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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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튼튼히 해야>
P279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使 부릴 사,盜 도둑 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귀하게 여기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이 도적질하지 않게 해야 하며

구하기 어려운 화 貨를 귀하게 여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오늘날은 농산물에 비해 공산품의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사람이 만든 것보다 기계가 만든 것이 훨씬 비쌉니다.

네팔에서 느낀 것입니다만 수입 전자 제품은 네팔 사람들로서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고가인 반면에, 엄청난 수고가 담겨있는 수공예품은 그 값이 거저나 다름 없습니다.

- 중략-

외환제도나 시장가격이란 고도의 수탈 메카니즘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 貨란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상품입니다. 그 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가 속성인 물건이 화입니다.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腹 배 복, 骨 뼈 골)
성인의 정치는 그 마음을 비우게 하고 그 배를 채우게 하며,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심지가 타율신경계인 데 비하여 복골은 자율신경계이기도 합니다. 정치경제학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상부구조보다는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의 정치학입니다. 한 사회의 물적토대를 튼튼히 하는 것, 이것이 정치의 근간임은 물론입니다.

노자는 백성들이 무지무욕 無知無欲 (欲 바랄 욕) 하게 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지무욕은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사실 나는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소비가 미덕’이라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공리입니다. 절약이 미덕이 아니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끝없는 확대 재생산과 대량 소비의 악순환이 자본운동의 본질입니다.

P282 무리하게 하려는 자는 실패하게 마련이며 잡으려 하는 자는 잃어버린다는 것이 노자의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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