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떠오르는 풍경과 정서가 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의 골목이라던가 

 

골목 안 쪽 가장 큰 집에는 덩치가 크고 성질이 못된 누렁이 한 마리가 있었던 것.

 

비가 오는 날이면 아스팔트 위로 슬며시 올라온 지렁이 한 마리가

아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것 하며

 

그 중 장난 좋아하고 약간의 허세가 있던 남자아이가

지렁이의 몸을 끊으면서 여자애들 놀리기를 좋아했던 것.

 

시골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도시에서 살아온 시간이 많으며

 

흙이라고는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는 이상 운동장과 놀이터의 흙이 전부였던 나에게는

 

추억과 향수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풍경 또한 시골의 것이 아닌 도시의 것이 되어 있으며

 

어느덧 그 도시들에도 여러 풍경이 생겨

 

최신식의 건물이 늘어서고 사람을 위한 길보다 차를 위한 길이 더 많은 강남이나 서초 쯤의 도시와

 

그래도 아직 골목골목이 많으며 과연 이런 곳에서 장사가 될까 싶은 가게들과

철물점, 열쇠수리공, 과일행상등을 만날 수 있는 변두리의 도시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골목과 철물점을 만날 수 있는 도시들은 

꽤 빠른 속도로 현실보다는 추억 저편으로 밀려가는 듯한 느낌이 듦과 동시에

 

문득 예전 '시골' 이라는 이름이 했던 역할을

이제는 변두리의 도시, 낡은 도시가 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1F/B1' 전체에 감도는 

고향을 그리워하듯 과거의 도시를 그리워하는 듯한 정서도 가능해진 게 아닐까.

 

아무튼. 어느덧 내 고향은 시골(혹은 자연)이 아닌 도시가 되어 있다.

 

이것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할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