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을 만났다가 대화 중 황정은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래서 갑자기 떠올라서 다시 중고로 산 책.
(최근 리커버판이 나왔지만 새로운 표지가 내용이랑 너무 안 어울리는 것 같아 굳이 구판을 찾아서 구매함)
단편을 잘 읽지 않은 편이라
처음 읽은 황정은의 작품은 ‘백의 그림자‘ 였다.
백의 그림자 에서 느꼈던 무언가 아련히 스러져가는 느낌이 좋아서 야만적인 앨리스씨 까지 읽게 되었는데
백의 그림자 에서 받은 아련한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내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이걸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운문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불편하고 파괴적인 이미지가 가끔 가다 생각이 났고
백의 그림자 의 줄거리가 거의 다 잊혀지고 나서도
앨리시어 는 가끔 생각이 났다.
최근 경험치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다.
주변인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한 마디로 어른스러운 고민이 많은데
나 혼자만 아직도 나 개인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아
(자아를 이제서야 찾는 사람처럼)
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고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를 생각해보았다.
주제에 감히 황정은 작가에 빗대어 보자면
아마도 난 야만적인 앨리스씨 같은
불편하고 불쾌한 얘기는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백의 그림자 는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독 불편한 책들를 더 보게 되는 이유는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나름의 발버둥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