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작업이 진행되었다
하고 있던 작업 외에 뭐 하나를 더 벌여놓은 상태이고
그 벌여놓은 것 때문에 본디 하고 있던 작업마저 느려지고 있는 상황이라 아예 각 잡고 끝내버린 거다.

그러다보니
이제 작업인에서 직장인으로 변신할 시간이 되었다.
아니. 한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았다.
이 틈에 무엇이든 읽어보자 싶어 ‘검은 사슴‘ 을 집었다가 이렇게 급하게 읽으면 안 되지 싶어 회귀천 정사 시리즈를 집었다. 좀 읽다 보니 예전보다 적잖이 가벼운 느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어 재독의 책장으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다시 소세키의 ‘마음‘ 을 읽었다. 그리고 오늘 들은 당신의 말을 떠올려본다.

최근 당신은 침대를 버렸다.
어머니의 생활은 거실에서. 아버지 당신은 안방에서.
침대를 버린 그 행동이 동거도 별거도 아닌 이 상황을 겨우 당신 안에 우겨넣고 있는 것처럼 보여 씁쓸해졌다.

오늘 당신은 고기를 사왔다. 많지도 않은 식구 먹는 걸 다 따로 사왔다. 각자 식사시간이 달라 겸상을 하지 않던 것을 억지로 억지로 불러내던 게 당신이었는데 아예 그것마저 포기한 듯이 보여 그것 또한 씁쓸해졌다.

TV를 보던 당신이 어깨를 꾹꾹 누르길래 아프냐 물었다. 그러자 당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팔근육을 눌러줘야 된다고. TV에서 그렇게 말하더라‘

어린시절부터 이제껏 혼자 지내왔다.
따로 살진 않지만 같이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제 와 ‘같이‘ 를 원하는 당신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기나긴 불화에서 결국 남은 건 닫힌 마음밖에 없는데 이제 와 왜 이러는지.
그리고 그 같이 의 강요가 왜 늘 여식에게만 강요되는지.

그런데 이제 당신도 포기해버린 건지.
포기했다면 가족관계인지 아니면 당신의 삶인지
허무하고 의미없다고 끝내 받아들이게 되어버린 건지

하여 당신도 방에 틀어박혀 점차 스스로를 고립시켜 가게 될 건지

걱정이 되었다.
허나 내가 다가가고 싶진 않음에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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