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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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끝에는 결국 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혹은 배반, 혹은 파괴) 뿐이 있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남았다.

 

잠시 기독교인인 체 해볼까 했던 기간 사이에도 어쩔 수 없이 들곤 했던 생각은

 

하나님을 인정하려거든 부처님도 인정해야 하고

 

부처님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신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껏 내가 나름대로 가져 온 종교관이라면 종교관이고 신에 대한 정의라면 정의였다.

 

이 신이 없다면 저 신도 없는 것이고, 저 신이 있다면 이 신도 있는 것이었다.

 

날 기독교로 인도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수시로 하곤 했던 말이

 

"사람의 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는 것이었다.

 

이는 살아가면서도 퍽 자주 느끼는 바이다. 그러나 그것이 신의 섭리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해석이 불가능한 의지 또는 에너지가 있고 현상이 있으며, 불가해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기독교인인 척 해 볼까 하던 몇 개월의 시간 동안 결국 내 의지는 '신은 없다' 로 굳어져 버린 것만 같다.

 

다만 궁금한 것은 믿음의 끝이 정말 이 책에서처럼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밖에 없다면

 

그러한 사실들을 모두 알고도 모르는 척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다고 한다면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단지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아니면 '믿는다. 믿는다' 하다 보면 언젠가 진실로 믿어질 날이 있을 거라 믿기에?

 

난 아직도 그 믿음을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신은 없다. 단지 불가해한 의지와 그로 인한 현상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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