에는 가정사로 인한 우울과 충동적 기질이 수시로 들끓고 수시로 자살 충동에 휩싸인다. 허나 꽤나 이성적인 사람이므로 실행하진 않고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풀어놓는 걸로 스스로를 달래곤 한다. 대화는 늘 ˝죽고 싶어˝. 그런데 그 누군가가 늘 같은 사람이라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 ‘누군가‘ 씨는 자살충동에 휩싸이는 이의 지인 혹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음과 우울감을 간접경험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까지도.
이 누군가 씨가 자살충동을 느끼는 그 사람과 달리
외부자극에 손상되지 않는 정신을 지녔다면 모를까
그 자신도 우울감이 내재된 상태에서 20여년간 반복되는 자살(실제로 시행되지 않는) 고백을 듣게 되는 거다. 누군가 씨의 정신은 서서히 무너진다.
(하필 ‘누군가‘ 씨가 ‘자살충동을 느끼는 그 사람‘ 외에는 교류도 적은 창작계열 종사자라는 설정도 덧붙여본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그 사람‘ 이 ‘죽고 싶다‘ 며 말을 꺼낼 때 ‘누군가‘ 씨가 폭발하여 그 사람을 죽여버리거나(혹은 입을 찢어버리거나) 그 사람 앞에서 제 목을 그어버린다면

이건 잔혹한 것인지 무배려한 것인지
만약 무배려 라면
자신의 행동에 타격입을 그 사람을 배려 못 한 누군가 씨가 무배려한 건지
아니면
제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생각조차 없던 그 사람이 문제인 건지

그리고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자살고백‘ 에 시달리던 누군가 씨가
제 2의 누군가 씨를 발견해서
‘걔가 그런 말 할 때마다 난 너무 지겨워서 죽고 싶다‘ 며
제 2의 누군가 씨를 똑같이 10년, 20년 괴롭힌다면
처음 ‘그 사람‘ 과 ‘제 1의 누군가 씨‘ 중
더 무배려한 사람은 누구인지


...책 읽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으로 빠져서
집중력이 감소되었더랬다

이런 류(?)의 책 치고는 읽기 편한 건 사실이나
‘악행‘ 의 범위가 확장되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다. 무엇보다 이 책을 속속들이 이해하게 되면 기존의 정의가 꽤나 흔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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