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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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장자의 소요

<우물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 할 수 없다.>

P309 "우물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 할 수 없다. 한 곳에 매여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장자] 외편 [추수 秋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물안 개구리는 장자가 당시의 제자백가들을 일컫는 비유입니다. 교조에 묶인 굽은 선비들이 바로 우물안 개구리와 같기 때문에 도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일갈합니다.

<호루라기를 부는 장자>

P315 루쉰의 [호루라기를 부는 장자]는 [장자] [지락 至樂]에서 소재를 취하여 장자의 상대주의 철학을 풍자한 희곡형식의 작품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품의 전편을 ‘발가벗겨진’ 분위기로 이끌고 가면서 그 사람의 절실한 현실인 ‘옷’과 장자의 고답적인 사상이 ‘무시비관 無是非觀’ 을 극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장자철학의 관념성을 드러냅니다.

<높이 나는 새가 먼 곳을 바라봅니다.>

P319 어떤 대안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자]가 우리들에게 펼쳐보이는 드넓은 스케일과 드높은 관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한 스케일과 관점은 바로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깨달음은 그 자체로서 귀중한 창조적 공간이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바라보는 것이지요.

<부끄러워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뿐>

P329 밭일을 하던 노인은 불끈 낯빛을 붉혔다가 곧 웃음을 디고 말했다.
"내가 스승에게 들은 것이지만 기계라는 것은 반드시 기계로서의 기능이 있게 마련이네. 기계의 기능이 있는 한 반드시 효율을 생각하게 되고, 효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리잡으면 본성을 보전할 수 없게 된다네. 본성을 보전하지 못하게 되면 생명이 자리를 잃고, 생명이 자리를 잃으면 도가 깃들지 못하는 법이네. 내가 (기계를)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이 여겨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네."

P331 일과 놀이와 학습이 통일된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계란 바로이 통일성을 깨트리는 것이지요.

노동은 그 자체가 삶입니다. 삶의 지출 支出 (支 가를 지) 이 노동이지요. ‘지출’이란 단어를 사용하자니 좀 이상합니다. 삶의 ‘실현’이라고 하지요. 지출보다는 실현이 더 적절한 어휘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이 삶 그 자체, 삶의 실현임에도 불구하고 기계로 말미암아 노동이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이지요. 노동을 그 본연의 지위로부터 끌어내리는 일을 기계가 하지요.

P332 기계는 그 효율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여가를 가지게 하고 생산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로 인한 실업문제가 없더라도 여가와 소비의 증대가 인간성의 실현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곧 장자의 문제의식입니다.

장자의 체계에 있어서 노동은 삶이며, 삶은 그 자체가 예술이 되어야 하고, 도가 되어야 하고, 도와 함께 소요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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