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류(?)의 자전적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성장소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1.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 풀이해보자면 왜 어떤 성장담은 의미를 갖고 어떤 성장담을 의미를 갖지 못 하나 정도 되려나.

    왜 유독 '진희' 여야만 했을까.

    장군이라던가 초반에 나오는 서울에서 온 아이라던가

    혹은 중간에 수없이 등장하는 많은 아이들.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유독 '진희' 같은 아이의 성장담만이 눈에 띄는 까닭은 무엇일까.

    딴지를 걸자는 것이 아닌 정말 모르겠는 문제 중 하나이다.

    왜 우리는. 그러니까 어른이거나 혹은 어른에 가까울 나이의 책 읽는 사람들은

    어떤 아이의 성장담은 쉽게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반면

    어떤 아이의 성장담은 받아들이지 못 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아이의 성장소설일까.

    아니면 어른이 바라는 '아이의 성장소설' 일까.

    아마도 가장 처음 읽은 책이어서 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이상하게도 내게 있어 대부분의 성장소설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의 변형처럼 느껴진다.

    어떤 문체의 어떤 주인공의 이야기를 봐도 그렇다. '새의 선물' 도 그다지 다르진 않다.   

    작품의 좋고 나쁨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아마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된다.

 

 

2.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나.

  - 이런 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늘 의문이 드는 것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것을 다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거였다.

    물론 온전히 기억에 의존해서만이 써내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서의 발현이란 건 

    정보만 갖고도 이미지를 출력해낼 수 있는 경험자들이어야 가능한 것인지라

    전혀 기억이 없는 사람이 그 시대의 일을 썼다고는 보기 힘든 것이다.

    이 쯤에서 대부분 생각은 기억으로 넘어간다. 정확히는 나의 기억에 대해서.

    둔감하다기보다는 예민하고 또 예민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탓에

    다른 어떤 욕구보다 스트레스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편이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빨라진 것이 있으니 필요없다 느끼는 것에는 신경 끄는 것 쯤 되려나. 

    최소한의 것에만 신경을 쓰고 스스로에게만 관심을 쏟다 보니

    '과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할 말이 없다.

    굴곡진 사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굳이 얘기로 쓰고 싶지도 않고.

 

 

3. 이야기를 쓰게 되면 그를 알 수 있을까.

   - 성장소설에 대한 생각은 늘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 끝맺음 하곤 한다.

    모든 부모가 다 그러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우리집의 경우, 어머니는 상대적으로 자기 표현에 능한 편이다.

    아픈 것, 화나는 것, 힘든 것을 참아왔다고는 말하지만서도

    자신이 참고 있음을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표현하는 편이다.

    그러니 어머니의 속내는 아버지에 비해서는 알기 쉬운 편이다. 적어도 우리집에서는.

    그에 반해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갈라 치면 농으로 그것을 피해버린다.

    이것이 인간관계에서는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정 내에서는 득은 아니었던 듯 싶다.

    나도 겪었던 그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심지어는 주모자로 몰려 자식들마저도 등을 돌렸을 때 그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니 사실 진짜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아버지의 성질을 꼭 달은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뻔히 알면서

    자신을 주체하지 못 한 이유는 뭘까.

    스스로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결국 그리 했어야 했던 건 뭘까.

    ....아버지의 성장과정을 알게 되면 이 의문이 해결될까...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4. 쓰고 나니 오늘도 역시 내용과는 상관없는 사담인 듯하여 몇 줄 덧붙이자면

   왜 '새의 선물' '새의 선물' 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왜 앞뒤로 어른인 진희가 나와야 하는지는 의문.

   허나 어른인 진희가 앞뒤에 없다면

   어린 진희의 효과가 지금처럼 강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비슷해 보이는 시대에 비슷해 보이는 시골에서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외딴 방' 과 전혀 다른 이야기......작가의 특성이란 정말 놀랍구나...

   그런데 왜 제목이 '새의 선물' 이지?? 아이라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