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었음. 이 말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잘 만들었음.
물론 아쉬운 점도 있고 왜 굳이? 싶은 것도 있긴 하지만
미쓰 백 같은 캐릭터(불우한 가정환경. 주류에서 엇나가는.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듯한)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낸 게 몇이나 될까 싶은 면에서
덮어놓고 잘 만들었다 박수쳐주고 싶은 기분이다.
일단 뒷골목에서 굴러먹긴 하지만(가끔 때리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실인 깡패랑 안 엮이잖아.
물론 경찰 애인은 있긴 하지만.
1. 좋다고 생각된 점
- 미쓰백의 과거가 생각보다 많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
영화정보만 검색해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건
미쓰백 역시 지은처럼 가정폭력의 피해자 라는 것.
헌데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 말고도 여러 과거가 슬쩍슬쩍 거론되곤 한다.
아마 이 영화의 중심이 '미쓰백과 지은의 유대' 가 아닌
'미쓰백의 한스러운 과거' 였다면
미쓰백의 과거의 출발점은 어머니가 아닌 다른 누군가 되지 않았을까.
이를 생각해보면 지은과의 유대를 중심에 두기 위해
미쓰백의 서사 노출을 조절한 게 아닐까 싶다.
개인의 서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중심에서 엇나가는 서사는 사실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2. 아쉬운 점
- 가장 아쉬운 건 아무래도 '경찰 애인' 의 존재.
험한 인생을 살던 사내가 자신과 같은 여자아이를 만나 구원한다
라는 서사를 떠올리면
그 사내에게 경찰 애인은 굳이 필요없을 거라 생각된다.
뭐 자기가 알아서 다 때려부수면 될 테니까.
그런데 미쓰백 에게는 경찰이며 남자인 애인이 필요하다.
그 점이 아쉬우면서도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저 사람이 아니었다면 많은 상황들이 더 복잡해지고
미쓰백과 지은에게 안 좋아졌을 거란 생각에.
여자 경찰이면 어땠을까? 그럼 또 그 여자 경찰의 서사가 필요했겠지.
알고보니 가정 폭력으로 인한 사건의 피해자로 어쩌고 저쩌고
왜 미쓰백 혼자 해결할 수 없게 생겨먹었을까 싶다가도
현 제도, 인식이 그 모양이지 싶어
결국 납득할 수 밖에 없는 그 지점이 많이 아쉬웠다.
3. 결말
- 결말에서 미쓰백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이 없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스포일러가 될까 싶은 마음에 뚜렷하게 말하진 않겠지만
대부분의 구원 서사가 그러하듯 미쓰백은 구해주고 지나간다.
다른 게 있다면 다시 만나러 온다 정도?
상황이 달라질만한 지점이 생겨
언젠간 둘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거 같아
상당히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음.
4. 주의할 점
- 스스로의 가정환경이 평화롭지 못 했다 여기시는 분들은
보는데 많이 힘들 듯 싶다.
간접경험은 있을 지언정
실제로 폭력을 당한 적은 없는 나조차도 감정과 기억이 날뛰어서
진짜 러닝타임 짧은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는데
접점이 있는 분들은 더 많이 괴로울 듯.
그리고 돌아오는 내내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음.
'왜 니들이 처 낳아놓고서 애 탓을 하는 건데'
제발 본인 인생의 이유와 의미를 자녀에게 걸지 말았으면 싶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자꾸 자녀 끌어들이지 마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