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리저리 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이 유산 때문이라거나 한 쪽의 일방적인 오해나 외도 때문인 것은 더더욱 싫어한다. 

 

드라마든 영화든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좋았고(주의할 점은 멍청한 게 아닌 착한 거다-)

 

어느 정도 예의 바르고 배려심은 있는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이제는 더이상 짧다고 우길 수 없는 사회생활을 돌이켜보면

꽤나 빠른 속도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변하고 있다.

 

나의 지인들이 변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자의든 타의든 생활반경을 옮겨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성향이

꽤나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착한 사람들 대신 못됐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정도만큼만 영악한 사람들이 늘었고

예전보다 더 가책없이 뒷말을 하고 막말을 하며

폭력에 대한 자각조차 없이 폭력적이 되어 있다

 

이 와중에 두려운 것은 과연 나는 얼마나 폭력적이 되어 있는가 하는 것-

 

원치 않는 부탁에 쩔쩔매며 휘둘려 다니는 것도 어느새 옛말이 되어

종교든 모임이든 자기 원하는 대로 강요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자로라도 상처될 게 뻔한 모진 말을 내뱉곤 하였고

누구나 외면하는 상황은 나 역시도 외면하기 이르렀다.

그러면서 "왜 나만 도와줘야 되는데"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좀더 매몰차 지는 것. 인정머리 없어지는 것은

내가 내 감정 추스리며 살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바늘 1cm 만큼의 따끔거리는 통증 쯤은 남아있다.

"왜 나만" 이라는 생각의 이면에는 "나조차" 라는 생각이 남아있어

모진 말을 뱉어놓고도 상대의 표정과 기색에 신경이 쓰이는 거다.

 

착하게 살고 싶었다. 착하고 순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얻게 되는 꼬락서니라고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부른 마음의 병과 떼어먹히는 돈 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는

아무래도 지금 이 곳은 순하게 살기는 힘든 세상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착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거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착한 사람들이 행복한 것을 보고 싶다.

비록 그들이 사는 현실이 더럽고, 하루하루가 버겁더라도

그래도 즐거운 소일거리 하나씩이라도 찾아가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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