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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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작품 앞에서 몇 번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보라뭔가 명상을 하는 과정 같아 보이지만 사실 예술작품 감상에 가장 적합한 태도이기도 하다. (p.19)











사실 꽤 오랫동안 책태기에 빠져있었다어릴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을 책을 읽고 살아왔고정말 꽤 많은 책을 읽어왔는데이번처럼 책은 읽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긴 책태기를 겪은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수능 직전에도 책을 읽는 아이였다.) 정말 평소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읽고훨씬 적은 양을 읽으며 지냈는데 (심지어 그 좋아하는 책 쇼핑도 마다하고!) 이 책을 통해 길었던 책태기를 벗어났다이 책은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 했다이런 주제의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지이렇게 유익한 책이 이렇게 술술 읽혀도 되는 건지이렇게 두 번 세 번 읽어도 눈에 머리에 콕콕 박혀도 되는 건지작가에게 따져 묻고 싶을 정도였다미술사솔직히 정말 좋아하는 분야지만정말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정말 열심히 읽는 분야지만정말 머리에 깊게 남지 않는 분야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읽는 내내 너무 좋았고다 읽자마자 한 번 더 읽어야지하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다읽는 내내 손가락에 느껴지는 뽀득뽀득한 감촉이 좋았고 간략하고 담백하게 이어지는 저자의 문체도 너무 좋았다그리고 그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담담한 고찰이 너무 좋아서 읽는 내내 그림 속에 빠져 사는 기분이었다.







-       그림 속 비유를 해석하기 위해 미술사나 그림 내용의 상징성에 대해 자세한 지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개인마다 주관적으로 그 작품에 공감하면 된다정말 시대를 뛰어넘는 그림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아니면 오늘날에 적용할 수 있는 의미와 내용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림과 중간 쯤에서 만날 수도 있다. (p.51)


-       맨 처음으로 돌아가 흰 종이빈 캔버스에서 시작한다어떤 방식으로 볼지는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되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게 그 자체로 새로운 예술이 되었다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p.260)









오늘 친한 동생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만나는 것에 있어서 타인이 그 만남을 평가하고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그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자격이 있는가 하고그저 마음이 가는 그대로누군가가 좋으면 좋은 그대로 싫어지면 싫어진 그대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그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 책이 생각났다아니어쩌면 오늘 내내 이 책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이 책도 내게 그런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닐까하는.



어쩌면 우리는 그 모든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그림 하나를 감상하면서도 이 물은 무엇을 상징하고이 손짓은 무엇을 상징한다는 등의 무엇인가하지만 때로는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 때문에 진짜 의미를 놓치기도 하고 진짜 봐야 할 것을 못 보지는 않는가.









우리가 작품을 대할 때에도 사람을 대할 때에도 마음을 대할 때에도 어쩌면, “혼자 보는것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작품이 주는 의미를 남에게서남의 말에서 찾으려 하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것으로내게 오는 의미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나의 감상일 것이다사람이나 마음도 그렇다그 사람이 내게 주는 느낌을내게 주는 의미를 오롯이 나의 마음으로 나의 생각으로 받는다면 탁하고 혼미해진 감정이 아니라그 사람이 보내는 완전한 의미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많은 순간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시선과 의미로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아마 꽤 오랫동안 이 책을 생각하고 곱씹어볼 것 같다그림에 대해서도 많은 감상을 얻었고사람에 대해서도 마음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얻었으니 말이다또 내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가 되는 책이기도 하고책 표지에 적힌 말처럼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며나는 오롯이 솔직하게 서있는 나를 만났다


완벽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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