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되고 원작이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나의 입장은 ‘반신반의‘ 였다.
사고, 수식, 체계, 이론 등과 친하지 않은 탓에
일찍이 장르소설 쪽은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채
개인사, 가족사에 치중한 소설들만 읽어왔더랬다.
(이런 걸 사소설이라 하나?)
그러다 없는 땅굴도 만들어서 파내려가는
과잉의 감정을 보이는 일부의 성향에 질려
서서히 장르소설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거의 다 일본 미스터리긴 했지만.
장르소설 중에서도 취약한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1위는 SF다(2위는 판타지)
어느정도로 SF를 보지 않았는가 하면 이제껏 읽은 SF가 끽해야 5~6권 정도에 불과한 그 정도랄까?
물론 내 나름의 변명은 있다.
작가가 신명나게 우주에서의 사고경위를 설명할 때 난 그가 우주선의 부품을 가리키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 하고 이해하지 못 한다. 결론은? 그래서 이게 뭔소리냐 가 된다.
하여 감성SF 라는 평을 주워들었을 때
읽고 싶은 한편 이해하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했다.
이 책은 거의 충동적으로(어느정도로 충동적이었냐면 할인과 마일리지를 포기하고 오프라인 서점에 뛰어가서 사왔다) 구매했다. 이유는 역시나 빨간책방 때문. 빨간책방을 듣다 보니 ‘지옥은 신의 부재‘ 라는 단편이 너무 궁금해서.
몇 편은 솔직히 좀 어렵고
몇 편은 좀 뜨악한 심정이 된다.
허나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이런 형식(?)이라면 나도 SF를 즐길 수 있겠다는 것.
그의 소설은 ˝인류가 기술을 도입‘ 한다는 인상보다는 ‘어떤 기술을 체험하여 그 기술의 체험이 어떤 세계와 연결되는가‘ 를 묻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여 기존 SF물에 갖고 있던 편견(물론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이다)과 달리 거대한 외부 사건보다는 그로 인해 개인의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에 좀 더 치중하고 있는 듯 싶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접근하기 쉬웠을지도 모르지만.
좋았던 건 네 인생의 이야기,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어려웠던 건 영으로 나누면, 인류과학의 진화
(....결국 인류과학의 진화는 그냥 넘겼다)
대체 이걸 어떻게 영화화할 셈이지 싶은 건 이해
(...둘의 대결장면을 어떻게 풀어낼지 심히 궁금)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지옥은 신의 부재
다른 SF물도 한 번 찾아볼까 싶긴 하지만
이 책 한권으로 SF에 대한 두려움이 완벽히 가신 건 아닌지라 좀 망설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