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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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2 <11장 빔이 쓰임이 됩니다>

그릇의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기고, 방의 빈 공간이 방으로서의 쓰임이 된다는 것 또한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P293 나는 이장이 우리가 목적하는 모든 현상의 숨겨진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로서 읽히기를 바랍니다. 한 개의 상품이 있음 (有) 즉, 그 효용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노동을 생각하는 화두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의 아픔의 대가라면 그 기쁨만을 취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는 것이지요.

P294 참석했을 경우에는 눈에 띄지 않고, 결석했을 경우에는 그 자리가 큼직하게 텅 비어버리는 그런 분입니다. 아마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이것저것 꼭 필요한 일을 거두거나 거들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P295 <제 17장 스스로를 신뢰하도록>

최고의 정치는 무치 無治 라는 것이지요.

그 다음이 백성들이 친애하고 칭송하는 임금입니다. 덕치 德治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금이 백성들을 자상하게 보살피기 때문에 백성들이 친애하고 칭송하겠지만 이러한 임금은 없는 듯이 존재하는 임금만 못하다는 것이지요.

그 다음이 두려운 임금입니다.

그리고 두려운 임금보다 못한 임금이 바로 백성들이 업신여기는 임금입니다. 멸시의 대상이 되는 임금이지요.

백성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백성들로부터 불신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요컨대 자도자의 가장 중요한 품성은 백성, 즉 민중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신뢰함으로써 신뢰받는 일입니다.

P297 노자의 자연 自然은 ‘nature’가 아닙니다.
-중략-
한마디로 최대한의 개념이며 가장 안정적인 질서가 바로 노자의 자연입니다. 수많은 실험을 거친 가장 안정된(stable)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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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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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8 이 78장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물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는 있는 이유입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약한 사람이 그 수에 있어서 다수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강자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그가 지배하는 약한 사람들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강자의 힘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 (地位)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힘은 원래 약자의 것이지요.

강자가 지배하는 구도에 있어서 약자의 수가 항상 다수라는사실입니다. 강자가 다수일 수 없다는 사실 이것이 핵심입니다.

P289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입니다. 바다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낮기 때문에 바다는 모든 물을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66장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바다가 모든 강 (百谷)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을 더 낮추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善: well 잘, more 많이

P291 과학적 방법이란 싸우지 않는 것 (不爭)이며 따라서 오류가 없는 것(無无, 无없을 우, 더욱 우) 입니다.
有不爭유부쟁 故無尤고무우 "오직 다투지 않음으로써 허물이 없다."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淵 못 연, 깊다/조용하다/근원, 與 줄/마주들 여, 唯 오직 유, 故 예 고)

居善地 거선지는 현실에 토대를 둔다는 의미입니다. 민중들과의 정치적 목표를 공유하는 현실노선과 대중노선을 토대로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心善淵 심선연은 마음을 비운다 (虛靜 靜 고요할 정)는 의미입니다. 사사로운 목표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여선인 與善仁의 여와 인은 인간관계를 의미합니다. 동지적 애정으로 결속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언선신 言善信 은 그 주장(言)이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선치 正善治의 정 正은 정 政 (정사 정) 입니다. 바로잡는 것, 즉 개혁과 변혁입니다. 그 방법이 치 治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평화로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영도방식이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잇습니다. 정 政의 방법이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강제나 독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이끌어낸다는 의미입니다.

사선능 事善能은 전문적인 능력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며,

동선시 動善時는 그 때가 무르익었을 때에 움직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체적 역량과 객관적 조건이 성숙되었을 때 움직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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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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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 제 8장

도무수유 道無水有 라고 했지요. 도는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 가운데 가장 도에 가까운 것이 물이라는 것이지요.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若 같을 약, 爭 다툴 쟁)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故 예 고, 幾 기미 기)

상선약수 上善若水는 인구에 회자되는 명구입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이 경우 최고의 선은 현덕 玄德이며 도 道입니다.

물은 물록 현덕이 아닐 뿐 아니라 그 자체도 아니지만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노자가 물을 최고의 선과 같다고 하는 까닭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로 雨露가 되어 만물을 생육하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생명의 근원입니다.

둘째는 다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실천한다는 뜻입니다. 다툰다는 것은 어쨌든 무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목표 설정에 무리가 있거나 아니면 그 경로의 선택이나 진행방식에 무리가 있는 경우에 다투게 됩니다.

주체적 역량이 미흡하거나 객관적 조건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과도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에는 그 진행과정이 순조롭지 못하고 당연히 다투는 형식이 됩니다. 무리 無理를 감행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지요.
*無理: 이치에 맞지 않거나 알맞은 정도에서 벗어남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 못되는 것을 노자는 ‘쟁 爭’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손자병법에 ‘전국위상 全國爲上 파국차지 破國次之 (全 온전할 전, 破 깨뜨릴 파, 次 버금 차)’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라를 깨트려서 이기는 것은 (破國) 최선이 못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전국 (全國), 즉 나라를 온전히 하여 취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뜻입니다.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작위 作爲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위 作爲: 의식적으로 행한 적극적인 행위

‘노자’ 마지막 장인 제 81장의 마지막 구가 ‘천지도 天地道 이이불해 利而不害 성인지도 聖人之道 위이부쟁 爲以不爭 (害 해칠 해)’ 입니다. ‘천지의 도는 이로울 지언정 해롭지 않고, 성인의 도는 일하되 다투는 법이 없다.’ 고 하고 있습니다. 물은 결코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산이 가로막으면 멀리 돌아서 갑니다.
-중략-
깊은 분지를 만나면 그 큰 공간을 차곡차곡 남김없이 채운 다음 뒷물을 기다려 비로소 나아갑니다.

셋째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처한다는 것이지요. 비천한 곳,소외된 곳, 억압받는 곳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P287 물이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한다는 뜻이며, 또 가장 약한 존재임을 뜻합니다. 가장 약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민초가 그렇습니다. 천하에 물보다 약한 것이 없지만 강한 것을 공격하기에 이보다 나은 것은 없으며 이를 대신할 다른 것이 없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7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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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튼튼히 해야>
P279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使 부릴 사,盜 도둑 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귀하게 여기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이 도적질하지 않게 해야 하며

구하기 어려운 화 貨를 귀하게 여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오늘날은 농산물에 비해 공산품의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사람이 만든 것보다 기계가 만든 것이 훨씬 비쌉니다.

네팔에서 느낀 것입니다만 수입 전자 제품은 네팔 사람들로서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고가인 반면에, 엄청난 수고가 담겨있는 수공예품은 그 값이 거저나 다름 없습니다.

- 중략-

외환제도나 시장가격이란 고도의 수탈 메카니즘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 貨란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상품입니다. 그 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가 속성인 물건이 화입니다.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腹 배 복, 骨 뼈 골)
성인의 정치는 그 마음을 비우게 하고 그 배를 채우게 하며,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심지가 타율신경계인 데 비하여 복골은 자율신경계이기도 합니다. 정치경제학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상부구조보다는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의 정치학입니다. 한 사회의 물적토대를 튼튼히 하는 것, 이것이 정치의 근간임은 물론입니다.

노자는 백성들이 무지무욕 無知無欲 (欲 바랄 욕) 하게 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지무욕은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사실 나는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소비가 미덕’이라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공리입니다. 절약이 미덕이 아니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끝없는 확대 재생산과 대량 소비의 악순환이 자본운동의 본질입니다.

P282 무리하게 하려는 자는 실패하게 마련이며 잡으려 하는 자는 잃어버린다는 것이 노자의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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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는 거짓입니다.>

P273 ‘노자’ 텍스트에서 대부분의 위 爲는 인위 人爲, 작위 作爲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인간의 개입(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P274 미와 선은 지역이나 시대에 갖혀있는 사회적 개념입니다. 미와 선의 그러한 특성을 한마디로 인위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한 기존의 인위적인 미와 인위적인 선에 길들여진 우리의 관념을 반성하자는 것이 이 장의 핵심입니다. (제 2장) 제 2장은 유가적 인식론과 실천론에 대한 반성입니다.
인위 人爲란 것이 곧 거짓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거짓이란 글자는 위 僞입니다. 위 僞는 인 人과 위 爲입니다. 거짓(僞)의 근본적인 의미는 ‘인위’입니다. 인간의 개입입니다.

P276 (제2장) 성인은 무위의 방식으로 일하고 무언으로 가르쳐야 한다.
만물은 (스스로) 자라나는 법이며 간섭할 필요가 없다.
생육했더라도 자기 것으로 소유해서는 안 되며
자기가 했더라도 뽐내지 않으며
공을 세웠더라도 그 공로를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
무릇 공로를 차지하지 않음으로 해서 그 공이 사라지지 않는다
-중략-
성인이 본받아야 하는 이러한 작풍이 곧 현덕 玄德 이라는 것입니다. 제갈공명이나 관우, 장비 등 여러 장수들이 저마다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눈에 띄지 않게 玄 일하는 德 스타일이지요.

(10장) 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恃 믿을 시, 宰 재상 재, 謂 이를 위)

‘생지축지’는 낳고 기른다는 뜻으로 그 다음의 ‘생이불유’와 짝을 이루고 있으며, ‘위이불시’ 는 ‘장이부재’ (위 사람이 되더라도 지배하지 않는다) 와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P277 노자는 이 장 (제2장)에서 먼저 잘못된 인식을 반성한 다음 올바른 방식으로 실천하기를 요구하는 것이지요. 말없이 실천하고 자랑하지 말고, 개입하지 말고, 유유하고 자연스럽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 실천론의 요지입니다. 그렇게 할때만이 그 성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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