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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가씨
박찬욱 감독, 김민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1. 박찬욱이기에 할 수 있던 영화.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박찬욱이 해서 그나마 욕을 덜 먹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국영화임에도 일본식의 배경이 더 많이 나오고
심지어 주요인물 중 한 명은 일본인이 되고 싶어 환장한 조선인.
거기에다 퀴어(심지어 남자도 아닌 여성의 동성애라니.감히) 라는 요소까지 더해진 이런 영화를
지금의 한국에서 만들고도 매장당하지 않다니.
암만 생각해봐도 박찬욱이 아니라면 힘들었을 듯.
2.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솔직히 모르겠다.
잘 차려입은 신사가 야설을 즐겨읽는 풍경을 보이는 식의 비꼼이 시원한 부분도 있었다만서도
과연 이 영화의 중점이 어딜 향해 있는지가 의문이긴 함.
비꼼이 중심에 있다면 여자들이 너무 치고 나오는 격이고
퀴어가 중심에 있다면 너무 보여주기 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3. 아마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대충이나마 알고 있지 않았다면
대체 저 둘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애정을 느꼈는지 의문을 가졌을 것 같다.
둘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며 썸을 탄다 싶더니 갑자기 열렬한 연인이 되어 있다.
영화 상에서의 히데코와 숙희의 관계는 꼭 그렇게 보였다.
왜, 어느 지점에서 둘은 서로에게 끌렸는가.
정작 설명해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이건만
다른 자극적 혹은 미학적 요소를 부각시키려다 보니 중요한 연결고리를 빼버린 듯한 느낌.
4. 결국 이 역시 보여주기 식의 퀴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가르쳐준다' 는 명목 하에 동침을 하나. 야설도 아니고.
둘 사이에 마음이 이끌려서 그리 되었다는 걸로 설명이 되었다면 납득이 되었을 텐데
어떻게든 둘을 동침시키기 위해 대사와 배경을 짜맞춘 듯 느껴져서 적잖이 불편했다.
그리고 난 솔직히 둘의 정사장면이 수시로 나오는 것이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의심되더라.
당당하게 소수자임을 밝히는 의미인 건지. 이 역시 눈요기로 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한 것인지.
5. 어느 한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면 죄다 포커스에서 빗나간 이상한 이야기가 되니
그냥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는 편이 낫지 싶다.
'이건 퀴어 영화구나' 혹은 '이건 고상한 척 하는 부류를 비꼬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사기꾼이 사기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 속에는 변태적인 신사도 나오고
레즈비언 커플도 나오고 뭐 그런 거라고 놔두고 보는 게 나을 듯.
6. 김민희의 옷과 모자를 보는 재미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남.
7. 원작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8. 아울러 김태리의 발견. 당분간 김태리 씨 이름이 나오면 한 번 더 돌아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