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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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위악과 위선
P265 벌레들의 문양이란 대체로 작고 힘없는 벌레들이 살아가기 위하여 도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소자들의 문신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P268 위악이 약자의 의상이라고 하다면, 위선은 강자의 의상입니다.

P270 테러는 파괴와 살인이고 전쟁은 평화와 정의라는 논리가 바로 강자의 위선입니다. 테러가 약자의 전쟁이라면, 전쟁은 강자의 테러입니다.

P278 객관 客觀은 뒤집으면 觀客이 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구경꾼이 되게 합니다. ‘관계없이 인식없다’는 결론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P279 우리가 어떤 사람을 잘 알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 나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잘 안다는 것은 서로 ‘관계’가 있어야 됩니다. 관계없는 사람에게 자기를 정직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관계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쑥’과 ‘잡초’의 차이는 이름에 있습니다. 쑥은 이름이 있는 풀이고 잡초는 이름이 없는 풀입니다. 이름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쑥이 인식대상인 까닭은 우리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P280 모든 인식은 그 대상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발견해 내는 것에서부터, 즉 관계를 자각하고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P281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Grameen 은행의 유누스 총재는 사람을 먼저 봅니다. 그 사람이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지켜봅니다. 그리고 그가 반드시 성공하도록 이끌어줍니다. 대출금상환율이 95%를 상회합니다.

P283 계급과 경제적 조건은 삶의 전부가 아닙니다.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합니다. 빵없이 살수 있지만, 빵만으로는 살수도 없습니다. 사람은 경제적 동물이 아닙니다.
인간적 공감이 바탕에 깔리지 않는 한 관계는 건설되지 못합니다.

P284 결혼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답변이 이러하다. "그 사람과 함께 살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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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일이와 공일이
P239 자기 변화는 옆 사람만큼의 변화밖에 이룰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자기 변화의 질과 높이의 상한입니다. 같은 키의 벼 포기가 그렇고 어깨동무하고 있는 잔디가 그렇습니다.

P249 단기수는 만기날짜만 기다립니다. 하루하루는 지워가야 할 나날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기가 없는 무기수의 경우는 그 하루하루가 무언가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하루하루가 깨달음으로 채워지고 자기자신이 변화해 가야 그 긴 세월을 견딥니다.

14 비극비
P251 풀 한포기 꽃 한송이를 조용히 들여다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 속에 우주가 있습니다. 꽃 한 송이의 신비가 그렇거든 사람의 경우는 말할 나위 없습니다. ‘누구나 꽃’입니다.
내가 징역살이에서 터득한 인간학이 있다면 모든 사람을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을 최고의 ‘독서’라고 생각했습니다.

P252 미 美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글자 그대로 ‘앎’입니다. 미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은 미가 바로 각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P254 ‘얼굴’의 옛말은 얼골입니다. 얼골은 얼꼴에서 왔습니다. ‘얼의 꼴’ 다시 말하자면 ‘영혼의 모습’ 입니다.

P260 어느 성직자가 이 노랑머리에게 여성다운 동행을 설교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그 사람의 처지에 대해서는 무심하면서 그 사람의 품행에 대해서 관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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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푸른 보리밭

P206 청구회 어린이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그 때 그 곳의 추억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글을 적는 동안만큼은 행복했습니다.

P209 나는 같은 추억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크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힘겨운 삶을 이어 왔을 그들에게 청구회에 대한 추억이 나의 것과 같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13. 사일이와 공일이

P223 그렇게 열심히 썼던 이유는 언제가는 그 상념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P224 ‘한발 걸음’의 핵심은 이론과 실천의 통일입니다. ‘한발’이란 실천이 없는 독서를 비유한 표현입니다. 아마 수영생활 20년동안 책 읽는 시간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것을 나의 목발로 삼아서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험한 세상을 힘겹게 살아온 그 참혹한 실패의 경험들은 육중한 무게로 나의 사유를 견인했습니다. 처음에는 목발이 생다리를 닮아가리라고 예상했지만 생다리가 목발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나누는 한 발 걸음과 목발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변화에 관한 자기 개조의 담론입니다.

P229 심지어는 나를 두고도 ’사람은 좋은데 사상이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처할 경우 대부분의 먹물들은 연설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 점을 극히 경히 경계했습니다.

그 사람의 생각은 그가 살아온 삶의 역사적(?)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다시 쓸 수 없듯이 그 사람의 생각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승인하고 존중하는 정서를 키워가게 됩니다.

이 과정이 서서히 왕따를 벗어나는 과정, 그것이 바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었습니다. 결론을 미리 얘기하자면 ‘가슴’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공감과 애정이라면 ‘발’은 변화입니다. 삶의 현장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P231 노인목수이야기입니다. 왕년 목수시절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집을 그렸습니다. 주춧돌부터 시작해서 지붕을 맨 나중에 그렸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집그리는 순서와 집짓는 순서가 같구나. 그런데 책을 통해서 생각을 키워온 나는 지붕부터 그리고 있구나’

차이와 다양성은 그것을 존중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나는 그 집그림앞에서 창백한 관념성을 청산하고 건강한 노동 품성을 키워 가리라는 결심을 합니다.

차이는 자기변화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이어야 합니다. 차이는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의 대상이어야 하고, 학습의 교본이어야 하고, 변화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유목주의’입니다. 들뢰즈, 가타리의 노마디즘입니다. 톨레랑스는 은폐된 패권논리입니다.

관용과 톨레랑스는 결국 타자를 바깥에 세워두는 것입니다. 강자의 여유이긴 하지만 자기변화로 이어지는 탈주와 노마디즘은 아닙니다.

P235 자기개조는 자기라는 개인 단위의 변화가 아닙니다. 최종적으로 인간관계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개인으로서의 변화를 ‘가슴’이라고 한다면 인간관계로서 완성되는 것을 ‘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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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제의 토끼를 기다리며
P188 교사불여졸성 巧詐不如拙誠 공교로울 교, 속일 사, 졸할 졸, 정성 성.

한비자를 잘 타내내는 한비자 자신의 글이기도 합니다. 교묘한 거짓은 졸렬한 성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언설과 치장으로 꾸민다고 하더라도 어리석고 졸렬하지만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P191 간디가 열거하는 ‘나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이 있습니다.
- 원칙없는 정치 Politics without principle
- 노동없는 부 Wealth without work
- 양심없는 쾌락 Pleasure without conscience
- 인격없는 교육 knowledge without character
- 도덕없는 경제 Commerce without morality
- 인간성 없는 과학 Science without humanity
- 희생없는 신앙 Worship without sacrifice

‘대비와 관계의 조직’
P197 양심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양심은 화동담론에서 이야기했듯이 동同이 아니라 화和입니다. 톨레랑스가 아니라 노마디즘이며 화화 和化 입니다.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자각하고 스스로 바꾸어 가기를 결심하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탈주이고 새로운 ‘관계의 조직’입니다.

P200 고전공부는 인문학의 한 축인 세계 인식이 핵심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지도 知圖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함은 물론입니다.
제자백가들은 모두 하나같이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상앙, 이사와 같이 천하통일을 이끈 사람들의 삶도 결국 비극으로 끝납니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룬 것이 많을수 없습니다. 꼬리를 적신 여우들입니다. 그 실패때문에 끊임없이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자위합니다. 한비자의 졸성 拙誠이 그럴 것이라 하겠습니다.

졸렬하지만 성실한 삶, 그것은 언젠가 피는 꽃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한말입니다. "땅을 갈고 파헤치면 모든 땅들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 것도 휠씬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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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웃을 내 몸 같이
P155 물에(於水) 비추어 보지 마라(無鑑 거울 감)는 뜻 입니다. 무감어수. 물에 비추어보면 얼굴을 비추어보게 (見面之容)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어인(鑑於人),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거울에 비추어 보면 외모만 보게 되지만, 자기를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면 자기의 인간적 품성이 드러납니다.

P156 묵자에서 이 금언은 반전평화론의 교훈입니다. ‘사람에게 비추라’는 것은 오나라 왕 부차, 진나라 지백의 고사에 비추어 보라는 뜻입니다. 부차와 지백처럼 공격 전쟁을 계속하다가 패망한 역사적 교훈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비추어보면, 공전 攻戰이 바로 패망의 길임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 무감어수입니다.

P160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형벌을 받은 노예 출신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힌다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때야말로 진정한 위기라고 합니다.

P163 차별없이 사랑할 때 평화로워진다는 것입니다. (겸상애즉치) 이것이 묵자의 겸애사상입니다. 겸애의 반대는 별애입니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차별하는 것이 별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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