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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이와 할머니
황지영 지음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3월
평점 :

쌍까풀 없이 작지 않은 눈, 풍성한 까만 머리, 둥근 얼굴, 통통한 몸매. 사실 내가 땡이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우리 아이의 외모와 참 많이 닮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꼬마 녀석도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과 나란히 바라보더니 배시시 웃더라. 그런데 책장을 펼쳐보고 안도의 마음과 반성의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너무 예쁜 마음을 가진 땡이에게는 안도를, 그림책을 보면서 조차 땡이는 선한 느낌, 할머니는 뭔가 스산한 느낌이라 느낀 나 자신에게는 반성을 느꼈다. 귀여운 표지, 그 너머의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가진 편견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그런 편견을 가르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말이다.
이 이야기도 어쩌면 그런 선입견과 편견에서 시작된 듯하다. 자신이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을 넘어서는 게 진정한 용기고 아름다움임을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은 아닐까. (작가의 말에 실제 그런 마음을 담으셨다고 한다..)
작은 물방울에서 태어난 땡이.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동물들. (일러스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면 이 동물들이 십이지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는 정확히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는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각 동물을 짚으며 매칭시키는 놀이도 했다) 그리고 그들을 맴도는 한 할머니. 아이들과 이 책을 만나셔야 할 분들을 위해 이 할머니가 누군지는 비밀이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해석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할머니의 자취를 따라가는 땡이를 통해 아이는 땡이처럼 할머니가 외모와 달리 따듯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 그림책은 예쁘고 볼거리 많은 일러스트, 감동, 많은 이야깃거리가 가득 담긴 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글씨를 읽지 않고 일러스트만 감상해도 민화 전시회를 보는 듯한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가 흔히 가지는 편견, 두려움을 정확히 짚고 그것을 넘어서는 땡이를 보여주어 아이들에게도 그런 용기를 가지게 돕는다. 일러스트 하나하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어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두 시간 가까이가 흘러있었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책이 가장 인기가 많다. 본문 자체가 재미있는 것은 당연히 좋은데,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숨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책은 더더욱 좋다. 땡이의 감정변화를, 할머니 머리에 사는 새들을, 동물들의 표정 변화를, 산과 나무를 관찰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고, 땡이와 동물들은 우리의 식탁에서 함께 수다를 떠는 듯하다. 그럴 때 반짝이는 아이의 눈이란!
그저 우리 아이와 닮은 외모라는 것에서 시작된 이 책과 만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긴다.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판단 내려버린 것들,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주었을 상처. 자세히 들여본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라 이런 것들을 여전히 훈련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와 함께 자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그림책들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좋은 책이다.
아이보다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고.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일러스트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 나무 등을 관찰하고 이야기해요.
(십이지신, 새의 종류, 나무 종류 등)
2. 알고 보니 생각과 달랐던 것들을 이야기 나누어요.
3. 편견, 선입견, 덥수룩, 불로초 등 잘 사용하지 않던 단어들을 공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