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요하네스 부체 지음, 이기흥 옮김 / 책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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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책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정감이 밀려든다. “책 없는 공간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말은 아마도 키케로가 했을 것이다. 책 한 권 한 권은 우리를 대화로 초대한다. (p.28)



나는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닿는 문장이나 생각을 녹음해둔다. 손으로 쓴 것보다 빠르고, 내 감정까지 전달되니 후에 들을 때에도 생생하게 내 감정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물론 오글거림도 뒤따라오기에 리뷰를 쓰고 나면 재빨리 지워버린다.) 이 책에 대한 녹음에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아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학교라니.” 맞다. 다른 거 말고 내 마음을 지키는 게 사실을 제일 중요한데, 우리는 그걸 잘 하지 못한다. 사실은 그 모든 것에 앞서서 내 마음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걸 참 못한다.








-       우리는 영혼의 평화에 이르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영혼의 평화에 도달하리라 결단한 사람이라면 길을 잃고 헤맬 일은 전혀 없다. (p.111)


-       신뢰 욕구가 없다면, 영혼의 평화를 찾아 노력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자신과 일에 확신이 있다면 전혀 동요하지 않겠지만 이런 사람은 매물 드물다. 그래서 사람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친구다. (p.147)


-       “그러려니 하고 행동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인 양하는 단순한 기만”이 아니다. 결코 속임수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선택의 폭을 넓히고 현실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고상한 태도이다. (p.186)




사실 이 책이 수월하게 읽혀지지는 않았다. 읽으면서 여러 번 멈춰 읽었고, 내용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공부를 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공감 가는 구절이 많았고, 배워두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공부를 하면서라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책이었다고 해야 할까. 사실 어떤 책은 읽다 보면 도저히 읽기 싫어지는 책이 있고, 재미있어서 술술 넘어가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사실 그 둘 다 아니었다. 잘 읽혀지지는 않는데, 읽고 싶은 책이었다고나 할까. 꽤 오래 읽었고, 꽤 오래 뜸들여 리뷰를 쓰는 것도, 사실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정리하는 것은 학습자의 태도이다. 복습을 하듯 노트 정리를 하듯. 머잖아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보려 한다. 그땐 조금 더 이해라고, 조금 더 깊이 느낄 수 있기를.








아참.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내가 나의 영혼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것인지를 또 한번 깊게 생각했다.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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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 '글밥' 먹은 지 10년째, 내 글을 쓰자 인생이 달라졌다
이하루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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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1일 0시. 드디어 어른이 됐다. 기다려왔던 시간이다. 유흥가 골목에 대기하고 있던 나와 친구들은 파워워킹으로 나이트에 입장했다. 처음이 아니라는 듯. 이제껏 쭉 어른으로 살아온 것처럼 말이다. (p.12)







 

프롤로그부터 피식, 웃음을 짓게 하다니. 나보다 딱 한 살 많은 까닭일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공감을 이끌어냈고, 날 웃게 하고 씁쓸하게 만들었다. 나의 책을 출판하리라는 공통점으로 어른이라는 출발선상에 섰는데, 그녀는 어쨌든 책을 내고, 나는 여전히 독자다. 그거 외에는 공감할 이야기가 아주 많았다.

 

 




 

-       모든 사람이 글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쓰고 싶은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다. 게을러 터지고 정리정돈은 포기한 나 같은 사람도 어떻게든 쓴다. 쓰고 싶을 때마다. (p.28)


-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건 마음뿐이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건 이겨내고자 하는 내 마음이다. (p.111)


-       어떤 삶이 길을 잃더라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렸으면 좋겠다. 모든 길은 이어져 있으니까. 결국은 목적지와 만날 길을 찾게 될 테니까. (p.120)

 



항상 글을 읽고 쓰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늘,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럼에도 아직 난 제대로 된, 그럴듯한 글하나 쓰지 못했다. 언젠가는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내야지, 그렇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마음만 먹어왔을 뿐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그랬다. 작가님의 말대로라면 그냥 내가 쓰는 모든 문장이 글이고, 에세이인데 나는 왜 쓰지 못할까, 그런 고민에 마음이 뒤척여졌다.

 

 






 

-       상처를 글로 옮기면 위로가 된다.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남을 위로하고, 위로 받은 남이 또 다른 타인을 위로한다. 삶을 지탱해주는 수많은 위로가 소리없는 글에서 시작된다. (p.113)


-       그래도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쓸모없는 이야기는 없다. 좀 안 읽히는 글만 있을 뿐이다. (p.144)


-       맞다. 잘 쓴 글은 잘 읽힌다. 소리 내 읽었을 때 잘 읽히는 글은 눈으로 읽기에도 좋은 글이다. (p.161)


-       아팠던 기억을 담담하게 쓰는 것, 기뻤던 일을 슬프게 쓰는 것,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의미 있게 쓰는 것. (p.208)

 

문득 생각해본다. 내가 쓰는 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내 글도, 별 것 없는 내 글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내 이야기도 쓸모가 있을까? 또 언제쯤이면 내 글이 술술 읽히는 글이 될까. 그래,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언제인가는 내 글을 써야지. 단 한 명이 읽더라도, 딱 한 명에게만 위로가 되더라도- 언제인가는 꼭 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작가님이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받은 것은 큰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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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행복을 줄게 - 날마다 행복을 채집하는 엄마의 그림일기
강진이 글.그림 / 수오서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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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매 순간을 그저 흘려보내거나 놓치지 않길.

겨울이 지나면 봄마다 새롭게 꽃이 피듯

더러 구름이 끼어 보이지 않아도

365일 매일매일 밤하늘에 별이 빛을 발하고 있듯,

삶 속에는 늘 사랑과 기쁨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아 채길.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행복과 감사할 일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우치고, 잊지 않길 (p.44)







먼저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읽게 해주신 수오서재에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한다. 솔직히 수오서재의 책은 거의 다, 대부분이 다 좋았지만 이 책은 특히나 좋았다. 내 마음이 아픈 날이 읽어 더 좋았을까? 아무튼 이 책은 내 아픈 마음을 토닥여 주는 엄마 손 같았다. “엄마 손은 약손, 지니 배는 똥배~” 하는 그 토닥임처럼,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그 온기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딸이 나에게 그 노래를 불러준다. 하니 손은 약손~ 엄마 배는 똥배~. 그 따뜻함이 좋아 자꾸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아, 어쩔 수 없는 나의 하얀 거짓말)







-       먼 훗날 소소한 오늘 일이 가슴 따뜻한 추억으로 떠올려질 수 있도록, 이토록 작은 일에도 넘치게 기분 좋아 일기장을 펼치는 마음이 있었음을 기억하거라. (p. 50)


-       삶의 매 순간순간, 참으로 선명하게도 나를 멈춰 서게 하고, 바라보게 하고, 깨닫게 하는 존재 엄마, 아빠. (p.154)



이 책의 따뜻한 그림, 따뜻한 구절을 옮겨 담으려면 책 한 권 고스란히 다 담아야 할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던 문장만을 옮겨봤다. 정말 이 책은 꼭 한번은 읽으셨으면 한다. 아이가 있다면 더더욱, 엄마가 있다면 반드시. (엄마 없이 태어난 아이가 있던가! 그런 사람은 없다. 결국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읽으라는 말이다.


나는 오늘 잠이 와서 까뭇까뭇한 아이의 머리맡에서 이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이 문장들을 다 이해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는 두고두고 이 책을 읽어주려 한다. 또 훗날 아이가 스스로 글을 읽을 날에도, 이 책은 읽게 하고 싶다.



이 책은 그냥 따뜻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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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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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상관없습니다. (…)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귀인인 해가 될 것입니다.

(발행인의 편지 중에서)








더는 샘터를 만날 수 없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었다. 학창시절부터 엄마 등 너머로, 성당에서,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그렇게 오래도록 만나온 단짝 같은 내 친구를 더는 볼 수 없다니. 나는 사실 샘터가 사라진다는 말에, 친구를 잃은 사람처럼 며칠간 밥맛도 없었다. 안 그래도 잘 먹지 않는 내가 깨작거리니, 나와 늘 밥을 같이 먹는 밥 친구가 물었다.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냐고. 그냥 친구를 잃은 기분이라는 내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 잘 될 거라며 내 등을 두드려주던 온기처럼, 샘터는 내게 돌아왔다. 따뜻한 붉은 얼굴로.









그래, 샘터는 그동안 참 나의 귀인이었다. 나를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며, 오래도록 작가라는 꿈을 간직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글을 그만 써야지, 결심한 무렵이면 꼭 내 글이 샘터에 소개되었다.) 그래서 이번 호는 더 사람 사는 이야기 같고, 더 반갑고, 더 좋다.



해가 바뀌고 지인들에게 참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샘터를 구독하라고, 아니 구독해달라고.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책이 오래오래 나올 거라고. 성당에서 만난 이들에게는 샘터가 사라지면 가톨릭 서적도 반으로 줄어들 거라고 협박도 했다. 그런데 그 협박조차 나는 자신 있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샘터는 읽게 할 자신이 있었고, 누구라도 공감하게 만들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샘터를 권한다.




샘터는 그냥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데, 그렇다고 별 것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 옆에 사는 누군가의, 따뜻하고 찡하고, 감동적이고 뭐 그런 이야기들이다. 당신이 일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라도 분명, 병원에서 은행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손에 집어들 만한 그런 책이 바로 샘터다.



샘터는 그냥 우리 친구고,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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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천천히, 북유럽 - 손으로 그린 하얀 밤의 도시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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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이 푸른 그림자도 몇 시간 뒤 다시 떠오를 태양 아래 사라져 버리겠지. 오래 전 네가 내 마음에 남겼지만 결국 사라져버린 아릿한 멍 자국처럼. (p.31) 







오랫동안 즐겨 왔던 허세가 하나 있다. 바로 문화예술. 아는 것도 없고 잘 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도 그림을 좋아하고, 음악을, 공연을, 책을 사랑해왔다. 그 중 그나마 자신 있는 게 책이라 갈증을 가장 많이 채워왔던 게 책이기도 하고. 한 달에 두 어 권은 꼭 문화예술과 관련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마치 핸드백을 사듯, 립스틱을 사듯- 그림을, 음악을, 예술을 읽는다.



이 책은 표지부터 그런 나의 욕구를 채워주었다. 일단 <혼자>라는 단어가, <북유럽>이라는 단어가, <천천히>라는 단어가 제각기 나의 가슴을 울려댔고, 푸른 표지가, 또 손으로 얽기 설기 그려놓은 그림이 마음을 퉁퉁 울렸다. 한달 넘게 혼자 1박2일 여행을 떠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내게 이 책은 숨통 같았고, 쉼표 같았고, 눈물 같았다. 그렇게 나는 책상에서라도 자유를 만났다.








-       한자리에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빙하는 끝없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 위대한 힘의 출발점 앞에 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p.216)


-       이 서정적인 도시가 대 화재로 인한 폐허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잿더미 위에 다시 피어난 아름다운 꽃. (p.243)




북유럽이라는 장소가 그런 걸까, 저자가 그렇게 서정적인 사람일까? 별 것 아닌 풍경도 저자의 펜 끝에서 아름다움으로 피어났고, 그 아름다움은 고스란히 이 겨울 밤, 나에게 전해졌다. 차갑고 쓸쓸한 겨울 밤에 따뜻한 방에 앉아 이렇게 감미로운 책을 보고 있자니 생각나는 일도 많고, 생각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그림을 탐미하고, 음악에 빠지는 것일까. 문득 이렇게라도 음악과, 책과, 맥주와, 그림과, 문장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눈물 나게 감사하다.










-       그동안 이 도시는 수없이 많은 아침과 저녁을 맞이했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이 도시에 찾아온 무수한 파편 중 한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그 아름다운 여름밤 속에 내가 있었다. (p.258)


이 문장에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참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사랑이 가득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더라. 그래, 내 삶 속에서의 오늘 하루는 무수한 파편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만나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그게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인지는 내 마음에 달린 것임을 또 잊고 살아왔다. 또 바보같이 놓치고 살아왔다. 누군가 언젠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마음으로 얼마나 챙기고 있는지 모른다고, 그 세세한 게 뭔지 물어보면 구차해서 말하지 않을 거지만, 마음으로 가득히 챙기고 있다고. 그 무수한 파편들을 하나하나 보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그 아름다운 시간 속에 내가 있었음을 몰랐던 어리석음이 안타깝고 속이 상하다.


오늘부터라도,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순간을 가득히 사랑하며 살아야지. 혼자, 천천히 혹은 둘이, 셋이, 여럿이, 천천히 혹은 빠르게 살게 되더라도- 그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아야지.




참,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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