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알맞은 집 노란상상 그림책 113
신순재 지음, 은미 그림 / 노란상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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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딱 알맞은 집』은 어떤 집인가요? 마당이 넓은 집? 평수가 큰 집? 상권이 보장되고 초품아를 실현한 곳? 남향에 오션뷰? 물론 다 너무 좋은 집이지만, 제가 물은 것은 『딱 알맞은 집』입니다. 사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놀라움을 느꼈던 책입니다. 아이와 책표지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에서 『딱 알맞은 집』을 두고 저는 “비싸고 좋은 집” 요건을 이야기하는 반면, 아이는 책이 많고 햇빛이 잘 드는 우리 집이 『딱 알맞은 집』인데?”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나는 이미 “알맞다”라는 개념을 잃어가고 있구나- 서글퍼졌습니다. 

 

노란상상이 신간, 『딱 알맞은 집』에서는 이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구를 든 할머니와 요리장갑을 낀 할아버지가 독자들을 맞이하는 『딱 알맞은 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기에 넓지도 좁지도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집을 잃을 동물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죠. 처음에는 고릴라, 두 번째는 코끼리, 심지어는 고래까지 말입니다. 이윽고 집에 더이상 들어갈 수 없을 지경이 되었지만, 할아버지는 동물들이 들을까 봐 할머니께 작게 “이젠 그만 데리고 와요”라고 속삭여 “배려”가 무엇인지 아이에게 바르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그래도 동물을 데리고 오고 싶어 하자 “우리가 번갈아 한 번씩 자면 돼요”라는 모습을 보며 “사랑”이 무엇인지 “공존”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딱 알맞은 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만난 순간, 머릿속의 수많은 감탄과 생각들은 사라지고 느낌표 하나만 남았습니다. 수초가 지나서야 “아! 딱 알맞은 집!”하고 탄성을 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감정을 저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아이는 “맞아. 지금 딱 좋은 지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어” 하며 침울해했습니다. 원래도 환경에 관심이 많은 아이이기에, 다양한 환경도서를 함께 읽어왔지만, 『딱 알맞은 집』처럼, 쓰레기나 탄소의 '탄' 자 하나 없이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책이 또 있을까 싶어졌습니다.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사는 지구의 아름다움이,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의 것으로 생각한 지구가 사실은 우리의 것이 아니며, 인간의 이기심으로 다른 생명의 집을 빼앗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고릴라는 인간으로 인해 서식지가 상실되고 '전시'의 대상이 됩니다. 코끼리는 놀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생존에 필요한 상아를 빼앗기기도 합니다. 코끼리 밀렵으로 '상아가 없는 코끼리'로 유전자 변이까지 시키는 대단한 인간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 무자비한 포경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되어버린 대왕고래. 반짝이는 립스틱의 재료로, 건강한 식자재로 왕성히 활용되는 달팽이까지. 모두 인간의 이기심에 집을, 생명을 빼앗기는 동물들입니다. 그들이 없는 지구에서 결국에는 인간도 살 수 없음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딱 알맞은 집』은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묵직한 경고를 전합니다. 그제야 할머니가 데려온 동물들이 제대로 보입니다. 

 

『딱 알맞은 집』을 읽고 난 후 아이와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다가 멸종동물 책을 꺼냈습니다. 할머니의 집에 놀러 온 친구들과 미처 놀러 조차 오지 못한 친구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 친구들의 집을 빼앗지 말자”하고 다짐합니다. 

 

자, 이제 다시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딱 알맞은 집』은 무엇인가요? 마당이 넓은 집? 평수가 큰 집? 상권이 보장되고 초품아를 실현한 곳? 남향에 오션뷰? 이 모든 것은 지구가 없으면 지킬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진짜 『딱 알맞은 집』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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