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제3판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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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하늘은 하늘일뿐>

P404 순자는 예에 의한 통치를 주장합니다. 바로 이점에서 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는 주관파(맹자 계통)와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주관파에서도 공자의 극기복례를 계승하여 예를 중요시 합니다.

그러나 순자의 예는 공자의 예와는 달리 선왕의 주례가 아니라 금왕 今王의 제도와 법을 의미합니다. 대체로 안정기에는 예가 개인의 수양과 도덕규범으로 해석되고 사회변혁기에는 사회질서와 제도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P405 순자가 유가학파로부터 배척당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의 천론 天論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자의 천 天은 물리적 천입니다.

인간세상은 하늘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유가의 전통적 천인 도덕천 道德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요. 순자는 종교적인 천, 인격적인 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능동적 참여>

P408 순자는 인간의 능동적 참여를 천명합니다. 천 天이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순자의 천론은 당시 생산력의 발전, 그리고 천문학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에 있습니다.

P409 인간의 적극의지와 능동적 실천에 근거하여 인문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P411 주희의 성리학은 기본적으로 이학입니다. 그런 이 理 (다스릴 이)는 매우 복잡한 철학적 주제이지만 쉽게 이야기한다면 바로 천 天입니다. 말하자면 이 理는 천리 天理입니다. 모든 사물에 내재되어 있으며, 세상을 관통하고 잇는 최고의 원리이자 규범이 이 理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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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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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워야?>

P383 자본주의 발전과정이 곧 제 齊 (엄숙할 제) 나라와, 진 晉 (나아갈 진) 나라가 추구했던 부국강병의 과정을 반복한 것이 사실이지요.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파괴와 처참한 죽음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살리는 자본 축적의 돌파구가 되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1929년의 세계공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인스의 처방때문이 아니라 전시경제 덕분이었다는 것이지요. 마치 소비가 미덕이듯이 전쟁이 미덕이 되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체제입니다.

P386 미리 아궁이를 고치고 굴뚝을 세워 화재를 예방한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우면서 요란하게 불을 끈 사람은 그 공을 칭찬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인 셈이지요. 개선장군에 대한 환호가 그러한 것입니다.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하다>

P388 인간의 행동은 욕구로부터 나오며 욕구는 후천적으로 물들여지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물든다는 것은 곧 묵자의 사회문화론이 됩니다. 물건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전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의롭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나라가 그렇게 물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P390 자본주의 체제하의 생산과 소비수준은 한 마디로 사람들의 삶을 기준으로 하여 그 규모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축적 논리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것은 사람의 소용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자본 운동의 일환일 뿐입니다.

P393 공전 攻戰 (칠 공, 싸울 전) 과 별애 別愛 는 존재론적 논리입니다. 자기의 존재를 배타적으로 강화하려는 강철의 논리입니다. 전쟁과 병합은 기본적으로 존재론적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존재론적 구성원리가 청산되지 않는 한 사회적 혼란은 종식될 수 없다는 것을 묵자는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국 國만을 생각하고, 자기의 가 家만을 생각하고, 자기의 몸 身만을 생각하는 것이 존재론적 논리입니다.

P394 (묵자는) 사람과 사람이 맺는 상호관계를 강조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관계의 본질이라고 주장합니다. 겸애와 함께 교리를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렇습니다. 관계의 본질을 상생 相生으로 규정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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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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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P376 애인약애기신 愛人若愛其身 (若 같을 약) 이 그것입니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구절이 그것입니다. 묵자의 하느님 사상(天志)은 기독교의 사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성공회대 정보과학관 휴게실에 겸치별란 兼治別亂 (兼 겸할 겸) 이란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내가 쓴 글씨입니다.
겸애하면 평화롭고 (治) 차별하면 어지러워진다는 뜻이며 물론 묵자의 글에서 성구한 것입니다.이 別이야말로 공동체적 구조를 파괴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악이라는 것이지요.

P377 "큰 나라가 약소국을 공격하고, 큰 가 家가 작은 가를 어지럽히고, 강자가 약자를 겁탈하고, 다수가 소수를 힘으로 억압하고, 간사한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고, 신분이 높은 자가 천한 사람들에게 오만하게 대하는 것 이것이 천하의 해로움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오늘날의 세계질서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마라>

P381 묵자께서 말씀하기를 "옛말에 이르기를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 고 했다.

물을 거울로 삼으면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지만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길흉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공격전쟁이 이롭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찌하여 지백과 부차의 일을 거울로 삼지 않는가?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전쟁이야말로 흉물임을 일찌감치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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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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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잊더라도 그물은 남겨야>
P355 득어망전 得魚忘筌 득토망제 得兎忘蹄
(筌 통발 전, 兎 토끼 토, 蹄 굽 제)

전筌은 물고기를 잡는 통발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리게 마련이고, 제 蹄는 토끼를 잡는 올무인데, 토끼를 잡고나면 그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말은 뜻을 전하는 것인데,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그 말을 잊어버리는 사람을 만나 그와 더불어 이야기하고 싶구나!

고기를 잡고나면 그 고기를 잡는데 소용되었던 기구를 잊어바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그 반대로 고기는 잊어버리고 망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기는 이를테면 하나의 현상입니다. 반면에 그물은 모든 현상의 저변에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가 하나의 사물이라면 그물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망라하고 있는 천망 天網인 것이지요. 고기는 잊어버리든 잃어버리든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물입니다. 모든 사물과 모든 사건과 모든 사태가 그 위에서 생성 변화 발전하는 거대한 관계망을 잊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한 마리의 제비가 아니라 천하의 봄이지요. 남는 것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동료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는 것은 그물입니다. 그리고 그물에 관한 생각이 철학이라고 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묵자의 검은 얼굴>
P365묵적처럼 형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름으로 삼아 공공연히 밝힌다는 것은 그 형벌이 부당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또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언하는 것이지요. 오히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다는 것입니다. 반체제적 성격을 분명히 선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성이 국가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당시는 혁명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명적 상황에서 묵가는 통치권력의 정당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좌파조직의 좌파 사상이었으며 묵적이란 이름은 그것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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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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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지식>
P350 소대 所待 (기다려야 할 어떤 것)
P351 지식이란 한 마디로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명 名입니다. 그 명의 실체가 되고 잇는 실 實과 비교하여 명실 名實이 부합할 때에 지식은 합당 合當한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소대자 所待者는 실 實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소대자 특미정 特未定 (特 특별할 특, 定 정할 정) 이란 이 실實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상 그 자체가 변화한다는 것이지요.

P352 "지혜란 무엇인가?"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를 여는 도둑을 막기 위하여 사람들은 끈으로 단단히 묶고 자물쇠를 채운다. 그러나 큰 도적은 궤를 훔칠 때 통째로 둘러메고 가거나 주머니째 들고 가면서 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세속의 지혜란 이처럼 큰 도적을 위해 재물을 모아주는 것이다." 오늘날의 지식이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이런 역할에 지나지 않지요
정권을 유지하게 하거나, 돈을 벌게 하거나, 나쁜 짓을 하고도 그것을 그럴 듯하게 꾸미는 일을 대행하는 일이지요.

P354 장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제자들이 장례를 후히 치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말했습니다.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의 시신을 파먹을까 염려됩니다."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땅위에 있으면 까마귀나 솔개의 밥이 될 것이고, 땅 속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될 것이다. (장례를 후히 지내는 것은) 한 쪽 것을 빼앗아 다른 쪽에다 주어 편을 드는 것일 뿐이다. 인지 人知라는 불공평한 측도로 사물을 공평하게 하려고 한들 그것은 진정한 공평이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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