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걷고 또 걷다 보면, 내 열망과 걱정으로부터, 내 슬픔과 집착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된다는 점이 좋다.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목이 말라 물을 찾게 될 때까지 걷다 보면 어느덧 나를 괴롭히던 그 문제가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 '내가 집착하던 나 자신의 욕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p.53)

 

나는 월든을 두 번 읽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세 번째 읽고 있다. 첫 번째는 책이라면 전화번호부라도 읽던 맹렬한 독서기였고, 두 번째는 몇 년 전 독서 모임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두 번의 월든은 내게 그리 깊은 감흥을 주지 못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소로가 현실로부터 도망쳐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다시 월든을 꺼내 든 것은, 정여울이 만난 '자신만의 온도'를 나도 찾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는 일주일 내내 “역시 갓여울”을 외치게 만든 장본인 소로를 다시 만나보고 싶어서다. 

 

요즘의 나는, 어제의 나에 비해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하게 산다. 잃어버린 것도 많겠지만 얻은 것은 더 많은 느낌이다. 분명 타인의 잣대로는 놓'친' 것이 더 많을 것인데, 나는 “놓은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괜찮아진 거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많이 나아져 있음을 더 많이 느꼈다. 작가의 말처럼 나는 지금 나를 위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관계와 접촉들에서 오는 피곤함, 감정노동을 내려놓고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사랑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해 깊은 희열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잃어버린다(p.276)'라고 했던가. 소로가 또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지금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만 해도 왜 하필 월든일까 생각했다. 내가 큰 감흥이 없었던 책이기에 작가의 열광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만난 소로는 내게 울림을 준다. “평화로운 것은 사랑하는 엄마랑 좋아하는 책을 보면서 천천히 마시는 우유 같은 것”이라는 아이의 말에, 나는 수많은 평화로운 순간들을 그것이 평화인지도 모르고 흘려보냈다 싶어 아득해졌었다. 그런데 소로는 빗속에서 자신이 한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로도 정여울도 자신이 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의 가치를 느끼는 법을 알아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적정온도는 스스로에게도 한발 물러서 줄 수 있고, 타인이나 물건과의 일정 거리를 유지함을 통해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행위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의 오두막집에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오래 아팠던 곳을 보듬으며 치유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의 고독이 그토록 아름답게 반짝인 것은 처음이었다. (...) 자연 속에 폭 안겨 있는 작은 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축복받은 존재임을. (p.301)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우리는 고독의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해 왔음을 깨달았다. 분명 함께 있는 시간도 의미가 있지만,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더 많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며 고독이 가지는 순기능을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 혼자임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눈부신 단독자로 거듭나자(p.305)는 말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는 꿈을 생각해내느라 고민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뭐든 되어야만 한다'라는 압박감에 시달리느라 정작 오늘 하루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p.121)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지체했던 것 같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과, 나의 압박감과, 내가 아이에게 가중한 쥐어준 '꿈'이라는 부담감까지. 나만 생각해도 여전히 흔들리고 휘청이면서도 아이는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아이가 흔들려도 부서지지 않기를 기도하려 한다. 나 역시 각진 마음을 내려놓고 흔들리되 내 자리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려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나도 마침내 나의 적정온도를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모두가 여름일지도 나만은 봄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나만 움직이지 않고 이 자리에 나무처럼 뿌리내리고 싶다면 세상의 속도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 (p.99)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이 이 책 전반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남의 속도에 맞추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속도로 잘 걸어가는 것. 대신 대충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정성을 다해 풍경도 보며 온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땡이와 할머니
황지영 지음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쌍까풀 없이 작지 않은 눈, 풍성한 까만 머리, 둥근 얼굴, 통통한 몸매. 사실 내가 땡이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우리 아이의 외모와 참 많이 닮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꼬마 녀석도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과 나란히 바라보더니 배시시 웃더라. 그런데 책장을 펼쳐보고 안도의 마음과 반성의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너무 예쁜 마음을 가진 땡이에게는 안도를, 그림책을 보면서 조차 땡이는 선한 느낌, 할머니는 뭔가 스산한 느낌이라 느낀 나 자신에게는 반성을 느꼈다. 귀여운 표지, 그 너머의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가진 편견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그런 편견을 가르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말이다.

 

이 이야기도 어쩌면 그런 선입견과 편견에서 시작된 듯하다. 자신이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을 넘어서는 게 진정한 용기고 아름다움임을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은 아닐까. (작가의 말에 실제 그런 마음을 담으셨다고 한다..)

  

작은 물방울에서 태어난 땡이.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동물들. (일러스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면 이 동물들이 십이지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는 정확히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는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각 동물을 짚으며 매칭시키는 놀이도 했다) 그리고 그들을 맴도는 한 할머니. 아이들과 이 책을 만나셔야 할 분들을 위해 이 할머니가 누군지는 비밀이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해석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할머니의 자취를 따라가는 땡이를 통해 아이는 땡이처럼 할머니가 외모와 달리 따듯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 그림책은 예쁘고 볼거리 많은 일러스트, 감동, 많은 이야깃거리가 가득 담긴 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글씨를 읽지 않고 일러스트만 감상해도 민화 전시회를 보는 듯한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가 흔히 가지는 편견, 두려움을 정확히 짚고 그것을 넘어서는 땡이를 보여주어 아이들에게도 그런 용기를 가지게 돕는다. 일러스트 하나하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어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두 시간 가까이가 흘러있었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책이 가장 인기가 많다. 본문 자체가 재미있는 것은 당연히 좋은데,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숨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책은 더더욱 좋다. 땡이의 감정변화를, 할머니 머리에 사는 새들을, 동물들의 표정 변화를, 산과 나무를 관찰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고, 땡이와 동물들은 우리의 식탁에서 함께 수다를 떠는 듯하다. 그럴 때 반짝이는 아이의 눈이란! 

 

그저 우리 아이와 닮은 외모라는 것에서 시작된 이 책과 만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긴다.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판단 내려버린 것들,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주었을 상처. 자세히 들여본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라 이런 것들을 여전히 훈련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와 함께 자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그림책들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좋은 책이다. 

아이보다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고.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일러스트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 나무 등을 관찰하고 이야기해요. 

   (십이지신, 새의 종류, 나무 종류 등)

2. 알고 보니 생각과 달랐던 것들을 이야기 나누어요.

3. 편견, 선입견, 덥수룩, 불로초 등 잘 사용하지 않던 단어들을 공부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스터는 뭐든지 자기 멋대로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135
케빈 헹크스 지음,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내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아이가 깔깔 웃는다. 슬쩍 보니 “체스터는 자기 멋대로야”를 읽고 있다. 나는 아이보다 먼저 읽고 난 후 아이에게 새 책을 주기에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왜 웃는지 물었더니 아이가 말한다. “체스터와 윌슨도, 릴리도 다 우리 반에 있어요.”하고. 그러더니 자신의 유치원에 있는 친구들이 왜 체스터나 윌슨, 릴리 같은지를 쫑알쫑알 말한다. 

 

사실 매우 바른생활을 하는 편인 우리 아이도 이 책의 기준이라면 “자기 멋대로”다. 맞다. 이 책에 나오는 “자기 멋대로”인 아이들은 우리 아이의 말대로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어느 아이나 자신만의 규칙이 있고 선호도가 있으며 생각이 있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여기에 있다. “자신만의 규칙과 선호도와 생각.” 우리는 나의 규칙과 선호도와 생각은 존중하지만, 타인의 규칙이나 선호도, 생각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아이들도 그럴 테고. 

 

비룡소북클럽비버 3월호에 이 책이 포함되어 있어서 만난 이 책. 사실 표지만 보고는 왜 3월의 도서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또 아이의 반응을 보니 이 책은 정말 3월 필독서다. 늘 둘이 놀던 체스터와 윌슨은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되던 릴리와 우연히 친해지게 되는데, 친해져 보니 릴리는 퍽 재미있다. 그렇게 체스터와 윌슨, 릴리는 단짝이 된다. 그리고 또 새로운 친구 빅터가 등장한다. 아이들도 빅터와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쉬이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집에서는 빅터와 친해지는 이야기, 빅터 다음에 찹쌀이가 이사를 오는 이야기까지 연결하여 속편을 만들었는데 그 후 아이는 더 많은 이야길 만들려면 새 친구들과 친해져야겠다고 한다.

 

윌슨은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단짝친구 릴리나 빅터가 새로운 반에서 만난 친구라고 설정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와 꽤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친구들이 가지는 고유의 성향,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아이의 태도, 내가 아는 아이와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여러 방면으로 만난달까. 어느새 일주일이나 흐른 새 학기는 아이에게 새 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옛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가르쳤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의 그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나 역시 나의 윌슨, 나의 릴리를 생각해보기도 했고. 

 

누구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다. 그게 사람이든 규칙이든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느낄 어려움은 어른보다 더 클지도 모르고.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친구나 규칙도 막상 친해지거나 도전해보면 괜찮은 것도 많음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 반대로 릴리의 입장이 되는 아이라면, 친구들이 어색해하는 마음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 테고.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참 좋은 책이었다. 

 

*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우리 반의 윌슨, 릴리, 빅터 등에 관해 이야기해본다. 

2. 빅터 등장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나를 주인공으로 “나의 성향”을 이야기해본다. 

3. 새롭게 사귄 친구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친구의 새로운 면을 이해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작은 반짝 별 포코포코야 어디가 5
사카이 사치에 지음, 김현정 옮김 / 꿈터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넘치게 귀여운 것들을 만날 수 있는 포코시리즈. 그 다섯 번째가 출간되어 재빨리 만나보았다. 이번에는 “아주 작은 반짝별”이라는 제목의 시장에 가는 포코다. 포코의 얼음 나라, 작은 집, 작은 가게, 과자 마을 모두 귀엽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시리즈였기에, 표지를 보자마자 웃음부터 빙긋 났다. 자기도 귀여운데 귀여운 걸 보면 하이톤으로 “아아 귀여워엉”을 외치는 우리 꼬마가 이번엔 얼마나 좋아할까, 뭐를 클레이로 만들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꼬만 책을 보자마자 띠지에 노크했다. “포코, 나야. 나 들어간다~” 우리 아이는 그렇게 능숙히 띠지를 열고 포코를 만났다. (아.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띠지부터 열어보시길. 그래야 포코의 작고 귀여운 세상에 들어갈 수 있다.) 

 

양말, 나무둥치, 초코롤빵, 순무, 카스텔라, 블록까지.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을 하며 만날 수 있는 것들 안에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새로운 세상이라니. 그림책으로 이사라도 가고 싶어진다. 그림들을 구경하느라 한 장을 넘기는 시간이 꽤 길지만, 나 역시 퍽 재미있다. 아이와 가게 하나하나를 우리식대로 이야기하며 보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우리 아이는 주로 그림책과 교구를 가지고 노는 아이라 장난감이 많지 않은데, 유일하게 꽤 많이 소장한 것이 실바**과 우디*인데, 포코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그 장난감을 꺼내곤 한다. 아이의 눈에도 이 그림책이 그 장난감들만큼 아기자기하다고 느끼나 보다. 

 

우리 아이처럼 글씨를 읽을 수 있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정도의 나이라면 이 책을 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 유익한 독서를 끌어낼 수 있을 테고, 더 어린아이들이라면 이 가게에 무엇을 팔 것 같은지 어떤 물건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우리 꼬마는 오늘, 포코를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다. 오늘 꿈에는 이 마을에 물건을 사러 갈 거라고, 엄마에게도 필요한 게 있는지 묻기까지 하여 붕어빵을 사다 달라고 했다. 그 신나는 얼굴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포코시리즈도 도토리마을이나 100층 시리즈 등처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일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 시리즈가 가지는 매력은 각기 다르기에 비교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은 그 들 사이에서, “귀여움 담당”으로 어깨를 내밀어도 될 것 같다. 우리 아이처럼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분명, 몇 번이고 책장을 열어 포코를 만나러 갈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가게, 인물들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봤어요.

2. 각 가게를 보고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물건값은 얼마인지 상상해보았어요. 

3. 우리 집에 있는 물건 중 포코가 살만한 물건은 무엇이 있나 찾아보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병자호란 -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1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조는 광해의 실패를 통해 왕이 한 집단에 너무 의존해도 안 되고 일방적으로 서운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적당한 배분이 중요했다. 정책이나 결재만으로 배분이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가치와 마음을 공유해야 한다. 진심으로 같은 편이 되어 주는 것이다. (P.199)



 

“후금이 성장하며 조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왔고 이로 인해 조선에는 척화파가 생겨났다. 후금이 민가의 마필을 빼앗아 달아나던 중 평안도관찰사의 유문을 손에 넣는 바람에 후금과 조선의 관계는 악화한다. 인조 14년, 청으로 이름을 바꾼 후금이 조선을 침입하고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인조가 삼전도로 나가 항복을 한 전쟁” 이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병자호란일 것이다. 그러나 내게 강하게 남은 병자호란은 배우 이덕화 님이 이마에 피를 줄줄 흘리며 삼전도에서 절을 하는, 삼전도 굴욕의 모습이다. 이게 나에게만 강한 인상은 아니었던지, 삼전도 굴욕은 조선 최고의 굴욕, 인조는 최악의 군주라 불린다. 늘 인조는 정말 최악의 군주인가, 다른 왕이었다고 한들 병자호란을 피할 수 있나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는 책을 만나지 못했었다. 

 



그러다 내 속을 시원히 풀어준 책이 한 권 등장했으니, 바로 임용한 소장님의 “병자호란”이다. 심지어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라니. 나는 역사를 잘 모르지만, 알고 싶어 좋아하는 역덕으로서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임용한 소장님의 토크멘터리 전쟁사가 얼마나 재미있던가. 원래도 불구경, 싸움 구경이 재미있다지만 전쟁 구경에 비할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프로그램 아니었나. 그런 사람의 “시간순삭전쟁사”라니. 

 



세종이었다면 일단 밤새도록 고민하면서 대신들을 불러모으고 해결책이 안 나오면 전체 관료회의라도 열어 답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조는 아무 말 없이 바로 비변사에 안건을 넘겼다. 그래도 노련한 비변사 대신들은 묘수를 찾아냈다. 묘수라기보다는 꼼수였다. “성문과 몇 군데를 수리하는 척합시다.” (P.95)

 


그 순간 인조는 본성을 드러내고 만다. “내 할 일은 이미 다했다. 이제부터는 경들의 몫이다.” (P.204) 



 

개인적으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열린 눈과 귀”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으므로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재를 두기 위해 열린 눈으로 보고, 올바른 말을 듣는 열린 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조 본인도 장님에 귀머거리였고, 대신들은 그런 인조에게 선글라스와 이어폰을 끼워주는 이들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쓴 탓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다가 여러 번 책장을 덮어야 했다. 분통이 터져서였다. 배낭도 메지 못할 양반님들에게 둘러싸여 그저 “나는 몰라”는 식의 정치를 했다. 요즈음처럼 총칼이 아닌 지식과 경제로 전쟁을 하는 시대에 인조처럼 정치한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모든 것을 빼앗긴 빈껍데기가 될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총칼을 든 적에게도 대응하지 않는 리더가 보이지도 않는 전쟁에서 어떻게 승리를 할 수 있을까. 인조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열린 눈으로 위기를 바라보고, 그 위기에 대한 바른 조언을 듣는 귀를 가진 리더만이 여러 위기에 노출된 지금 시기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했을 인조는 자신의 왕위를 유지했고, 싸움을 회피하여 수많은 백성의 목숨을 잃게 한 김자점은 영의정에까지 올랐으니 이어진 조선의 치욕과 멸망은 당연한 순서는 아니었나. 

 


군대가 있어도 적을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은 군대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선명했다. 학창시절부터 품어온 궁금증도 다 풀었고, 병자호란과 관련하여 궁금했던 거의 모든 것을 다 해결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이 얻었다. 그런데 사실은 잘 몰랐을 때보다 마음이 더 착잡하다. 아마 그것은 우민이 아주 조금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간다는 뜻이겠지. 

 


이 책을 한 번 더 읽을 예정이다. 한 번만 읽고 덮어버리기에는 이 책이 품은 이야기가 너무 크다. 그러나 이 품은 이야기들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제 바닥을 딛고 다시 올라야 할 우리의 내일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본 도서는 레드리버출판사에서 지원 받았으며, 리뷰는 전적으로 제 생각을 기록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