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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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을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데에는 시간이란 녀석이 분명 필요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다고 더 단단하거나, 또 짧게 알아 왔다고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짧지만 깊었던 사람도, 길었지만 잔잔했던 사람도, 그리고 더러는 잔잔하고 짧았던 사람도 있었다. (p. 110) 

 

나를 인정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 타인과 상황을 인정하고 도울 힘을 만들어내는 것. 이러한 모습들은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실패한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p.158) 

 

 

『아홉 단어』라는 책은 읽기도 전에 이미지가 세번이나 바뀐 책이었다. 첫인상은 “와, 표지색 너무 예쁘다”였고 두 번째는 “작가님들의 소개가 왜 이렇게 모호해.”였다. (자기소개는 단순하고, 타인이 알아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세번째는 “인생은 찰나이고 순간은 영원하다”라는 인사말에 공감과 유혹을 동시에 느끼는 기분. “대체 무슨 책인지 읽어보자”라고 시작했다고 말하는 편이 사실에 가까운 책이었던 것 같다.

 

『아홉 단어』는 '강사'라는 공통점을 가진 네 명의 작가가, 아홉 단어를 주제로 각각의 생각을 엮은 책으로, 어떤 글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어떤 글은 아쉬운 면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주제로도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사람 사는 이야기 같아서 푸근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각각의 주제가 끝날 때마다, 내가 이 단어에서 떠올리는 것은 무엇인지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고, 작가님들의 문장 안에서 공감을 발견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아홉 단어』중 가장 마음에 닿은 에피소드는 “센 척 - 이젠 힘 좀 빼고 살아요, 우리”였다. 사실 나도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고, 내 일에 욕심이 많았던 터라 항상 승모근이 솟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혼자 짊어지고 해오던 습관이 어디 가겠는가. 이런 어리석고 바보 같은 센 척으로 나는 여전히 고단하다.'(p.162)라는 작가님의 문장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나의 “에너지 상태”를 점검하고 내 내면과 가족의 에너지를 채우는 것을 가장 중심에 두고 살고 있다. 그래서 “거저 잘되는 것보다 이유가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노력한 만큼이 대가 말이다(p.163)”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p.164)”에는 괜한 참견을 하고 싶어졌다. “열심히 한 것과 결과값을 공통의 선에 두지 말아라”고, “좋은 결과를 향해 노력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살자고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홉 단어』의 매력은 이것이구나, 싶어진다. 저마다 다른 성향,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다양한 말에서 나의 삶을 투영해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위로를 얻는 것. 그래서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이 되어가는 것. 이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자, 이제 당신에게 『아홉 단어』를 선물한다. 

당신의 마음에는 나이가, 인연이, 처음이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가. 

부디 그것을 꺼내 보며, 지나온 시간의 당신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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