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 삶의 세밀화를 그린 아메리칸 체호프 클래식 클라우드 13
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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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폐허가 되었지만 미국 내에서 가장 아름답게 설계되어 도로의 왕이라고도 불린 길을 달리는 동안이 젊다 못해 어린 부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고향을 떠나 두 사람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그들이 향하는 곳의 지명은 심지어 파라다이스였다그러나 카버가 훗날 웨나스 능선에서 썼듯이카버의 인생은수많은 급 커브들을 품고저 앞에 놓여있었다.” (p.69)








사실 그의 책을 몇 권 읽었다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그를 지금의 입지로 끌어올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대성당>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즈음이다사실 후자의 책 경우는 내용도 분명히 기억나지는 않지만이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었다. (저게 완벽한 문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다만 그 내용이 너무 가슴 아파서 마음에 남았다. <모든 이에게 그의 이야기를 했다이야기 속엔 무언가가 있었고그녀는 그걸 말로 끄집어내려고 애썼다얼마 후그녀는 그런 노력을 그만두었다레이먼드카버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중에서우리는 그러지 않는가누군가를 사랑할 때에도 그 사람에 대해 떠벌리고그와 이별을 할 때도 떠벌린다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을.)



내게는 강렬하고도 흐릿하게 남아있던 레이먼드 카버를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로 만났다나도 관심이 있던 시리즈고 언제인가 기회가 된다면 모조리 들이고 싶다고 책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시리즈이기에더욱 집중하며 읽었다. (최근 독서에 집중하지 못해 다소 더디게 읽었을 뿐정말 집중해서 읽었다.)








레이먼드 카버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소설가라고 불렸으며, <대성당>, <사랑을 말할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밤에 연어가 움직인다>, <폭포로 가는 새 길등 우리의 눈이나 귀에 익숙한 책을 펴낸 작가이다아마 책을 즐기지 않은 이들은 영화 <숏 컷>으로 그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서문에 기록했듯그의 삶은 수많은 급커브로 이루어져있었다그래서일까그의 글은 깊고 짙으며다양하다. (사실 소설과 시를 동시에 잘 쓴다는 것은 매우 기분나쁘리만큼 부러운 재주다제길)





-       카버는 문학적 영향에 대해 논하면서 자기 문학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앞서간 작가들이 아니라 현실의 환경적 조건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벌어진 일들이라고 말한다. (p.103)


개인적으로는 작가들의 삶 배경이나 뒷 이야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데레이먼드 카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그의 글들이 더욱 궁금해졌다술이불화가경제적 악화가 한 사람에게서 어떠한 상황을 이끌어내고그것을 지나고 결국에는 이겨내는 과정에서 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너무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기회가 된다면 그의 글을 연대순으로 이어 읽고싶어졌다그의 굴곡진 삶이 그의 글에 성장을 주었다면지금 내게 주어진 이 쓴 열매를 기꺼이 삼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시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갉아먹은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다만 마주 앉은 두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마치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는 사항을 통보하듯이사소한 것들이 나열된 끝에 사실 그대로를 진술하는 태도로 이 말이 던져진다. (p.160)


사실 이 대목을 읽으면서는 조금 화가 났다서로를 갉아먹는 사이심지어 오래 전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사이라니왜 그들이 마주앉아 이제서야 기름 뜬 커피를 마셔야 하는가그렇게 좀 먹는 사이를 끝내지 못하고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사실 이 화는 레이먼드 카버에게라기보다는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는지도 모를 일인데나는 레이먼드 카버에게 그 이유를 굳이 추궁하고 싶었다그가 문학적으로는 대단히 성공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인간으로써는 안쓰러움과 화도 치미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내내 해보았다삶을 다 겪었다는 그 체념적인 태도도아이들과의 관계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어쩌면 본인 스스로 가장 삐뚤어진 이가 아니었을까그럼에도 그는 사랑 받은 인간이라고 스스로 일컫는 것이 지상에서 사랑 받았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그가 받은 사랑이 어떤 것인지그가 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다만 추정해볼 뿐이다생각해볼 뿐이다.







그는 과연 삶에서 원하던 것을 얻었을까또 나는 원하는 것을 얻는 삶을 살고 있는가그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에 달렸음을 나는 안다하지만 그것을 쉬이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것도 우리 모두 안다문득 그의 글들에 그를 빗대어 본다나를 빗대어본다우리가 거장을 글로서작품으로서 만나는 게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게 아닐까단 한 순간이라도 생각하게 되는 것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나에게 진솔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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