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
비비안 커크필드 지음, 앨리슨 제이 그림, 한성희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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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가족에게 있어 “책”만큼의 취미생활로 손꼽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자전거”일 것이다. 어느새 반년 가까이 이어진 자전거 사랑은 엄마에게 “각선미”대신 “말근육”을 주었지만, 여전히 식지 않는 사랑으로 매일매일 자전거로 이곳저곳을 달린다. 그래서일까. 키위북스의 신간 그림책,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는 우리의 호기심을 무척이나 자극했다.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는 애니 런던데리의 업적을 그린 그림책이다. 사실 요즘에는 “자전거 타는 여자”가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문장이지만, 1890년대에만 해도 무척 희귀한 일었다. (우리나라로 생각한다면 1950년대에도 그랬을 것 같긴 하다). 코르셋을 입고, 치렁치렁한 치마를 입어야했던 시기이니 그럴 법도 하다. 바지를 입는 것조차 남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던 시절, 우리의 애니는 왜 자전거를 타야했고,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지 알 수 있어 무척이나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고사하고 바지를 입는 것만으로도 수근거림을 당했던 시기라는 설명을 먼저 해주었더니, 아이는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를 표질르 보며 “애니는 바지를 입었는 걸? 그럼 사람들이 욕을 했을까?”하며 궁금증을 가졌다. 지구 위를 자전거로 가로지르는 시원시원한 일러스트는 이런 궁금증을 한층 증폭시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는 일러스트와 내용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일러스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무척 아름다운 색채, 길쭉한 선 등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를 무척이나 가늘게 그려두어서, 치마가 한층 더 치렁치렁해보이고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애니가 자전거로 다니는 세상 곳곳을 만나보는 것도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일러스트의 매력. 아이와 함께 여러 풍경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애니의 여정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의 내용은 무척 풍성했다. 애니가 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지, 애니의 도전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무척 자세히 다루고 있었다. 반대도 있었지만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도전”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녀에게서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었는데, 특히 “마음 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장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시기, 차별의 시선을 넘어 무엇인가를 도전한다는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기에, 애니의 도전은 독자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우리 집 역시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를 읽으며 포기하지 않는 것, 신념을 지키는 것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어 좋았다. 

 

아이에게 도전과 끈기, 신념 등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면 꼭 한번 『달려라, 애니! 자전거 타고 세계 속으로』를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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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알맞은 집 노란상상 그림책 113
신순재 지음, 은미 그림 / 노란상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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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딱 알맞은 집』은 어떤 집인가요? 마당이 넓은 집? 평수가 큰 집? 상권이 보장되고 초품아를 실현한 곳? 남향에 오션뷰? 물론 다 너무 좋은 집이지만, 제가 물은 것은 『딱 알맞은 집』입니다. 사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놀라움을 느꼈던 책입니다. 아이와 책표지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에서 『딱 알맞은 집』을 두고 저는 “비싸고 좋은 집” 요건을 이야기하는 반면, 아이는 책이 많고 햇빛이 잘 드는 우리 집이 『딱 알맞은 집』인데?”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나는 이미 “알맞다”라는 개념을 잃어가고 있구나- 서글퍼졌습니다. 

 

노란상상이 신간, 『딱 알맞은 집』에서는 이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구를 든 할머니와 요리장갑을 낀 할아버지가 독자들을 맞이하는 『딱 알맞은 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기에 넓지도 좁지도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집을 잃을 동물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죠. 처음에는 고릴라, 두 번째는 코끼리, 심지어는 고래까지 말입니다. 이윽고 집에 더이상 들어갈 수 없을 지경이 되었지만, 할아버지는 동물들이 들을까 봐 할머니께 작게 “이젠 그만 데리고 와요”라고 속삭여 “배려”가 무엇인지 아이에게 바르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그래도 동물을 데리고 오고 싶어 하자 “우리가 번갈아 한 번씩 자면 돼요”라는 모습을 보며 “사랑”이 무엇인지 “공존”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딱 알맞은 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만난 순간, 머릿속의 수많은 감탄과 생각들은 사라지고 느낌표 하나만 남았습니다. 수초가 지나서야 “아! 딱 알맞은 집!”하고 탄성을 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감정을 저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아이는 “맞아. 지금 딱 좋은 지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어” 하며 침울해했습니다. 원래도 환경에 관심이 많은 아이이기에, 다양한 환경도서를 함께 읽어왔지만, 『딱 알맞은 집』처럼, 쓰레기나 탄소의 '탄' 자 하나 없이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책이 또 있을까 싶어졌습니다.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사는 지구의 아름다움이,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의 것으로 생각한 지구가 사실은 우리의 것이 아니며, 인간의 이기심으로 다른 생명의 집을 빼앗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고릴라는 인간으로 인해 서식지가 상실되고 '전시'의 대상이 됩니다. 코끼리는 놀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생존에 필요한 상아를 빼앗기기도 합니다. 코끼리 밀렵으로 '상아가 없는 코끼리'로 유전자 변이까지 시키는 대단한 인간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 무자비한 포경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되어버린 대왕고래. 반짝이는 립스틱의 재료로, 건강한 식자재로 왕성히 활용되는 달팽이까지. 모두 인간의 이기심에 집을, 생명을 빼앗기는 동물들입니다. 그들이 없는 지구에서 결국에는 인간도 살 수 없음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딱 알맞은 집』은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묵직한 경고를 전합니다. 그제야 할머니가 데려온 동물들이 제대로 보입니다. 

 

『딱 알맞은 집』을 읽고 난 후 아이와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다가 멸종동물 책을 꺼냈습니다. 할머니의 집에 놀러 온 친구들과 미처 놀러 조차 오지 못한 친구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 친구들의 집을 빼앗지 말자”하고 다짐합니다. 

 

자, 이제 다시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딱 알맞은 집』은 무엇인가요? 마당이 넓은 집? 평수가 큰 집? 상권이 보장되고 초품아를 실현한 곳? 남향에 오션뷰? 이 모든 것은 지구가 없으면 지킬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진짜 『딱 알맞은 집』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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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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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을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데에는 시간이란 녀석이 분명 필요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다고 더 단단하거나, 또 짧게 알아 왔다고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짧지만 깊었던 사람도, 길었지만 잔잔했던 사람도, 그리고 더러는 잔잔하고 짧았던 사람도 있었다. (p. 110) 

 

나를 인정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 타인과 상황을 인정하고 도울 힘을 만들어내는 것. 이러한 모습들은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실패한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p.158) 

 

 

『아홉 단어』라는 책은 읽기도 전에 이미지가 세번이나 바뀐 책이었다. 첫인상은 “와, 표지색 너무 예쁘다”였고 두 번째는 “작가님들의 소개가 왜 이렇게 모호해.”였다. (자기소개는 단순하고, 타인이 알아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세번째는 “인생은 찰나이고 순간은 영원하다”라는 인사말에 공감과 유혹을 동시에 느끼는 기분. “대체 무슨 책인지 읽어보자”라고 시작했다고 말하는 편이 사실에 가까운 책이었던 것 같다.

 

『아홉 단어』는 '강사'라는 공통점을 가진 네 명의 작가가, 아홉 단어를 주제로 각각의 생각을 엮은 책으로, 어떤 글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어떤 글은 아쉬운 면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주제로도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사람 사는 이야기 같아서 푸근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각각의 주제가 끝날 때마다, 내가 이 단어에서 떠올리는 것은 무엇인지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고, 작가님들의 문장 안에서 공감을 발견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아홉 단어』중 가장 마음에 닿은 에피소드는 “센 척 - 이젠 힘 좀 빼고 살아요, 우리”였다. 사실 나도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고, 내 일에 욕심이 많았던 터라 항상 승모근이 솟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혼자 짊어지고 해오던 습관이 어디 가겠는가. 이런 어리석고 바보 같은 센 척으로 나는 여전히 고단하다.'(p.162)라는 작가님의 문장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나의 “에너지 상태”를 점검하고 내 내면과 가족의 에너지를 채우는 것을 가장 중심에 두고 살고 있다. 그래서 “거저 잘되는 것보다 이유가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노력한 만큼이 대가 말이다(p.163)”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p.164)”에는 괜한 참견을 하고 싶어졌다. “열심히 한 것과 결과값을 공통의 선에 두지 말아라”고, “좋은 결과를 향해 노력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살자고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홉 단어』의 매력은 이것이구나, 싶어진다. 저마다 다른 성향,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다양한 말에서 나의 삶을 투영해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위로를 얻는 것. 그래서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이 되어가는 것. 이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자, 이제 당신에게 『아홉 단어』를 선물한다. 

당신의 마음에는 나이가, 인연이, 처음이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가. 

부디 그것을 꺼내 보며, 지나온 시간의 당신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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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 - 모비 딕의 기하학부터 쥬라기 공원의 프랙털까지
사라 하트 지음, 고유경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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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머글들은 십진법으로 돈을 벌지만, 여전히 12개짜리 달같을 사고, 1년을 3~4개의 계절을 가진 12개월로 나누고, 시계를 12개 시간으로 나눈다. 고대의 길이 단위 '품은 12인치다. 1인치는 얼마일까? 1324년 영국 왕 에드워드 2세는 1인치를 '마르고 둥근 보리 난알 3개'의 길이로 정의했다. 요즘 구두 수선 동향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에드워드 왕 시대에는 보리 난알의 길이(인치)를 신발 크기를 재는 표준 단위로 삼았다고 한다. 12의 문화적 의미는 열두 사도, 12일의 크리스마스 그 림 형제 이야기 <12명의 형제>에서 까마귀로 변한 12명의 왕자 같은 수십 개의 동화 등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p.170) 

 

“내가 어떤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는 내가 선택한 의미만 있 는 거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수학에서는 우리가 쓰는 단어들의 의미를 반드시 확실히 해야 하며, 그 단어들에 무언의 특성을 넣으면 안된다. 모든 모호 함은 논리적 매듭으로 묶일 위험이 있고, 심지어 우리의 추론이 거짓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념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p.350) 

 

 

누가 나에게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를 한줄로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문과를 유혹하는 수학”이라고 표현할테다. 분명 이 책의 제목은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지만, 반대로 『서사의 아름다움이 수학이 된다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낭만은 떨어지지만, 이 책은 수학자가 문학 속에서 찾아낸 수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문학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학의 매력이기도 하니 순서가 어떻게 되든 그럴듯 하기 때문이다. 전-혀 새로운 시각의 수학 책,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를 소개한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은 수학자가 '모비딕'의 수학적 비유들에 빠져, 문학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학을 찾으며 시작된다. 문학과 수학을 같은 선상에 두지 않는 나라에 태어나 긴 세월을 자타공인 '문과형인간'으로 살아온 나는 이 책 자체가 쇼크였다. 김민형 교수님의 추천사도 충격적이었고, 수학과 문학이 이토록 많은 접점을 가지고 서로를 반짝이게 하고 있었음도 놀라웠다. 문학 안에서 이토록 많은 수학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었기에 작가의 시작은 신선했으며, 문학 위에 얹어진 수학 덕분에 문장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미녀와 야수에서 숫자 1의 비밀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안에서 9를 3의 배율로 활용한 것을, 톨스토이에게도 숨어있던 숫자를 발견하며 나는 매번 놀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를만큼, 몰라서 보지 못했던 세상이 여럿 입체로 변해 내게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수학, 이야기가 되다”라는 제목의 3부였는데, 수학이 소설 속에서 아이디어가 되고, 트릭을 만두는 도구가 되는 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마르고 닳도록 읽은 '셜록 홈즈'속에서 '논리'와 '수학'이 충돌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이 이야기에 빠지지않을 수 없겠더라.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를 읽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랄까.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는 내게 있어 문학과 수학의 교차점을 끝없이 발견하고 놀라게 만든 책이었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덕분에 긴 세월 수학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털기도 했고, 이 책으로 인해 문학 속에 숨은 수학의 이야기들이 점점 커짐을 느꼈다. 

 

문학을  '정밀화'로 만드는 책, 수학을 서사로 만드는 책,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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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 - 원리부터 배우는 손글씨 수업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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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굳이 이 두 가지로 나뉜다면, 나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에 더 가까울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글씨를 잘 쓴다는 말을 수백, 수천번은 들어왔으며 자를 대지 않고도 줄의 높이가 가지런한 글씨를 쓰는 편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강렬한 열망, “어른같은 글씨”는 오래도록 품은 욕심 같은 거다. 사실 그 욕심에 불을 붙인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펜크래프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유한빈작가님을 말할 수 있다. 언제인가 그가 쓴 세로 궁서체에 뿅~가서 이렇게 글씨에 심취한 사람이 된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덕질과 글씨를 더 잘 쓰고자 하는 마음을 섞어, 펜크래프트 유한빈 작가님의 신간,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를 발빠르게 만나보고 부지런히 써본 감상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글씨를 “따라” 잘 쓰고자 한다면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보다는 『나도 손글씨 바르게 쓰면 소원이 없겠네』시리즈를 추천드린다. 무척이나 상세히 연습할 수 있어 정말 부지런히 따라쓰다보면 손글씨가 예뻐진다고 보장드릴 수 있다. 즉, 작가님의 글씨쓰는 방법이나 유용한 팁을 얻고자 한다면 『나도 손글씨 바르게 쓰면 소원이 없겠네』를, 자신의 글씨를 더 정갈하게 교정하고자 한다면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를 보시면 되시겠다.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는 말그대로, 캘리그라피를 하듯 정교한 글씨쓰기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보다 가지런하고 예쁜 글씨를 쓰도록 돕는 “속성과외”느낌의 책이었다. 책에 나오는 대로 내 글씨를 확인하고, 나와 어울리는 글씨를 찾아보는 등의 과정이나 머리에 그리며 쓰기, 느리게 쓰기 등의 과정을 통해 내 글씨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몇몇 과정을 거치며 내 글씨가 “왜” 정갈함이 부족했는지, 내가 원하는 “어른스러운”글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지를 분명하게 그릴 수 있었다. 또 처음으로 내가 줄의 70%를 채우며 가운데 정렬에 무척 익숙해져있는 사람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불어 어른글씨를 쓰고자 욕심냈던 것들이 되려 글씨를 못생기게 만들 수 있었음을 깨닫기도 하며, 조금 더 예쁜 글씨를 만들기 위해 틈틈히 이 책을 따라 훈련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많은 분들에게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가 도움이 될 것 같은 까닭은, 군더더기를 다 지워버리고 자신의 글씨를 살리기 때문이다. 억지로 남의 글씨를 따라하느라 힘들었던 적이 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반길 수 있도록 내 글씨 자체를 살리는 책이기에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 글씨가 예쁘지않아 어디서 이름쓰는 것조차 두려웠던 분이 있다면 꼭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를 만나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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