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배우는 처음 중국사 중국 논픽션 교양서
양양투 지음, 허유영 옮김, 김형종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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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이 또 시끄럽다일단 김치 때문에 분분한 의견이 오갔고우리 윤동주 선생님을 두고도 중국이 시인이라고 한다이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열 트럭쯤 되지만굳이 여기에는 거론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너무 쨱짹거릴까봐.) 한편으로는 우리의 문화가우리의 음식이 너무 우수하니 욕심이 나는 거라고 말해두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지속적인 도발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게 맞는 건가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그런 와중나는 중국사책을 소개하려한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으나우리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대응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아마 중국이 커질수록 더욱 자주 일어날 문제일 테니우리의 아이들은 진짜 잘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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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의 역사를 단 한권으로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그러나 아이들이 처음 개념을 가지기에 충분하고어른들도 편안하게 읽어두면 개념정리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부락시대부터 청나라까지를 모두 다루었는데전체 페이지에 걸친 일러스트만으로도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 거리가 많고각각 나라마다 지도가 표기되어 있어 변천사를 그림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사실 아이들에게 누가 무슨 일을 했고몇 년도에 뭐가 있었고 하는 세세한 정보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제공하고아이들이 직접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한다면 이보다 다채로운 교육이 어디 있을까?  일러스트면에서 매우 빼어난 정보력을 가졌는데 문장 역시 매우 매끄러워서 아이가 직접 읽기에도부모가 읽어주고 같이 생각해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개인적으로는 아이와 구경하듯 책을 보다가 아이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읽어주고그 부분에 대한 유투브 영상 등을 제공한다면책 한권으로 매우 방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그만큼 이 책은 그림책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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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책의 상단에 짤막짤막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아랫쪽에는 정리할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아이의 생각을 끌어내기 어려운 부모들도 그 문장들을 통해 아이와 나눌 수 있는 거리를 찾을 수 있고아이들도 미리 어떤 점을 생각하며 읽어갈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책을 읽는 순간보다 읽은 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이 책은 그 부분까지를 잘 다루고 있었다가장 뒤의 연표는 펼쳐지는 페이지로 조금 더 크거나부록으로 분리되어 제공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역사 교육은 원래 요점정리가 마무리투수 아닌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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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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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인간이 신 못지않게 뛰어난 존재라거나, 인간이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존재라거나, 인간이 스스로 법과 규칙을 만들어 사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은 소수의 지식인들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넓은 우주에 잠시 빛나는 섬광 같은 것으로 대다수 그리스 인이 공유했던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p.160)




메소포타미아 문명, 고대그리스, 그리고 로마제국. 우리가 흔히 들으며 성장하고 배워왔으나 우리에게 이 단어들은 그리 가까운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책에서 고대 그리스의 문명은 이야기하지만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의 문명은 매우 가볍게 훑고 지나가기에 우리가 알아온 서양고대사는 처음부터 반쪽짜리였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람세스라는 두꺼운 소설에 심취했던 것도 전혀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라는 접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그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이집트 문명에 대해 여전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 것이고.)


그런데 서양고대사와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내가 위에 가져온 문단처럼 고대는 신성이 강했기에 인간이 매우 약한 존재였는데, 왜 그들의 사상이 이토록 오랫동안 세계인들에게 학습되고, 전해진 것일까. 오래도록 가지고 살아온 이 의문에 다소 해답을 준 책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일단 책의 제목부터 당돌하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라니. 그런데 그 당찬 제목이 읽다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게, 내용면에서 참으로 치밀하게 구성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고대로마와 고대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사상,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상세히 기록되었고, 각주도 매우 꼼꼼히 달려있어 마치 잘 정리된 서양교대사 수업을 들은 기분이었다. 학생들이 세계사 수업을 듣기 전에 이 책을 읽어 둔다면, 그 수업의 전반적인 부분을 선행할 수 있고, 나처럼 어른이 되어 읽는다면, 과거의 어느 시점에 배웠던 것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동태복수는 같은 신분에만 적용되고, 신분이 다르면 돈으로 보상할 수 있다. 이는 가난한 평민이 가해자에게 복수함으로써 사태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보상받아 생계를 유지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p.45)



고대 서양을 모르는 이들도 흔히 아는 함무라이 법전. 바빌로니아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법전이라고 배우고 휙 지나온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이 법전이 어떤 사상을 담고 있고, 어떤 문화에 기인했음을 알았다. 사실 그동안은 동태복수를 하게 하는 합리적이지만 또 비합리적인 사상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이것이 얼마나 많은 것들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고 나니, 우리의 배움이 얼마나 짧은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사실 이쯤에서 이미 이 책 값은 하고 시작했다.)


또 그동안은 자세히 알지 못했던 바빌론, 페르시아, 이집트 등에 대해 매우 상세히, 그리고 재미있게 기록된 덕분에 초반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반을 뚝딱 읽었다. 이쯤 읽었을 때 나는 독서단톡방에 제목보고 겁먹었는데 너무 재밌어요라는 말을 기록하기도 했다.






슐리만의 트로이 발견은 결코 우연이거나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p.126)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3권 가지고 있다. 한때 그 섬세한 묘사에 빠져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쳤고, 슐리만은 그러지 않았다. 그 묘사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찾아 일리아스 안의 도시들을 찾아냈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역사로 바뀌는 순간을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에게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이 결코 넘치지 않음을 여기에서 공감했다. 알고 있던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끝내는 게 아니라 연결지어 많은 것을 학습하게 한다. 사실 아주 먼 나라의 고대라고 생각한다면 한없이 먼 일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동안 내가 읽어온 많은 책에서 미처 모르고 지나왔던 세상을 , 자네가 읽어온 이야기가 이거지? 거기에 이런 부분을 더해주면 그것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나 상식이 된 다네. 이렇게 쉽게 역사한 숟가락 퍼먹었네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다. 입담이 좋은 세계사 선생님을 모시고 과외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민중이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분별력을 갖추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들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p.222)






민주주의. 당연히 맞고, 당연히 찬성하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게 맞는지를 고민해보기도 했던 대목이다. 저자가 옮겨준 민주주의 옹호론의 대목을 읽으며 말이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러한 고민인들 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독서의 순기능은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이야 말로 이 기능을 모두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늘 꾸준히 독서를 하는 편이나 어떤 책은 덮고 나면 생각도 나지 않는 책이 있고, 덮음과 동시에 연결독서를 하고 싶어 지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내게 후자다. 아마 나는 머지않아 메소포타미아의 유적 등과 관련된 책을 읽을 것 같고, 로마제국 멸망에 대한 책을 찾아 읽게 되리라 싶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방대한 지식을 그저 지식으로서 풀어 두었다면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지식 위에 풍부한 이야기를 얹어 마치 맛있는 커피같다. 묵직한 바디 위에 얹어진 매력적인 향기 같은 느낌이랄까.


서양고대사. 우리나라의 고대사도 잘 모르는 판에 뭘 굳이 서양고대사까지 알아야 할까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가볍게 지나가셔라. 하지만 한번이라도 서양고대사에 대해 궁금해지고, 그 영향을 받은 뒤의 모든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일단 이 책을 펼치시길. 그 다음은 알아서 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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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 수학이 어려운 엄마를 위한 전략적 학습 로드맵 초중고로 이어지는 바른 공부습관 2
류승재 지음 / 블루무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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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어쩌면 나를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는 수학을 정말이지 못했고, 심지어 싫어하기도 했다. 다행이도 산수는 꽤나 잘하는 덕분에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여전히 나는 내가 왜 함수를 알아야 하는지, 영희와 철수가 달리기를 하다가 몇 바퀴를 돌다가 만나야 하는지 관심이 1도 없다. 철수가 뛰다가 넘어질지, 영희가 뛰기 싫어 지기라도 할지 알게 뭐야! 난 여전히 철수가 달리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영희를 기다려주는 스토리를 상상하는 게 더 재미있는, 완전 인문구조의 머리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받아들고 기분이 어땠겠는가. 처음엔 피식 웃음이 났고, 그 다음엔 걱정이 되었고, 그 다음에는 안도가 되었다. 적어도 수포를 대물림 하지는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랄까? 사실 지금 당장 수학을 걱정해야 할 연세(?)의 아이는 없으나, 그래도 잘 읽어보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다가 화가 나는 부분도 많았다. “미취학 시절에 부모에 의한 책읽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초등 시절부터 독서를 거의 하지 않은 특징이 있습니다.”(P.242) 라고 수포자가 되는 이유를 말하는데, 난 “아니요!”를 외치고 싶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엄청 많이 읽어온 것도, 그게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는 것도 날 아는 사람은 익히 알 테다. 그리고 나와 같은 배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란 언니는 수학을 매우, 몹시 잘했다. (그냥 잘이라고 표현하기조차 넘친다.) 물론 저자의 의견은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의견일지 모르나, 그 보편성을 벗어난 이들에게 다소 불편한 감정을 주는 문장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시기 전에 그 부분을 염두에 두신다면 나보다 더욱 수확이 있는 독서를 하게 될지 모른다 생각해본다.

결국 공부를 오랫동안 열심히 하다 보면, 공부를 잘하게 되고, 공부를 좋아하게 됩니다. 공부를 좋아하니 더욱더 공부를 열심히 하고 공부를 더 잘하게 됩니다. 이렇게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P.113)

사실 이 문장에는 크게 반감이 들기도 하고, 크게 동의하기도 한다. 내 경우를 들어 말해보자면 수학 자체가 너무 재미없던, 수학 선생님도 너무 싫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반감이 드는 것도 이해되고, 문학이나 국어는 좋아해서 잘했고, 잘해서 더 좋아했던 경험을 익히 해본터라 완전히 공감이 되기도 했다. 실제 나는 책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문학시간을 좋아했고, 문학 시험에 나오는 지문들이 이미 다 읽은 책이다 보니 누구의 심리, 문학적 요소들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극단적 성향이 극단적 성적을 만들었다 싶다.

이 책은 읽을수록 비단 수학 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습법이라고 받아들여도 전혀 무리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이라는 단어 대신에 공부라는 단어를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문장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동 출판사에서 앞서 나왔던 “그 집 아들 독서법”이라는 책에서 얻었던 많은 팁들을 재 확인하는 독서 절차가 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엄마가 되면, 독서와 역사 교육만을 시키리라고 말해온 사람이다. 독서가 꽤 많은 것들 에 영감이나 바탕이 된다는 사실은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고 느껴온 것이기도 하고, 내가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또 가장 깊게 좋아해온 일이니 당연한 생각이었고, 역사를 꼭 공부시키리라 생각했던 것은 “주관적 판단에 의해 기록된 사실” 혹은 “기록되어 남게 된 과거의 한 부분”이라는 역사에 대한 의미 때문이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 사관의 생각에 의해 느낌이나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면 그 역시 기록문학의 한 영역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어제가 좋아야 오늘이 좋고, 오늘이 좋아야 내일이 좋다는 내 인생 모토와 연결된 생각에 기반한 다짐이었다. 단 한번도 아이에게 수학을 공부시키리라 생각해본 적 없는 내게 이 책은 다소 생경한 느낌이다. 성적, 내신 등의 단어에 박혀 수학이란 과목을 몹시도 재미없는, 졸업만 하면 아무 쓸모 없는 과목. 이라는 선입견을 강하게 심어준 우리 나라 교육환경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달까.

과연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잘 써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평생 싫어한 수학을 갑자기 좋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최소한 오래오래 간직해온 수학에 대한 싫음이 편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다. (개인적으로는 12년 장기플랜이라는 문구는 여전히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수학, 과학적 사고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엄마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다. 공부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개념을 잡고 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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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경 2021-04-0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발이 장난.아닙니다 독서의 영향 인가봐요

renai_jin 2021-04-13 15:46   좋아요 0 | URL
어머나 감사드립니다. 늘 부지런히 읽고 쓰겠습니다 ^^
 
커다란 당근의 비밀 꿈터 그림책 5
다린 지음 / 꿈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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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책을 참 좋아하는 어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서,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 좋아한다. 물론 그 좋아함에는 언제 인가는 나도, 라는 욕심도 다소 숨어있는 하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간략한 문장에 숨은, 글씨 너머의 세상이 좋아서랄까. 얼마 되지 않는 글씨, 혹은 아예 없는 글씨 속에서 훨씬 많은 세상을 상상하는 재미가 너무나 크다.

 

아마 오늘 소개할 이 그림책 역시 그 숨은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커다란 당근의 비밀”. 아마 몇몇은 커다란 순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협동을 가르치는 인기 많은 그림책이니 당연한 수순일지도. 하지만 이 그림책은 커다란 순무를 넘어서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위트!

 





이 책의 주인공은 두더지. 매우 똑똑하고 계획적인 두더지다. 당근씨가 뿌려지는 순간부터 수확의 순간까지 매우 성실하게 공부하고, 부지런히 일을 한다. 바로 자신이 먹을 당근을 제대로 수확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얼마나 위트 있는지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림책의 마지막장에 던져진 신문의 내용은 읽는 내내 웃음이 났다. 실제 그런 뉴스를 현실에서 만나게 된다면 아마 우리는 따뜻한 뉴스라고 좋아요를 마구 눌러 댈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의 두번째 포인트는 그림. 일단 선명한 채색이라 보는 내내 눈을 끌고, 캐릭터 각각의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어,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이 책에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 상상이 된다. 이 책이 작가님이 처음으로 그리고 쓴 책이란 문장을 읽고 나서야 캐릭터마다 가득한 애정이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어른도 아이도 읽는 내내 웃음을 놓지 않는 유쾌한 책, 커다란 당근의 비밀.

 

이 작가님의 다음 그림책이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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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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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치유가 이 영화처럼 단 2,3분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수치심을 꺼내 놓아도 괜찮을 만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연결감이 생기는 데는 대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긴 시간을 빨리 건너뛸 지름신은 아직 없다. (P.84)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시작입니다.”라는 문장이 선명한 책을 받아 들고, 과연 나는 내 안의 바람들을 마주 볼 용기가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나는 꽤 오래 한가지 고민을 가지고 살면서도 그 아픔을 꺼내 본 적이 없다. 그저 묻어두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도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나도 내 아픔을 꺼내봐야지 하고.

이 책은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의 두 번째 이야기로, 증상부터 치유까지 일상으로 파고든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영화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 등을 담담히 풀어낸다. 이게 잘난 척하거나 전문가의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아는 오빠가 옆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해주는 말처럼 들려서 더욱 쉬이 읽힌다. 만약 이 말투가 딱딱했거나 전문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너무나 재미없는 책이었을 테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편안한 문장으로 이어진 의견과 인용된 수많은 문장들과 어우러져서 이 책의 진짜 맛을 느끼게 한다. 내가 본 영화는 더욱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 내가 보지 못한 영화는 그 영화 자체가 궁금해질만큼 여러가지 마음이 복합적으로 든다. 여러 생각이 복합적으로 생겨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에는 크고 작은 바람이 불었다.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는 절대로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P. 239)

속으로 참는 아이만큼 안쓰러운 게 또 있을까. 화가 나는데 화를 표현하지 않는 아이는 너무 안쓰럽다. 울고 싶은 눈으로 울음을 삼키는 아이는 너무 가슴 아프다. 그런데 사실 어른도 그렇다. 화가 나는 데 화를 못 낼 때 더 아프고, 슬픈 데 울지 못할 때 더 슬프다. 내가 나이를 먹어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힘들어 진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아픔을 가지고 살고, 더 깊은 트라우마를 갖곤 한다. 그래서 더욱 떨쳐 내기 어렵고 더 깊게 아파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의 아픔도 이렇게 좀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조금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아픈 것을 아프다고 묻어두기 보다, 이래서 아프다, 이런 점이 아프다고 꺼내 놓고 나면 덜 아프지 않을까, 수없이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가진 트라우마를 적어봤다. 내가 어떤 것에 아프고, 무엇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하나하나 적어보았다. 늘 가지고 있던 것이었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적어보니 참으로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 크고 아프게 느꼈던 일인데, 막상 그것을 글로 적다 보니 생각보다 작은 일이었고, 별 것 아니라고 넘겨볼 수 있는 일이었고, 이겨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이 생각뿐일지도 모르지만, 내 아픔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만나게 될 이들이, 이 책의 사례에서 자신의 아픔을 조금 더 바라보고, 그로 인해 조금 덜 아플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에게도 꽤 담담한 치유의 말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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