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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 현실은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지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어떻게든 두 딸을 키워내야만 했던 엄마는 이때 끈질기게 동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모색했다. 노력 끝에 우리가족은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었고, 매달 쌀 한 포대씩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흙수저”가 되었다. (p.31)

처음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먹고 살기 좋은 집 아이의 신나고 유쾌한 여행이야기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좋은 인상으로 시작된 책은 아니었다. (열등감을 느낄 나이는 아니지만 그냥 원래 잘 먹고 잘 살던 애들이 신나게 놀고 온 책은 늘 그냥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은 몇 장 넘기기도 전에 놀라움이 먼저 느껴졌다. 이 판잣집, 이런 집에서 자란 아이의 여행기라? 비록 선입견이겠지만, 절대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해낸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 들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채 알기도 전에 선입견을 먼저 가져서.)
진정한 여행의 용기는 무를 수 없는 비행기표에서 나온다는 그녀의 호기로움에서 나는 이미 그녀를 따라 아프리카행 비행기라도 탈 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여행 준비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수십 번 묻고 싶었을 텐데, 출발이 임박해서야 엄마는 겨우 입을 뗐다. 철부지 딸을 향한 걱정과 애정이 단번에 느껴지는 한마디에 하마터면 속내를 털어놓을 뻔했다. 사실 나도 겁이 난다고. (p.51)
- 그때보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다행히 답을 알고 있다. 퇴사를 하든 안 하든 장기 여행을 하든 안 하든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는 각자 죽을 때까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말이다. (p.94)
사실 1도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여행기는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짠내 나기도 하고, 묘하기도 했다. 솔직히 사회에서 만들어놓은 지표대로 보자면 내가 그녀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삶이 조금 부러웠다. “자신의 마음대로” 살 수 있었다는 포인트에서. 어린 시절에는 나름 내 마음대로 살고 있다고 믿었던 적도 있었으나 다 크고 보니, 이제서야 돌아보니 나는 정말 내 맘대로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하물며 내가 보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영화 하나 내 마음대로 못 보는 사람이었다. 어른이 되면 꼭 전부 사 모으리라고 다짐하던 세계고전, 한국고전 시리즈도 여전히 전자책으로만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런 그녀가 내게 말한다. 가끔은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내 멋대로 살아보니 그것도 나름 살만하다고.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참 싫어하는 말인데- 오늘은 그 말이 참 부럽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내 마음대로 살아보라고. 어떻게든 된다고.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에 이제서야 사춘기를 겪는 나에게 이 책은 그래도 괜찮다고, 뭐 어떠냐고 말해주며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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