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레레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약한 몇 가지의 주제(?)가 있다.

죄와 벌. 가족의 해체. 애증. 그리고 순수한 선과 악.

특히 순수한 악이 종교와 결부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에 약한 편인데

 

알다시피 이 인간.

미스터리나 스릴러로 분류될 법한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이유인즉, 어쩔 수 없이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추격씬이 등장하는 순간

그 간의 문장에서 쌓여왔던 주인공 혹은 범인을 향한 감정적 교감이 정지되어버리고 

그저 '싸우는 내용' 과 '싸우지 않는 내용' 으로 분류해버리고 마는

예의 나쁜 습관이 작용해버리기 때문인데

뭐 이번에도 크게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1권에서 펼쳐지는 각종 정치적 상황에 대한 머리아픔은 이내 졸음으로 연결되었고

그래도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이 책을 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꾸역꾸역 1권을 통과하고 나서는 그런대로 내가 익숙해할 법한 

카스단의 내면과 볼로킨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는

한층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곧바로 그들이 적진에 침투하는 바람에

공감(이라고 해도 좋을진 모르겠지만)은 끝나버리고

감상은 다소 갈 길을 잃어버린 듯 하다.

 

이는 이 책의 문제가 아닌

나의 편협한 독서취향 내지는 습관 탓이리라 생각되는데

독서를 '즐겁기 위한 것' 이 아닌 '내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것' 으로 치부해왔던

그 옛날의 어떤 습관들이 남아있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허나 이렇게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쉽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은

아이의 이야기가 들어갔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

 

거대한 악의 세력이 있고, 그 악의 세력에 의해 세뇌된 아이들이 있고

그 악의 세력을 뒤쫓는 그닥 정의롭진 않은 인간들이 있는데

이 '세뇌된 아이' 의 입장에서 펼쳐진 이야기가 한 토막 쯤은 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거의 문외한인 장르에 대해 뭣 모르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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