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연관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문화를 좋아하기 시작한 계기가 떠올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극적이지 않은 일본문화.
어느 문화에나 양면성은 있겠지만 그게 눈에 확 띌 정도로 도드라진 것은 일본 쪽이 아닐까 싶다.

아니메나 라이트 노벨. 장르소설. 성인물 등으로 분류되는 흥미와 자극이 우선시되는 면이 있는가 하면

몸의 형태를 일직선으로 만드는 기모노의 선이라던가 혹은 작은 공예품. 혹은 인기 있는 패션 등을 보면 뭔가 강박적인 정리벽이 보이기도 한다. 무조건 세밀하게. 혹은 ~해야 해 라고 말하는 듯한 옷들.

흥미와 자극이 우선시되는 면이든 정리벽이 먼저 보이는 면이든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내가 느끼는 이미지는 ‘강박‘ 이라는 것이다.

강박적 정리벽으로 인한 고즈넉함. 애초에 서양만큼 넓은 땅, 넓은 집에서 살 수 없었기에 줄이고 지워서 얻어낸 고즈넉함과 여유로움.
내가 여지껏 반한 일본소설에는 어딘가 그런 면이 있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는 일본의 양면(내가 느낀)중 굳이 꼽으라 한다면 후자에 속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허나 뭔가 부속물이 많다. ‘화차‘ 에서 느낀 ‘카드 잘못 쓰면 빚더미‘ 의 강연이 이 책에서는 ‘건축의 역사와 용어설명‘ 으로 화한 듯 하다. 그 잔가지들을 좀 더 쳐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점이 너무 ‘기울어지고 있는 각도‘ 의 후반부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좀 더 사소한 마을의 에피소드를 넣고
그래도 그럭저럭 활기차다가 서서히 사라지고 흩어지면 좀 더 아련하지 않았을까 하다가
그렇게 되면 이 이야기의 특이성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더랬다.

발동이 늦게 걸리고
사건도 늦게 터지고
해서 중반부까지도 어떻게 보면 적잖이 지루한 글인데
변박없이 지루하고 평온하게 가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자 의도인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둬야 할 것 같은
...좀 기묘한 책이었다.

p.s. 머릿속에서 장면장면이 계속 영상화되서 나중에는 이런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을 내가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더랬다.
영화화되도 괜찮을 듯. 흥행은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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