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꽤나 힘겹게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첫 번째 이유는 밤새 뒤척이며 제대로 자지 못한 나의 상태(여기에다 졸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치료약까지 복용) 이겠고
두 번째 이유는 근래 책 읽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나의 상황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컨디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해력이 딸리는 요즘이다.
그리고 아마 가장 설득력이 있을 세 번째 이유.
난 영화와 썩 친하지 않다는 것.
하여 이 책에 대한 인상은 김혜리 씨와 그녀의 문장에 대한 호감과는 별개로 ‘결국 나랑은 친하지 않은 장르로군‘ 이라는 정도로 귀결되고 말았다.
영화 자체를 나랑 친하지 않은 것(혹은 친하기 힘든) 이라 정의내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쨌건 한때 시각문화종사자가 되길 희망했었고
영화는 색감과 구도, 물품, 소리에까지 어떻게 감정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나를 몸소 보여주는 장르였으니까
문제는 나의 감성이었다
내게 있어 영화(전시나 공연도 마찬가지)는 극장에서 나온 순간 휘발되어 버리는, 재독이 불가능한 장르였다. 문학을 접할 때도 스스로가 뭘 느꼈는지 캐치하기 어려워 재독을 수칙으로 만든 나같은 이에게 그 짧은 두 시간 동안 이 영화에 대해 느끼라는 건 너무 급박한 요구이자 압박이었다.
그렇다면 재관람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선과 후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느낌을
캐치하지 못 해서 둔감한 건데
이야기의 선과 후를 아는 상태인 게 뭐가 도움이 될까
어쨌든 난 스스로의 감정에 둔감한 편이고
문화 자극에 있어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던지라
영화는 점점 친하지 않은 것이 되어갔다
(그나마 무언가 얻기를 포기하고 나서야 영화를 좀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진 것은
나와 친하지 않은 이를 애정담아 이야기하는 누군가를
볼 때의 불편함이랄까.
일단 이 책에 나오는 영화 중 태반은 모르는 영화다.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장면장면을 그리 눈여겨 본 기억도 없고
어떤 한 씬에서 배우의 연기가 기억에 남은 적도 없다.
더 나아가 영화 자체가 내게 강한 인상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다보니
장면을 이야기하며 그 안에서 나오는 감정과 이야기를 풀이하는 그 연산과정이 나한테는 영 불가해한 수식처럼 보여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영화보기를 즐겨하며
장면을 기억하는 데 어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즐겁게 이 책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