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마귀는 어떻게 그려? - 곤충편 ㅣ 똑똑해지는 그리기책
앙꼬와 찐빵 글.그림 / 꿈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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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말 한마디. “뭘 이렇게 그리라는 거야~!”



 

아이들은 뭔가 그리는 걸 좋아하고, 색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자기들이 그린 그림을 스티커로 만들면 그야말로 완전 “엄마짱, 아빠짱”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우리 집 아빠도 걸핏하면 아이에게 “이거 곰 아니잖아. 이게 토끼야?” 하고 구박을 받으니 그림 못 그리는 엄마아빠는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니다. 그나마 나는 아직은 부모님께 조금 물려받은 잔재주와, 그리고 열심히 읽고 따라 그려온 일러스트 북 때문에 조금 넘어갈 수 있으나 그 시기인들 얼마나 남았겠는가. 그렇다면 방법은 뭐? 아이가 직접 그리게 하는 것!



 

아이들이 직접 일러스트를 그리고 그림을 구경하게 하는 좋은 책을 한 권 만났다. 더욱이 곤충이라면 기겁한 덕에 곤충은 하나도 그릴 수 없는 우리 집에 완전 딱이다. 아직은 우리아이도 겁보라서 “엄마, 나비 그려줘. 달팽이 그려줘” 등 덜 무서운 아이들만 그려달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사슴벌레도 사마귀도 직접 그릴 날이 오겠지?




 

우리 집에서는 곤충을 제일 먼저 만났는데, 이 책은 시리즈가 다양하다. 이 곤충 편으로 상상할 수 있는 “동물편” 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완전 사랑하는 “공룡”과 교통수단이 가득한 “탈 것” 편도 있다. 그 외에도 “직업” 편이 있어 아이들이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리즈다. 우리 집도 아이의 성장에 맞추어 다른 시리즈도 구비할 예정이다.


 

내가 종종 아이에게 쓰는 일기에 쓰는 말이 “너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렴” 하는 말이다. 아이가 글로든 그림으로든 말로든 자신의 마음에 담긴 것을 터놓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아이가 생각을 표현해내는 지혜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표현이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연습하고, 표현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와 책을 읽고, 그림을 말로 표현해보고,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몸으로 흉내 낸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온갖 색으로 욕실을 물들인다. 비록 그런 것들을 벌리고 치우는 일은 고되지만, 그로 인해 내 아이가 속으로 아프지 않다면, 나는 오늘도 기꺼이 일을 벌리리!

 


“아빠, 사마귀는 어떻게 그려!” 이 책으로 오늘도 재미있게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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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4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브렌던 웬젤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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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수백 년을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보았거든요. 하지만 거북이도 삶을 사랑합니다. 등에 쏟아지는 소나기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본문 중에서)


 



그림책을 리뷰하며 그 안의 문장을 옮겨 적는 일은 거의 없다. 많지 않은 텍스트를 옮겨 적어서, 책 읽는 사람을 줄이지 않기 위해. 그와 같은 이유로 그림책 리뷰에 그림책 사진을 많이 넣지 않는다. 네 장 이하. 그 이상을 올리면 작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구경하고 끝내는 이들이 있을 게 두려워 그렇게 해왔다. 그것이 내 스스로의 원칙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 원칙을 깨고, 한 구절을 옮겨 적는 이유는 저 몇 줄에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어릴 때부터 배워온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혹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 등의 속담을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 문장이다.

 

아이 엄마들, 혹은 아이 아빠들에게 간절히 부탁 드린다. 이 책은 반드시 아이에게 읽어주라고. 어릴 때 이 책을 읽고, 이런 내용이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은 분명, 훗날 철학서나 인문학서적을 힘들지 않게 거부감 없이 만나게 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니, 어릴 때부터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거의 한달 동안 이 책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읽었다. 마침 나도 이번 달 내내 철학서를 읽고 있던 터라 아이와 함께 성찰하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읽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읽다 보면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잘 만든 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동물들의 모습을 찬찬히 따라가며 짧은 글귀들을 읽는다. 별 이야기가 아닐지 모르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다. 아이의 수준에서 삶을, 인생을 이야기하기 이렇게 쉬울지 몰랐는데 어느새 우리아이는 삶이라는 단어를 익히고, 생각하고 있다. 부디, 너의 삶도 그렇게 신중하고 꼼꼼히 행복으로 채워가길.

 




책의 단점 : 하나도 없음!

책의 장점 : 삶과 인생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매우 쉽게 풀어간다.

책의 활용 : 아이와 동물들의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어떤 동물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나누어보고, 삶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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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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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점심을 먹었다. 아빠가 멋있는 남자 좀 데려오라고 했다. 그러고 싶은데 멋있는 남자가 나를 안 만나줘서 못 데리고 온다고 대답했다. 아빠는 내가 농담하는 줄 알고 껄껄 웃었지만…


아버지 이것은 냉혹한 현실입니다. (p.78)





내가 요즘 너무 “궁서체”의 책들을 읽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은 그냥 재미있는 책인가! 책장을 펼쳐서 한 시간 만에 후룩, 다 읽어버렸다. 문장이 쉽기도 했고 쉬운 에세이기도 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 이 책은 정말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재미있다. 그런데 만약 그냥 재미만 있는 책이었다면 나는 절대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웃긴데 조금 짠내도 나고, 유쾌한데 조금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아무튼 뭐 그렇다. 웃긴 문장 속에는 분명 사는 고단함도 있고, 눈물도 있는데 그게 구질구질한 느낌으로 섞인 게 아니라, 해학이라고 느껴질 그런 이야기들이다.

 

 





 

-       어젯밤 일은 분명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전연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 결국, 그것은 나에게 없는 시간과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이런 식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얼마나 될까? (p.118)

 

이 진지한 문장은 마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전날 밤 게워낸 토사물과, 함께 게워낸 기억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그냥 웃긴 주사 이야기를 적어두었다면 그냥 동네친구의 카톡과 다를 바 없었을 텐데, 문장이 꽤나 흡입력 있다.

 

 

 




-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이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꼼짝없이 발이 묶인 나는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p.129)

 

각각의 이야기마다 그녀는 참 다른 모습이다. 어떤 문장에서는 한없이 밝다가 또 어떤 문장에서는 아플 만큼 안쓰럽다. 내게 우산이 있었다면 데리러 가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       혹시 침묵도 추가되나요? 비싸도 괜찮으니 그것도 좀 부탁 드릴게요! (p.136)

-       “기사님 광화문 교보문고 가려고 하는데 여의도 쪽으로 해서 벚꽃 좀 보면서 가면 안될까요?” 기사님은 호구를 잡았다며 얼씨구나 좋아하실 것이고 나는 마음 편히 벚꽃을 구경하니 나름대로 좋을 것이다. 이 얼마나 흐뭇한 봄날이란 말인가. (p.167)

-       어쩌면 우리가 타인에게서 듣게 되는 무례한 이야기는 상대가 의도치 않았던 것 일지도 모른다. (p.248)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이렇게 너무나 진지한 목소리로 “현실”을 탁 치는 말도 날린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도 지겹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최근 읽은 재미있는 책을 묻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게 될 것 같다. 또 이 책은 추천 후에도 욕을 먹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이 책은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한 줄 한 줄 읽어 내리는 재미도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를 책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말, 혼자 침대와 친구하고 있어야 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볼 것! . 물론 당신이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님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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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를 부탁해! 아빠 편 ㅣ 오리그림책
박종진 지음, 신보미 그림 / 동심(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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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아직도 그대로인지 우리아이는 늘 바쁘고 피곤한 아빠를 가지고 있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아이가 잠들면 집에 등장하기 일쑤고, 세심한 여자아이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해 울리기 일쑤다. 오늘저녁에만 해도 아이가 아껴먹던 과자를 (잘 안주니 종종 주면 엄청 아껴먹는다.) 남긴 것 인줄 알고 홀랑 먹어 치워 울고불고 난리가 한바탕 났었다.

 

어떤 아이들은 아빠와의 친밀함이 조금 부족해도 엄마로 인해 그 사랑을 채우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그 거리감을 매우 힘겨워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이 책의 첫 표지에도 드러누워있는 아빠가 등장하니, 일단 아이들의 관심은 집중될 터!



 

아빠가 그렇게 널브러진 모습인 것이 사실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고?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을 찰나 아빠는 수퍼 히어로가 된다. 어떤 날씨에도 멈추지 않고 만원버스괴물, 지하철 괴물과 싸우고 높은 건물 속에서 서류뭉치와 싸운다고. 그렇게 하루를 보낸 아빠들은 환하게 빛나는 가슴을 안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사랑의 빛”을 나눠준다고 한다.

 

어른들의 눈에는 다소 황당무계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아이들은 이 스토리를 사랑한다. 우리 아이만해도 “우리 아빠도 뚜퍼 히어로에요?” 라며 엄청 신나 했으니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어린 시절, 우리아빠를 히어로라고 믿으며 컸다. 더욱이 사람을 구하는 직업을 가지셨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비록 이제는 그 수퍼 히어로는 정년퇴직 후 손녀를 돌봐주시는 “텃밭농부”가 되었으나 여전히 내게는 히어로로 남아있다. 내 아이에게도 아빠가 그렇게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아이와 아빠가 함께 앉아 읽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가지 억지를 좀 부려본다면, 작가님! 일하는 아빠, 일하지 않는 아빠, 일하는 엄마, 일하지 않는 엄마 등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을 다 그려주세요!



 

책의 단점 : 다양한 아빠편 엄마편이 동시에 발간되었으면 좋겠다. (욕심)

책의 장점 : 연필로 그린 그림이라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난다.

책의 활용 :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자를 아이와 이야기해보고, 스토리를 이어본다.

           아빠나 엄마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아이와 함께 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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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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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는, 빠르고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그 때문에 눈 앞에 닥친 일만 신경 쓰며 불편하거나 효율이 낮은 일, 실용적이지 않은 것이나 당장 쓸모가 없는 일은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p.83)

이 책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좀 하자면,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철학에 대해 어찌나 심도 있는 이야기를 이어가는지 사실은 읽는 내내 멈춰 해당 문헌을 읽기도 해야 했고, 찾아보기도 해야 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재미 삼아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말에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긍정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이 책을 통해 철학이 다소 가까워 진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사실 처음 이 책의 앞쪽에 책 사용설명서가 있어서 무슨 도서가 사용설명서가 다 있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사용설명서는 분명히 필요한 것이 맞았다. 이 책에는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에 대한 인용문들이 많이 제시된다. 또 생각해 볼만한 질문을 계속 던지기 때문에 잠시도 쉬엄쉬엄 읽을 수 없다. 계속 생각해야 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야 하며, 나의 철학도 수립해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포인트”는 정말 너무 유익해서 메모할 것들이 많았다.

-      친구와의 사이에서 건강한 관계가 구축되려면 내가 나 자신이어야 하며 내가 계속 나 자신이기 위해서도 외로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p.29)

-      연애가 궁극적으로 자기 확대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느끼는 불안과 기쁨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p.49)

-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대로도 괜찮을까 회의가 든다. “계속 돌진하다간 망가지고 말 거야.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더 천천히 가야지” 싶다가도 소외 당할까 봐 따돌림을 당할까 봐 무리하게 노력한다. (p.84)

-      성숙한 어른이라면 상대방을 접할 때 확실히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때 사랑과 정의보다는 충서라는 관대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용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건 상대방을 신뢰하고, 그 사람이 반드시 책임을 전가할 줄 아는 인격자임을 끝까지 믿는다는 뜻이다. (p.237)

마음에 담아 두고픈 문장이 참 많았고, 책의 군데군데 제시된 명언도 너무나 좋았다. 내가 읽은 고전의 명언이라면 읽은 대로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고, 읽지 않은 것은 또 읽지 않은 그대로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되어 찬찬히 읽었다.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이 뭐 따로 있는가. 이렇게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힐링이다.

-      나는 내 인격 가운데 있는 인간을 멋대로 처리하여 그것을 해하거나 무너뜨리거나 죽일 수 없다. – 칸트,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      정의의 법 중 가장 신성한 것, 침범에 대해 복수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은 것은 이웃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법이다. –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      그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그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게 나라서’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 몽테뉴

내가 가장 오래도록 마음을 두고 읽은 부분은 “살아갈 의미”에 대한 부분이었다. 남보다 나의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로 시작된 이 장은 나에게 커다란 의문을 던진다. 절망할 때 나의 모습이 어떤지, 미래가 없이 인간다움을 꿈꿀 수 있는지. 예시로 나오는 것은 나치 수용소. 나도 최근에 아우슈비츠에 대해 읽었던 덕에 이 부분을 읽으며, 보다 심도 높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삶을 연명하는 것과 미래를 계획하는 것 중 과연 어느 것이 위에 오는 개념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섣불리 ‘그래도 연명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치졸한 자존심 탓인가, 여전히 숨쉬는 나의 꿈 때문인가 알 수가 없다.

인생이 경주가 아닌 완주라고 했던가. 어쩌면 인생은 완주이기에 우리는 철학서를 읽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일년 중 단 며칠이라도 진정 번뇌하고 생각하며 삶다운 삶을 살게 될 것 아닌가. (경쟁이었더라면 철학서를 읽고 고뇌할 시간이 없었을 듯 하기도 하고.)

우리는 분명 꽤 많은 시간을 이해 없이 보낸다.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기도 하고, 거짓말과 위선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나와 타인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밀며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에 남는 공허함은 채울 길이 없다. 바로 그곳에 철학을 채워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이상향에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해.

부디 이 책은, 빌려보지 말고 구매하시길 바란다. 빌려서 촉박하게 읽어갈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붙잡고 공부하고 고민하며 읽어야 한다. 스스로 한 장을 며칠 안에 읽겠다는 목표를 세워도 좋다. 어찌되었건 반드시 한번은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더 읽어야 할 다른 책을 분명히 만나게 될 것이고, 철학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다른 철학서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만나지 못한 것. 그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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