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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ㅣ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아마 최근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나는 타블렛을 익히기 위해서- 라는 핑계를 대고 퇴사를 한 상태다.
물론 이유가 그거 하나 때문은 아니긴 하지만
(회사의 재정상태와 연이은 관리급의 퇴사,
부족한 인력에 대한 상부의 조치 뭐 기타 등등)
어쨌든 결론은 난 퇴사를 한 상태이고 백수라는 사실이다.
언제까지만 쉰다- 라고 정해놓긴 했지만
과연 마음먹은대로 일이 구해질지도 의문이니
마냥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나날이다.
물론 '이 나이에' 라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다. 돈이 아닌.
20대 초~중반의 백수시절에는 그렇게 불안할 수 없었다.
불안하다 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불안하고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다 보니 나중에는 무턱대고 굶다가 위장병까지 얻었더랬다.
노는 주제에 밥은 먹어 뭐하냐 라는 연산과정의 결론이었다.
이랬던 전적이 있던 터라
여러가지를 따지고 또 따져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과연 나 스스로가 백수라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을지
스트레스 때문에 또 반 넋나간 사람처럼 굴지 않을지 솔직히 의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 있는 백수와 돈 없는 백수는 매우 다르다.
더욱이 기생싱글 + 히키고모리 성향(대인관계 협소)
+ 이렇다 할 취미 없음 = 크게 돈 나갈 데 없음
의 성향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자금을 갖고 시작한 백수생활이란
20대의 그것과는 천양지차라 돈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나 뭐라나
참 우리 사회가 사람을 강판에다 아주 벅벅 갈고 있구나 싶은 것이
초등학교 때까지는 미래의 꿈. 나의 꿈 잘도 물어보더니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갑자기 꿈=대학이 되어버리고
본격적인 입시에 들어가면 꿈하고는 상관없이 그냥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에 가고
대학 졸업하면 또 전공과 상관없이 아무 데나 들어갈 수 있는 곳에 가고
(내가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는 신경도 안 쓴 채)
그러다보면 내가 결국 이 회사 들어오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해왔던가
이럴 거면 애초에 뭘 하고 싶은지나 묻지 말지...
종이달에 나온 대로 일부가 점점 나의 영역을 치고 들어오는 거다.
아무리 내가 나를 유지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책을 계속 보려고 노력하고 해도
모래처럼 슬슬슬슬 빠져나간다.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러다보면 그냥 직장인인 나만 남아있다.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회사에서 정체성을 찾고 버텨나가는지.
어쨌든 난 내가 손가락 틈 사이로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끔찍하게 싫었고, 나이를 자각하고 나서는 지금 결심하지 않으면
이 회사에 뼈를 묻겠구나 는 예감에 결국 퇴사를 결정해버렸더랬다.
지금도 잘 한 결정인지 잘못한 결정인지는 알 수 없다.
아직까지는 크게 후회하고 있진 않지만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날 바로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난 영영 작업방식을 바꿀 수 없을테니
시기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물론 내가 기생싱글의 입장이니까 할 수 있는 결정이었겠지만.
또 쓰다보니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돈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지 싶다.
특히 돈이 돈으로 끝나지 않고
돈이 어떤 식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작용하는지가 자꾸 읽혀서
왜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독했을 때와 달리
눈에 들어왔던 것은 왜 마지막 부분이 아키로 끝나는가 하는 것.
아키가 '돌아가자, 돌아가자' 되뇌이는 부분이
유독 눈에 밟혀 조금 이상했다.
p.s.과연 나는 언제까지 퇴사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