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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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혹은 사랑스럽다는 감상이 10~20 % 쯤.

 

비일상적이고 어두워 묵직하기 짝이 없는 주제가 아니라 좋다는 생각만큼이나

 

어째선지 익숙치 않은 감정

혹은 잊은 지 오래 된 감정들을 리플레이 시켜야 할 때 느껴지는 미미한 두통이

읽는 내내 자리하고 있었다.

 

'그저 끌리면 산다' 는 스스로의 철학을 고수하다

두 자리 수에 달할 만큼의 책을 실패(?) 하고 난 뒤

 

책에 대한 나의 구매 성향은 점차 명사, MD의 평가는 물론. 독자리뷰도 챙겨볼 뿐 아니라

그 독자가 구매한 다른 도서까지 알아보는 데 이르렀다.

물론 귀찮은 걸 심히 싫어하는 또다른 성향 탓에

몇몇 사람의 리뷰와 몇몇 개의 구매도서를 확인할 뿐이지만.

 

근래 산 책 중 가장 결론이 나지 않는 책이 '소년을 위로해줘' 였다.

 

무겁고, 심각하지 않아서 좋다는 의견이 많은 것 만큼이나

더없이 가볍기만 해서 싫다는 의견 또한 많았다.

 

나의 취향은 굳이 표현하자면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고 생각한다.

 

십수년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못 하는 애달픈 사랑이야기는 읽을 수 있으나

서로를 끔찍히 사랑하다 못 해 그것이 변질되어 주변의 모든 환경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광적인 사랑 이야기는 읽을 수 없다. 아니 읽을 수는 있지만 힘들다.

 

스펙터클한 것보다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선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일상적이고 현실적일 것에 얽매이다

심각한 문제들이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려져 버린 것들은 싫어한다.

 

최대한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을 것.

아마도 일상과 현실 에 대한 나 나름의 표현원칙을 들어보자면 이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슬픔 또한 자제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슬픔이 느껴지는 것을 애써 자제하여 표현하려 들지 않을 것이란 의미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소년을 위로해줘' 는 꽤 훌륭한 소년의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장물' 이 아니라 '소년의 이야기' 라는 것이다.

수많은 아픔과 고난을 겪고 이 소년은 마침내 이런 어른이 되었습니다- 가 아닌

이런 소년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고, 이렇게 살아왔으며, 지금은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에 가까운 이야기.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가벼워서 좋다' 와 '가벼워서 싫다' 는 감상이 공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작가 은희경씨가 어떤 느낌과 어떤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게 '소년을 위로해줘' 는 '위로가 필요했던 어떤 한 소년의 이야기' 일 뿐이다.

 

한 명의 소년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에 

그 한 명의 소년의 것이 아닌

청소년'들' 과 그 세대의 이야기와 그에 따른 통찰력은 불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하고

어설프게나마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여 본다.

 

 

이쯤 되어 간략하게 평을 요약하여 보자면

 

1. '특수 케이스에 놓인 청소년을 그린 성장물' 이 아닌

   '그저 그런 한 명의 소년이 통과한 어떤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2. 가벼움과 무거움이 적절히 공존하고 있는 만큼

   어렵지 않게 진행되는 내용 전개와 꽤 어렵게 접근해야 하는 감성이 공존하고 있다.

 

3. 청소년에 대한 관찰과 그들의 내면을 알고 싶은 분들은

   소설이 아닌 다른 분야의 서적을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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