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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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워야?>

P383 자본주의 발전과정이 곧 제 齊 (엄숙할 제) 나라와, 진 晉 (나아갈 진) 나라가 추구했던 부국강병의 과정을 반복한 것이 사실이지요.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파괴와 처참한 죽음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살리는 자본 축적의 돌파구가 되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1929년의 세계공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인스의 처방때문이 아니라 전시경제 덕분이었다는 것이지요. 마치 소비가 미덕이듯이 전쟁이 미덕이 되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체제입니다.

P386 미리 아궁이를 고치고 굴뚝을 세워 화재를 예방한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우면서 요란하게 불을 끈 사람은 그 공을 칭찬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인 셈이지요. 개선장군에 대한 환호가 그러한 것입니다.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하다>

P388 인간의 행동은 욕구로부터 나오며 욕구는 후천적으로 물들여지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물든다는 것은 곧 묵자의 사회문화론이 됩니다. 물건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전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의롭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나라가 그렇게 물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P390 자본주의 체제하의 생산과 소비수준은 한 마디로 사람들의 삶을 기준으로 하여 그 규모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축적 논리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것은 사람의 소용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자본 운동의 일환일 뿐입니다.

P393 공전 攻戰 (칠 공, 싸울 전) 과 별애 別愛 는 존재론적 논리입니다. 자기의 존재를 배타적으로 강화하려는 강철의 논리입니다. 전쟁과 병합은 기본적으로 존재론적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존재론적 구성원리가 청산되지 않는 한 사회적 혼란은 종식될 수 없다는 것을 묵자는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국 國만을 생각하고, 자기의 가 家만을 생각하고, 자기의 몸 身만을 생각하는 것이 존재론적 논리입니다.

P394 (묵자는) 사람과 사람이 맺는 상호관계를 강조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관계의 본질이라고 주장합니다. 겸애와 함께 교리를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렇습니다. 관계의 본질을 상생 相生으로 규정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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