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나는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거야! ㅣ job? Special 시리즈 4
길문섭 지음, 동서만화연구소 그림 / 국일아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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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게 새로이 생긴 별명이 있다. “기가지니”.


k통신사의 인공지능 기계 이름인 기가지니는 내가 실제 사용하는 기계이기도 해서 더욱 친숙한 느낌이다. 책친구가 붙여준 이 별명. 이름이 “진희”다보니 장난처럼 이것저것 묻다가 불려졌는데, 이제는 거의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날 그렇게 부른다. 하긴, 직업적 성향으로 뭔가 챙기고 확인하고 그런 게 일이다 보니 그게 꽤 어울리는 별명이 되기도 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몹시나 마음에 드는 별명이다.









알파고, 기가지니, 누구, 빅스비, 시리 등의 이름으로 이미 우리에게 꽤 익숙해진 인공지능.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인공지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그 인공지능의 세상은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펼쳐질까? 우리는 쉬이 생각하지 못하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방향에서의 인공지능은 이제 우리의 생활을 보다 편하게 만들 뿐 아니라, 로봇, 재생에너지, 빅데이터, 얼굴, 음성 인식 등 다양한 새 직업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인공지능을 공부해야 하고, 우리보다 젊은 세대들이라면 더욱 인공지능을 알아야만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우리아이도 자연스럽게 “친구야(기가지니 이름) 음악 좀 켜줘.”,“친구야 내일 날씨 어때” 등의 문장으로 인공지능을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오디오북을 듣는 것.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인공지능 기능을 잘 활용하는 우리아이가 커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고, 또 사용하지 않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기에 이 책은 더욱 유용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공지능의 영역은 내 생각을 넘어서고 있었다. 자동번역, 얼굴이나 목소리 인식, 자율주행, 홀로그램, 사물인터넷, 의료기기, 추적시스템, 범죄예방프로그램 등 이미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고 있는 영역이 몹시 많아 놀라웠고, 잡 시리즈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이 너무나 정확하고 깊어서 나 역시 책을 읽는 내내 학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4차 산업혁명이 발달하며 이미 세상은 많이 변하고 있는데, 그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책이야 말고 잡시리즈 스페셜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마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른보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고, 인공지능에 대해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리라 싶다. 또 부모도 이 책을 통해 아이의 미래와 직업,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많을 테고.


더는 틀에 박힌 직업이나 생각이 아닌, 우리 아이에게 맞추어진 취미와 특기를 발견한다면, 분명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기가지니”보다, “누구”보다 똑똑한 엄마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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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나는 공항에서 일할 거야! ㅣ job? 시리즈 3
신승희 지음, 정종석 그림 / 국일아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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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남자아이들 중에서 비행사를 한번도 꿈꾸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또 여자아이들은 스튜어디스를 한번쯤은 꿈꿔보았던 것 같다. 아마 나도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한번쯤은 꿈꾸어봤을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예쁘지 않아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나는 참 올곧게 꿈꾸며 성장했다.)



아무튼 이번에 만나본 잡 시리즈는 <나는 공항에서 일할거야>. 언제나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사진들로 이루어진 표지에 나는 이미 마음이 설렌다. 아이의 직업선택에 더욱 다양한 폭을 주고자 공부한다지만, 나는 그냥 이 학습만화가 너무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학습만화라니, 이거 어쩌면 좋아! 아이들은 무조건 빠진다. 분명~)







이 학습만화가 특히나 좋은 까닭은, 익살스러운 그림들 사이사이에 <좀 더 알고가기> 등의 꼭지가 있어 아이들이 만화를 읽으면서도 다양한 상식을 익히게 되고, 만화 사이사이의 대사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에, 그저 만화를 읽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상식을 타인에게 주입시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데, 이 책을 읽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그런 상식들이 적립이 된다. <상식더하기> 코너는 아예 정보폭탄. 어른들도 미처 모르고 지나왔던 것들을 쉽고 상세하게 짚어주니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매우 유용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은 구성은 <꿈지도 그리기>이다. 어떤 직업에 흥미가 있는지, 그 꿈을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나 요건을 갖추어야 되는지 등을 상세히 물어서, 아이들이 직접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다. 6개월이 지난 후, 1년이 지난 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기 위해 날짜를 기입하는 것도 좋겠다.



꿈지도의 뒥편에 마련된 워크북은 공항에서 하는 일을 다시금 정리하게 해준다. 조종사의 역할이나 자격요건, 승무원이나 정비사의 하는 일 등에 대해 다시 정리해보고, 공항의 각 부분에 대해 개념정리를 할 수 있어 아이들의 개념정리에 참 좋다. 가장 좋은 학습법이 복습이라고 하는데, 잡 시리즈야 말로 그런 것을 여실히 지키고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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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 삶의 세밀화를 그린 아메리칸 체호프 ㅣ 클래식 클라우드 13
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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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폐허가 되었지만 미국 내에서 가장 아름답게 설계되어 ‘도로의 왕’이라고도 불린 길을 달리는 동안, 이 젊다 못해 어린 부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고향을 떠나 두 사람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의 지명은 심지어 ‘파라다이스’였다. 그러나 카버가 훗날 “웨나스 능선”에서 썼듯이, 카버의 “인생은, 수많은 급 커브들을 품고, 저 앞에 놓여있었다.” (p.69)








사실 그의 책을 몇 권 읽었다.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그를 지금의 입지로 끌어올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대성당>과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즈음이다. 사실 후자의 책 경우는 내용도 분명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었다. (저게 완벽한 문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내용이 너무 가슴 아파서 마음에 남았다. <모든 이에게 그의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속엔 무언가가 있었고, 그녀는 그걸 말로 끄집어내려고 애썼다. 얼마 후, 그녀는 그런 노력을 그만두었다. 레이먼드카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중에서> 우리는 그러지 않는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에도 그 사람에 대해 떠벌리고, 그와 이별을 할 때도 떠벌린다.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을.)



내게는 강렬하고도 흐릿하게 남아있던 레이먼드 카버를,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로 만났다. 나도 관심이 있던 시리즈고 언제인가 기회가 된다면 모조리 들이고 싶다고 책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시리즈이기에, 더욱 집중하며 읽었다. (최근 독서에 집중하지 못해 다소 더디게 읽었을 뿐, 정말 집중해서 읽었다.)








레이먼드 카버.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소설가라고 불렸으며, <대성당>, <사랑을 말할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밤에 연어가 움직인다>, <폭포로 가는 새 길> 등 우리의 눈이나 귀에 익숙한 책을 펴낸 작가이다. 아마 책을 즐기지 않은 이들은 영화 <숏 컷>으로 그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서문에 기록했듯, 그의 삶은 수많은 급커브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깊고 짙으며, 다양하다. (사실 소설과 시를 동시에 잘 쓴다는 것은 매우 기분나쁘리만큼 부러운 재주다. 제길)





-       카버는 ‘문학적 영향’에 대해 논하면서 자기 문학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앞서간 작가들이 아니라 현실의 환경적 조건,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벌어진 일들이라고 말한다. (p.103)


개인적으로는 작가들의 삶 배경이나 뒷 이야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데, 레이먼드 카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그의 글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술이, 불화가, 경제적 악화가 한 사람에게서 어떠한 상황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지나고 결국에는 이겨내는 과정에서 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너무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글을 연대순으로 이어 읽고싶어졌다. 그의 굴곡진 삶이 그의 글에 성장을 주었다면,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쓴 열매를 기꺼이 삼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시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갉아먹은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마주 앉은 두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마치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는 사항을 통보하듯이, 사소한 것들이 나열된 끝에 사실 그대로를 진술하는 태도로 이 말이 던져진다. (p.160)


사실 이 대목을 읽으면서는 조금 화가 났다. 서로를 갉아먹는 사이. 심지어 오래 전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사이라니. 왜 그들이 마주앉아 이제서야 기름 뜬 커피를 마셔야 하는가. 그렇게 좀 먹는 사이를 끝내지 못하고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 화는 레이먼드 카버에게라기보다는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는지도 모를 일인데, 나는 레이먼드 카버에게 그 이유를 굳이 추궁하고 싶었다. 그가 문학적으로는 대단히 성공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으로써는 안쓰러움과 화도 치미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내내 해보았다. 삶을 다 겪었다는 그 체념적인 태도도, 아이들과의 관계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어쩌면 본인 스스로 가장 삐뚤어진 이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그는 “사랑 받은 인간이라고 스스로 일컫는 것, 이 지상에서 사랑 받았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가 받은 사랑이 어떤 것인지, 그가 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추정해볼 뿐이다. 생각해볼 뿐이다.







그는 과연 삶에서 원하던 것을 얻었을까? 또 나는 원하는 것을 얻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에 달렸음을 나는 안다. 하지만 그것을 쉬이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것도 우리 모두 안다. 문득 그의 글들에 그를 빗대어 본다. 나를 빗대어본다. 우리가 거장을 글로서, 작품으로서 만나는 게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게 아닐까? 단 한 순간이라도 생각하게 되는 것.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나에게 진솔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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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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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작품 앞에서 몇 번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보라. 뭔가 명상을 하는 과정 같아 보이지만 사실 예술작품 감상에 가장 적합한 태도이기도 하다. (p.19)











사실 꽤 오랫동안 책태기에 빠져있었다. 어릴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을 책을 읽고 살아왔고, 정말 꽤 많은 책을 읽어왔는데, 이번처럼 “책은 읽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긴 책태기를 겪은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수능 직전에도 책을 읽는 아이였다.) 정말 평소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읽고, 훨씬 적은 양을 읽으며 지냈는데 (심지어 그 좋아하는 책 쇼핑도 마다하고!) 이 책을 통해 길었던 책태기를 벗어났다. 이 책은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이런 주제의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지, 이렇게 유익한 책이 이렇게 술술 읽혀도 되는 건지, 이렇게 두 번 세 번 읽어도 눈에 머리에 콕콕 박혀도 되는 건지, 작가에게 따져 묻고 싶을 정도였다. 미술사. 솔직히 정말 좋아하는 분야지만, 정말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정말 열심히 읽는 분야지만, 정말 머리에 깊게 남지 않는 분야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읽는 내내 너무 좋았고, 다 읽자마자 한 번 더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다. 읽는 내내 손가락에 느껴지는 뽀득뽀득한 감촉이 좋았고 간략하고 담백하게 이어지는 저자의 문체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담담한 고찰이 너무 좋아서 읽는 내내 그림 속에 빠져 사는 기분이었다.







-       그림 속 비유를 해석하기 위해 미술사나 그림 내용의 상징성에 대해 자세한 지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개인마다 주관적으로 그 작품에 공감하면 된다. 정말 시대를 뛰어넘는 그림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아니면 오늘날에 적용할 수 있는 의미와 내용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림과 중간 쯤에서 만날 수도 있다. (p.51)


-       맨 처음으로 돌아가 흰 종이, 빈 캔버스에서 시작한다. 어떤 방식으로 볼지는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되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게 그 자체로 새로운 예술이 되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p.260)









오늘 친한 동생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만나는 것에 있어서 타인이 그 만남을 평가하고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그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자격이 있는가 하고. 그저 마음이 가는 그대로, 누군가가 좋으면 좋은 그대로 싫어지면 싫어진 그대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 책이 생각났다. 아니, 어쩌면 오늘 내내 이 책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도 내게 그런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어쩌면 우리는 그 모든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그림 하나를 감상하면서도 이 물은 무엇을 상징하고, 이 손짓은 무엇을 상징한다는 등의 무엇인가. 하지만 때로는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 때문에 진짜 의미를 놓치기도 하고 진짜 봐야 할 것을 못 보지는 않는가.









우리가 작품을 대할 때에도 사람을 대할 때에도 마음을 대할 때에도 어쩌면, “혼자 보는”것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작품이 주는 의미를 남에게서, 남의 말에서 찾으려 하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것으로, 내게 오는 의미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나의 감상일 것이다. 사람이나 마음도 그렇다. 그 사람이 내게 주는 느낌을, 내게 주는 의미를 오롯이 나의 마음으로 나의 생각으로 받는다면 탁하고 혼미해진 감정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보내는 완전한 의미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순간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시선과 의미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아마 꽤 오랫동안 이 책을 생각하고 곱씹어볼 것 같다. 그림에 대해서도 많은 감상을 얻었고, 사람에 대해서도 마음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얻었으니 말이다. 또 내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가 되는 책이기도 하고. 책 표지에 적힌 말처럼,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며, 나는 오롯이 솔직하게 서있는 나를 만났다. 


완벽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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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 현실은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지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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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두 딸을 키워내야만 했던 엄마는 이때 끈질기게 동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모색했다. 노력 끝에 우리가족은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었고, 매달 쌀 한 포대씩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흙수저”가 되었다. (p.31)






처음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먹고 살기 좋은 집 아이의 신나고 유쾌한 여행이야기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좋은 인상으로 시작된 책은 아니었다. (열등감을 느낄 나이는 아니지만 그냥 원래 잘 먹고 잘 살던 애들이 신나게 놀고 온 책은 늘 그냥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은 몇 장 넘기기도 전에 놀라움이 먼저 느껴졌다. 이 판잣집, 이런 집에서 자란 아이의 여행기라? 비록 선입견이겠지만, 절대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해낸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 들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채 알기도 전에 선입견을 먼저 가져서.)



진정한 여행의 용기는 무를 수 없는 비행기표에서 나온다는 그녀의 호기로움에서 나는 이미 그녀를 따라 아프리카행 비행기라도 탈 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여행 준비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수십 번 묻고 싶었을 텐데, 출발이 임박해서야 엄마는 겨우 입을 뗐다. 철부지 딸을 향한 걱정과 애정이 단번에 느껴지는 한마디에 하마터면 속내를 털어놓을 뻔했다. 사실 나도 겁이 난다고. (p.51)


-       그때보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다행히 답을 알고 있다. 퇴사를 하든 안 하든 장기 여행을 하든 안 하든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는 각자 죽을 때까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말이다. (p.94)




 

사실 1도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여행기는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짠내 나기도 하고, 묘하기도 했다. 솔직히 사회에서 만들어놓은 지표대로 보자면 내가 그녀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삶이 조금 부러웠다. “자신의 마음대로” 살 수 있었다는 포인트에서. 어린 시절에는 나름 내 마음대로 살고 있다고 믿었던 적도 있었으나 다 크고 보니, 이제서야 돌아보니 나는 정말 내 맘대로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하물며 내가 보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영화 하나 내 마음대로 못 보는 사람이었다. 어른이 되면 꼭 전부 사 모으리라고 다짐하던 세계고전, 한국고전 시리즈도 여전히 전자책으로만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런 그녀가 내게 말한다. 가끔은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내 멋대로 살아보니 그것도 나름 살만하다고.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참 싫어하는 말인데- 오늘은 그 말이 참 부럽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내 마음대로 살아보라고. 어떻게든 된다고.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에 이제서야 사춘기를 겪는 나에게 이 책은 그래도 괜찮다고, 뭐 어떠냐고 말해주며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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