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1~3(완결) 세트
유시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1. 아마 유시진을 처음 만나는 게 '온' 이었다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을 것도 같지만

   전작을 모두 보진 못 했더라도 대표작들은 그럭저럭 봐온 관계로

   딱히 더 좋음은 느껴지지 않음. 아쉬움은 느껴졌으나.

 

2. 일단 첫째로 아쉬웠던 것은 세계관과 그 언어들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

   판타지적 세계관을 배경에 두고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는 것은

   그녀의 몇몇 작품들에서도 이미 봐온 바 있지만

   이번 작품이 유달리 복잡했다 느껴지는 까닭은

   아마 휴스데온, 휴스에온, 에온과 데온, 온.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이라는

   말 그대로 판타지 소설(최소 7권의 분량은 되어야 할 듯한) 에 어울릴 법한 세계관이 이 만화

   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3. 왜 굳이 '이 곳' 인가

   이세계의 인물이 이세계를 뒤로 하고 현실로 도망나온다- 는 설정은

   흔하다면 흔한 설정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유시진 씨의 작품에서도 몇 차례 접해본 적 있던 설정이고.

   그런데 이상하게 '온' 에서만큼은 그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왜 하필 이곳인가.

   아마 그 질문은 다음 질문과 이어질 것 같다. '그 동안 그의 삶은 어땠는가'

 

4. 사건의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다.

   그리고 몇 차례의 생이 흘러갈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두 인물은 다시 만나게 된다.

   만화의 줄거리를 요약해보자면 아마 이 정도가 되지 싶다.

   '온' 을 보면서 기이하게 여겼던 첫 번째가 왜 이리 말을 어렵게 썼나 하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는 왜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가해자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 후에 나레이션으로나마 설명이 되는 듯 하지만

   나레이션의 내용 자체가 가해자의 감정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걸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너무 황폐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내적으로 충만한 사람을 보니

   질투와 애착을 동시에 갖게 되면서 사건이 발생한 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가해자의 그 '황폐한 내면' 이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

   멀쩡히 일 잘 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켜

   '저 사람은 극심한 우울증과 허무주의에 빠져있다' 라고 하는 느낌

 

5. 온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부분은

   아마도 사건이 일어나고 몇 차례의 생이 지난 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작품에서는 도저히 그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여 피해자가 어떻게 곧바로 저렇게 멀쩡할 수 있는지 싶은 감정적 반발이 들고

   가해자가 모든 일을 잊어버렸다는 것에 대한 것 역시 납득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의 시간. 그 몇 차례의 생에 대한 묘사가 조금만이라도 있었다면.

   가해자가 그 모든 일을 잊어가는 과정.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조금만 있었다면

   좀 더 설득력 있는 만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적어도 내가 받아들이기엔.

 

6. 첫째로 아쉬웠던 것이 말이 어렵고 설명이 장황하다 는 것이었다면

   둘째로 아쉬웠던 것은 정면으로 보지 않고 자꾸 피해간다는 것이었다.

   사미르가 느꼈을 배신감. 나단이 느꼈을 질투.

   모든 감정이, 절규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희석되어버린 채로 전달된다는 느낌.

   아마 그래서 와닿지 않은 듯 싶다. 만화도. 나단의 감정도.

 

7. ....폐쇄자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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