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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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 금

"어려움은 즐거움보다 함께 하기 쉽습니다."
P227 일감을 나누기보다 떡을 나누기가 더 어렵다는 옛말이 그렇습니다.

P228 즐거움을 같이 하기 어려운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즐거움은 다만 그 즐거움 자체에 탐닉하는 것으로 시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탐닉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몰두입니다. ‘함께’의 의미가 그 만큼 왜소해집니다. 마치 장갑을 벗지 않고 나누는 악수처럼 체온의 교감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 대체로 즐거움의 부근입니다.

토사구팽이란 성어도 범려가 떠나면서 남긴 말입니다. 이해로 맺은 야합이 팽을 낳습니다. 탐닉과 거품의 처음과 끝이 그러합니다

"아름다운 패배"
P231 안타까운 것은 싸움이란 모두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싸움의 비극입니다.

P232 당신의 싸움은 바로 이러한 근본을 천명하는 싸움이어야 합니다.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외롭지 않은 패배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기어코 승리하는 아름다운 패배가 되어야 합니다.

"강물과 시간 – 새로운 미래"
P235 (시간은) 과거로부터 흘러와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간이라는 형식에 담기는 실재의 변화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P238 진정한 결별은 내성(內性) 안에서 그리고 내성의 거부로써 행해질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과거의 누적이 현재가 되고 현재의 거부 이후에 미래의 계기가 발견되는 것이다. 미래는 그 자리를 비워두어야 한다.

"강물과 시간 – 현재의 내부"
P243 역사의 보편적 발전구도는 오랜 불균형 상태와 일시적인 균형상태의 교직이다. 이것이 사회변화를 대상으로 파악하지 않고 과정을 파악하는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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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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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나누는 삶"
P176 아픔은 그것의 신속한 해결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픔은 신속한 해결보다는 그 아픔의 공유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산을 들어주는 것보다 함게 비를 맞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 아닐까. 생각은 매우 착잡했습니다.

질병을 국소적 병리현상으로 진단하고 대증요법으로 처치하는 의학보다는 질병을 생리현상으로 파악하고 인체의 생명력을 높이는 동의학의 사고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
P182 연상되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따라서 사고의 성격 즉 그의 사회적 입장이 정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시대 그 사회의 가장 민중적인 사람들이 사고의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어야만 그의 사상도 시대적 과제와 사회적 모순을 온당하게 반영하고 그것과 튼튼히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P183 사람의 얼굴이 담겨 있지 않은 우리의 머리와 사람과의 관계가 사라져버린 우리들의 삶속에 사람대신 무엇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는지… 참으로 섬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P185 애정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대상도 자신의 내부로 깊숙이 안아 들여 더욱 큰 것으로 키워내기 때문입니다.

"죽순의 시작"
P205 모든 나무는 자기 키 만큼의 긴 뿌리를 땅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과 법과 독버섯"
P215 물 (水)이 흘러가는 (去) 형상을 본 떠서 법 (法)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법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P216 (독버섯) 그가 몸에 지니고 있는 "독"이란 그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자위의 무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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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화교와 나"

P128 나무의 완성은 명복(名木)이나 낙락장송이 아니라 숲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소만기 인사를 일곱 번 나눈 사람"
P164 사람이 소위 범행을 하게 되는 까닭이 그 사람의 됨됨이에 있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그 사람의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내게는 참으로 많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나 자신이 세상의 거대한 원심력에 떠밀려 옥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확인하기까지는 참으로 수 많은 사람의 삶을 읽어야 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하여 사회의 보다 깊은 실상을 읽어야 했습니다.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 恒産,恒心
P166 저 혼자의 힘만으로 꽃을 피우는 푸나무가 없듯이 저 혼자의 잘못으로 떨어지는 꽃잎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잡으라’ 는 말 대신에 ‘자리를 잡으라’는 말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너나없이 마음붙일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고 보면 아무래도 우선 자리 하나가 무엇보다 절실하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한포기 꽃나무나 마찬가지입니다. 설 땅이 그리운 법입니다. 無恒産者 無恒心, 항산이 없이 항심이 있을 수 없다는 옛말이 바로 그런 뜻이었습니다.

* 恒心: 늘 지니고 있는 떳떳한 마음
* 무항산자 무항심 (無恒産者 無恒心): 일정한 생업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은 마음의 안정도 누리기 어렵다

"불법행위에 관대한 사회"
P169 목표보다는 그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하고 그 과정을 올바르고 선량한 것으로 만들어 내려는 항심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고민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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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추억의 재구성을 위하여:
P100 추억도 자주 불러내어 친구들과 공유해야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P103 면벽 명상의 잠정적인 결론은 내가 만나고 겪은 수 많은 사람과 수 많은 사건들이 내 속에 들어와 나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P107 고희를 넘긴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추억이란 과거의 산술적 재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면벽 명상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술회했지만 과거는 ‘재현’이 아니라 ‘재구성’되는 것이다.

현재의 내가 어떠한 고민, 어떠한 철학 그리고 어떠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같은 과거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재구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한번의 재구성이나 단 하나의 재구성이 아니라 부단히 재구성되고 여러 형태의 재구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남은 세월을 정리한다는 것은 어떠한 맥락, 어떠한 가치를 중심으로 과거를 재구성할 것인가를 최종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108 칠순이면 나의 셈법이 카운트다운 방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10!9!8!7!6!5!4!
나는 카운트다운이 끝나기전까지는 우리의 모든 추억을 여전히 유효한다고 믿는다. 인생은 관 뚜껑을 덮을 때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예와 나’
P 110 시경,주역에서부터 섭렵하기 시작한 동양고전 공부는 무엇보다 나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어느 정도의 비판적 관점을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되던 나의 사고 내용이 매우 취약한 것임을 깊이 반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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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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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IMF 가 왜 일어났는지는 여러분 다 아시죠. 그러나 두 가지 관점은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하나는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 1990년대 도달한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와 성격에 관한 이해입니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의 경제구조가 어떤 본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하여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우리 나라의 경제구조가 세계 경제 질서의 하위에 매달려 있는 종속구조라는 사실입니다. 큰 톱니바퀴에에 물려있는 작은 톱니바퀴입니다. 빨리 돌려야 되죠. 다시 말해서 외국의 기술과 원자재와 생산수단을 들여와서 수출해야 돌아가는 이런 종속구조는 경제위기가 일차적으로 외환형태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거죠.

"한국 자본주의 – 작은 톱니바퀴의 비극"
P51 사람과의 관계, 그것을 확대하면 바로 사회의 어떤 본질적인 구조가 됩니다. IMF상황, 나아가 자본주의 200년사에서 우리가 청산해야할 환상은 무엇인가, 상품 생산, 상품교환 구조가 양산하고 있는 바로 인간관계 그 자체가 황폐화되고 파괴된다는 사실이 아닌가 합니다. 수많은 수도꼭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물질적인 낭비, 많은 사람들을 삶의 현장으로부터 쫒아내는 인간의 낭비에서부터 결국 인간관게 자체를 황폐화하는 것이 바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P54 서구를 향해서 우리가 키워온 동경과 짝사랑이 무척 허망하고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자기를 흉내내고 뒤 따라오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지요. 우리 사회에 구조화 되어있는 그런 콤플렉스, 열등감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운 사고,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콤플렉스란 대등한 파트너가 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상태입니다. 관계할 수 있는 주체적 입장이 없는 상태지요. 철학적으로 스스로 타자(他者)가 된다고 하지요.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P58 사물, 사건, 사태로 세상의 변화를 나눈다면 이 ‘주역’의 64괘는 가장 높은 단계인 사태를 카테고리화하고 정형화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붓글씨에서의 균형"
P60 한자한자의 개별적인 것을 단위로 하여 쓴다기보다 줄곧 다른 것과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쓰는 셈이지요. 서도가 다른 예술 장르와 결정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그 글씨와 사람의 관계입니다. 사람이 나쁜데 글씨가 훌륭할 수 없는 것이 서도입니다.

"노래가 없는 세월의 노래들"
P83 ‘바깥 사람들도 같혀 있기는 감옥에 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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