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김동영 지음 / 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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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론부터 말하자면 -

   2개 반 ~ 3개 짜리 평작에 지나지 않음.

   그 이상의 감흥도, 이상의 설렘도 없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2. 이리도 독하게 말을 하는 이유는

   언뜻언뜻 지나쳐간 '외로움' 에 대한 작가의 감성과

   그 감성이 살아있는 듯한 몇몇 문장이 아까워서랄까.

   이는 나라는 사람이 여러 개의 주제와 여러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진 것을

   다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리 생각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 속의 화자를 철저하게 고립되고 늙어버린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면

   박범신 씨의 '은교' 나 혹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만큼의 

   무력한 늙은이의 자화상이 나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자가 무력하고 또 무력할수록

   그가 느끼는 외로움과 긴 시간에 대한 무력감은 증가될테고

   필시 책을 보는 누군가에게까지 전해졌을 테다.

   이토록 긴 시간을 견뎌야만 하는 그 고통이 어떠한지를.

   물론 이전에 문장과 묘사라는 걸림돌이 존재하긴 할테지만.

 

3. 이쯤에서 두 번째 결론을 내려보자면-

   포장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분명 화자는 '긴 시간에 지친' '곁에 친구 하나도 없는'

   죽도록 외롭고 고독하며 무기력하기까지 한 노인인데

   사실상 그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언덕을 올라가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체력을 지니고 있고 

   화자와 나이 차이가 서른 살 이상씩 나는 여자들과 무리 없을 정도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의 감성(어쩌면 외모일지도 모름)을 지니고 있다.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라는 소설이 말하려는 듯한 '외로움과 고독' 이란 게

   꽤 그럴싸한 조건을 가진 노년의 화자가 말하기에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그 화자가 외롭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화자만큼의 시간을 살아보지 않은 독자들이 보기에.

   혹은 그 화자를 만들어낸 작가 스스로만큼의 외로움을 겪어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과연 저리도 그럴싸해 보이는 듯한 조건의 화자가 말하는 외로움이라는 게 설득력이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4. 만약 내가 나이듦을 주제로 무언가를 그리게 된다면-

   난 일단 '소녀' 를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이성 또한 배제할 것이다.

   남은 것은 그저 나이들었음에도 지속해야만 하는 노동과 아직도 어깨에, 등에

   매달려 있는 가족이란 존재를 담을 것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말이지만.

 

5. 결국 어떤 화자를 창조해내도

   10년 이상의 중견작가(무형의 것을 창조해내는 데 다소 이력이 난 사람들)가

   아닌 이상은 약간의 자기반영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일인 듯 싶다.

   이석원 씨의 '실내인간' 을 읽었을 때처럼

   이 소설 역시 생선 김동영 의 모습을 제하면 내면 깊숙히까지 침투하지는 못 하는 듯 싶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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