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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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잊더라도 그물은 남겨야>
P355 득어망전 得魚忘筌 득토망제 得兎忘蹄
(筌 통발 전, 兎 토끼 토, 蹄 굽 제)

전筌은 물고기를 잡는 통발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리게 마련이고, 제 蹄는 토끼를 잡는 올무인데, 토끼를 잡고나면 그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말은 뜻을 전하는 것인데,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그 말을 잊어버리는 사람을 만나 그와 더불어 이야기하고 싶구나!

고기를 잡고나면 그 고기를 잡는데 소용되었던 기구를 잊어바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그 반대로 고기는 잊어버리고 망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기는 이를테면 하나의 현상입니다. 반면에 그물은 모든 현상의 저변에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가 하나의 사물이라면 그물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망라하고 있는 천망 天網인 것이지요. 고기는 잊어버리든 잃어버리든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물입니다. 모든 사물과 모든 사건과 모든 사태가 그 위에서 생성 변화 발전하는 거대한 관계망을 잊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한 마리의 제비가 아니라 천하의 봄이지요. 남는 것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동료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는 것은 그물입니다. 그리고 그물에 관한 생각이 철학이라고 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묵자의 검은 얼굴>
P365묵적처럼 형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름으로 삼아 공공연히 밝힌다는 것은 그 형벌이 부당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또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언하는 것이지요. 오히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다는 것입니다. 반체제적 성격을 분명히 선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성이 국가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당시는 혁명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명적 상황에서 묵가는 통치권력의 정당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좌파조직의 좌파 사상이었으며 묵적이란 이름은 그것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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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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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지식>
P350 소대 所待 (기다려야 할 어떤 것)
P351 지식이란 한 마디로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명 名입니다. 그 명의 실체가 되고 잇는 실 實과 비교하여 명실 名實이 부합할 때에 지식은 합당 合當한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소대자 所待者는 실 實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소대자 특미정 特未定 (特 특별할 특, 定 정할 정) 이란 이 실實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상 그 자체가 변화한다는 것이지요.

P352 "지혜란 무엇인가?"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를 여는 도둑을 막기 위하여 사람들은 끈으로 단단히 묶고 자물쇠를 채운다. 그러나 큰 도적은 궤를 훔칠 때 통째로 둘러메고 가거나 주머니째 들고 가면서 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세속의 지혜란 이처럼 큰 도적을 위해 재물을 모아주는 것이다." 오늘날의 지식이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이런 역할에 지나지 않지요
정권을 유지하게 하거나, 돈을 벌게 하거나, 나쁜 짓을 하고도 그것을 그럴 듯하게 꾸미는 일을 대행하는 일이지요.

P354 장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제자들이 장례를 후히 치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말했습니다.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의 시신을 파먹을까 염려됩니다."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땅위에 있으면 까마귀나 솔개의 밥이 될 것이고, 땅 속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될 것이다. (장례를 후히 지내는 것은) 한 쪽 것을 빼앗아 다른 쪽에다 주어 편을 드는 것일 뿐이다. 인지 人知라는 불공평한 측도로 사물을 공평하게 하려고 한들 그것은 진정한 공평이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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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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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하다>

P335 "불치병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들어 살펴보았다. 급히 서두른 까닭은 아기가 자기를 닮앗을까 두려워서였다."

자기가 불치병자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깨닫고 자식만이라도 자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심정이 참담할 정도로 가슴을 적십니다. 엄중한 자기 성찰과 냉철한 문명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자기를 기준으로 남에게 잣대를 갖다대는 한 자기반성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미혹 迷惑 (迷 미혹할 미, 惑 미혹할 혹)을 반성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 사회, 그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히 직시하고 그것을 답습할까 봐 부단히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지요.

자기의 문화, 자기의 생산물, 자기의 언어, 자기의 신을 강요하는 제국과 패권의 논리가 반성되지 않는 한 참다운 문명의 발전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빈배>
P343 삶이란 삶 그 자체로서 최고의 것입니다. 삶이란 어떤 다른 목적의 수단일 수 없는 것이지요. 도 道란 무엇인가? 패권이 인간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가치인가를 장자는 반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비꿈>
P334 "장주와 나비사이에 무슨 구분이 있기는 일을 것이다. 이를일컫어 물화 物化라고 한다"는 부분입니다. 꽃과 나비가 비록 제품 齊物 (齊 엄숙할 제) 의 관계에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꽃은 꽃이고 나비는 나비입니다. 장주는 장주이고 나비는 나비입니다. 이 사실을 장자는 물화, 즉 변화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순과 통일을 운동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정태적 제물론이 아니라 동태적 제물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변화 발전하는 동태적 형식으로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물은 원인이며 동시에 결과입니다.

여러분은 배우는 제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또 가르치는 스승의 입장에 서 있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은 스승이면서 동시에 제자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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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장자의 소요

<우물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 할 수 없다.>

P309 "우물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 할 수 없다. 한 곳에 매여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장자] 외편 [추수 秋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물안 개구리는 장자가 당시의 제자백가들을 일컫는 비유입니다. 교조에 묶인 굽은 선비들이 바로 우물안 개구리와 같기 때문에 도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일갈합니다.

<호루라기를 부는 장자>

P315 루쉰의 [호루라기를 부는 장자]는 [장자] [지락 至樂]에서 소재를 취하여 장자의 상대주의 철학을 풍자한 희곡형식의 작품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품의 전편을 ‘발가벗겨진’ 분위기로 이끌고 가면서 그 사람의 절실한 현실인 ‘옷’과 장자의 고답적인 사상이 ‘무시비관 無是非觀’ 을 극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장자철학의 관념성을 드러냅니다.

<높이 나는 새가 먼 곳을 바라봅니다.>

P319 어떤 대안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자]가 우리들에게 펼쳐보이는 드넓은 스케일과 드높은 관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한 스케일과 관점은 바로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깨달음은 그 자체로서 귀중한 창조적 공간이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바라보는 것이지요.

<부끄러워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뿐>

P329 밭일을 하던 노인은 불끈 낯빛을 붉혔다가 곧 웃음을 디고 말했다.
"내가 스승에게 들은 것이지만 기계라는 것은 반드시 기계로서의 기능이 있게 마련이네. 기계의 기능이 있는 한 반드시 효율을 생각하게 되고, 효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리잡으면 본성을 보전할 수 없게 된다네. 본성을 보전하지 못하게 되면 생명이 자리를 잃고, 생명이 자리를 잃으면 도가 깃들지 못하는 법이네. 내가 (기계를)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이 여겨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네."

P331 일과 놀이와 학습이 통일된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계란 바로이 통일성을 깨트리는 것이지요.

노동은 그 자체가 삶입니다. 삶의 지출 支出 (支 가를 지) 이 노동이지요. ‘지출’이란 단어를 사용하자니 좀 이상합니다. 삶의 ‘실현’이라고 하지요. 지출보다는 실현이 더 적절한 어휘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이 삶 그 자체, 삶의 실현임에도 불구하고 기계로 말미암아 노동이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이지요. 노동을 그 본연의 지위로부터 끌어내리는 일을 기계가 하지요.

P332 기계는 그 효율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여가를 가지게 하고 생산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로 인한 실업문제가 없더라도 여가와 소비의 증대가 인간성의 실현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곧 장자의 문제의식입니다.

장자의 체계에 있어서 노동은 삶이며, 삶은 그 자체가 예술이 되어야 하고, 도가 되어야 하고, 도와 함께 소요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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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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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장 서툰 글씨가 명필입니다.>

P299 大直若屈 (若 같을 약, 屈 굽을 굴)에 대해서 왕필은 ‘곧음이란 한 가지가 아니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대직 大直 을 대절 大節 즉 비타협적인 절개와 지조의 의미로 이해하는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 문제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있어서는 구태여 고집을 부리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일 수록 작은 일에 매달리고 그 곧음을 겉으로 드러내게 마련이지요.

P302 대변눌변 大辯訥辯 (辯 판별할 변, 訥 말 더듬을 눌)

말을 더듬고 느리게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불일치를 조정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지요. 화자가 청산유수로 이야기를 전개해가면 청자가 따라오지 못하게 되지요. 느리게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언어란 불충분한 표현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지요. 언어는 무엇을 지시하는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을 찾아내고 그 대상에 대한 청자와 화자의 합의가 도출되어야 하느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언어를 적게, 그리고 느리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눌변 訥辯이 청자의 연상세계를 확장해 줍니다.

고요함이 조급함을 이기고 추위가 더위를 이긴다는 것, 그리고 고요한 것이 천하의 올바름이라는 것은 역시 노자 사상의 당연한 진술입니다.

정승조 靜勝躁 한승열 寒勝熱 (靜 고요할 정, 躁성급할 조)

천하의 올바름이란 바로 자연의 질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고요함이란 작위가 배제된 상태를 의미함은 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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